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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188) 적벽대전(赤壁大戰)
공명을 쫓던 여몽이 돌아와 주유에게 보고한다.
"도독, 제갈양이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습니다. 제가 연적까지 추격해 갔으나, 이미 쾌선을 타고 떠났습니다. 공명은 이미 조운(趙雲)을 미리 대기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탐문해 보니 그 배는 사흘 전부터 그곳에 정박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주유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 언제나 공명이 한 발 앞서가는군! 그러니 살려두면 안심이 안돼 ..."
그 말을 듣고, 노숙이 말한다.
"떠난 사람을 어찌하겠소. 이제 동남풍이 불기 시작했으니, 공명의 공도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으나, 그래도 지금은 조조를 멸한 뒤에 다시 생각해 보십시다."
노숙의 말에 주유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한편, 공명이 도착하였다는 보고를 받은 유비는 강가로 달려나와, 공명을 반갑게 맞으며,
"그동안 선생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하고, 눈물조차 흘렸다.
공명도 손을 마주잡고 반겨하며,
"주공께서는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부탁드렸던 병사와 전함들은요?"
공명은 반가움에 앞서, 앞으로 전개하여야 할 계획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보였다.
"수륙 양군을 모두 갖춰 놓고 선생이 돌아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명은 유비와 함께 장중으로 들어와, 장수들에게 군령을 내린다.
"조운 장군, 병사 삼천을 이끌고 오림(烏林)으로 달려가, 갈대밭에 매복하고 있으시오. 사경(四更) 무렵이면 조조가 그 길로 달려올 것이오. 조조군이 나타나면 그들이 절반쯤 지나기를 기다려 갈대 밭에 불을 놓고 공격하시오. 전멸 시키지는 못 하더라도 절반은 칠 수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장 장군!"
"병사 오천을 이끌고, 호로곡(葫蘆谷)에 매복해 있으시오. 조조는 조운 장군과 교전한 후, 남쪽으로 가지 못 하고 북쪽으로 도주할 것이니, 조조를 잡지는 못 하더라도 그 공이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오."
"헤헤헤헤! 알겠소!"
장비는 오랜만의 출정이 반가워서 기뻐하며 군령을 받든다.
"미방, 미축, 유봉은 쾌선 백 척을 이끌고 나가, 강 가를 따라 돌며 조조의 패잔병들을 사로잡고 병기(兵器)를 거두시오. 아마도 만선으로 돌아올 수가 있을 거요..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합장 배례를 하고 임지로 떠나간다.
공명이 유기 앞으로 다가가며,
"공자!"
하고, 부르자 유기는,
"말씀하십시오. 저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하고, 묻는다.
"무창은 우리에게 중요한 곳입니다. 공자는 군사를 이끌고 무창성(武昌城)으로 가십시오. 조조의 패잔병들이 몰려오면, 북과 징소리로 겁을 주고 공격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무창성을 떠나, 조조군을 멀리 추격하진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유기도 선듯 대답하고 임지로 떠나간다.
공명이 임무를 맡기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 관우만이 남았다.
그러나 공명은 잠깐 관우를 한번 쳐다 보았을 뿐, 시선을 유비에게 돌리며 말한다.
"주공, 주공께서는 저와 함께 번구(樊口)로 가셔서 오늘 밤 주유가 지휘하는 강상(江上)의 대회전(大會戰)을 살펴보기로 하십시다."
"좋소이다."
유비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대답하였다.
이로서 공명의 모든 군령 하달이 끝났다.
그때 까지도 아무런 군령을 받지 못한 관우가 수염을 한번 내리 쓸며, 공명을 부른다.
그리고 섭섭함이 배어나는 어조로,
"선생, 나를 잊으셨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아! 관 장군? ... 장군은 아무데도 가지 말고 그냥 쉬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관우가 정색을 하고 말한다.
"이 몸은 적지않은 세월을 전쟁터에서 보내면서 남보다 앞서 움직였소. 그런데 어찌, 오늘 같은 큰 싸움에 나를 쓰지않는거요?"
그러자 공명이 난처한 듯이,
"아, 관 장군. 실은..중요한 임무를 맡기려고 하였는데, 장군이 미덥지 못한 점이 있어 보내지 않은 것이오. "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관우가 다시 묻는다.
"어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말씀해 주시오."
그 말을 듣고, 공명이 즉시 대답한다.
"조조는 패한 뒤에 화용도를 지나게 될 것이오. 그러나 장군을 그리로 보내면 전일 조조에게 받았던 은혜로 마음이 약해져서 그를 풀어 줄 것 같아, 못 보내는 것이오."
"내가 그럴 리가 있겠소?"
"조조가 전일 장군께 은혜를 베푼 바가 있으니, 장군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오. "
"선생! 염려마시오. 안량과 문추를 죽여 이미 은혜를 갚았으니, 이제 다시 조조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를 풀어 줄 이유가 없소이다."
"만약 풀어 준다면 어찌 하겠소?"
공명의 말은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관우는 평소의 어조대로 대답한다.
"군법에 따르겠소."
"좋소이다. 그러다면 직접 군령장을 쓰고 가시오."
"좋소!? 내가 조조를 풀어준다면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소. 허나, 조조가 화용도로 오지 않는다면, 그건 어찌하겠소?"
이번에는 관우가 공명을 압박했다.
그러자 공명은,
"하하하하!...좋은 질문이오. 이렇게 합시다. 나도 군령장을 쓰겠소. 만약 조조가 화용도를 지나지 않으면 나도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소. "
"좋소! 내 반드시 조조를 잡아, 공을 세울 터이니 두고보시오."
관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면서,
"관평(關平)과 주창(周倉)은 나를 따르라!"
하고, 명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함께 복명한다.
"옛!"
마지막으로 군령을 접수한 관우가 군령장을 써 놓고, 관평과 주창을 데리고 임지로 떠나가자, 장중에는 유비와 공명 두 사람만이 남았다.
유비가 공명을 보고 걱정스럽게 말한다.
"운장이 군령장을 두고 떠나기는 했지만 워낙 의리가 강하기 때문에 정작 조조를 만나면 반드시 놓아 보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오."
"주공, 저도 그런 점을 짐작하면서 일부러 보냈습니다."
"조조를 놓아 보낼 줄을 아시면서 일부러 보냈다니 무슨 말씀이시오?"
"제가 어젯밤 건상(乾象)을 보았더니 조조의 명이 아직도 끊이질 않았기에, 일부러 관 장군을 시켜 예전에 은혜를 갚게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관 장군이 조조로 부터 받은 은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겠습니까?"
유비는 그 말을 듣고 새삼 탄복한다.
"선생의 신산(神算)은 그저 탄복만 있을 뿐입니다."
공명은 손건(孫乾)과 간웅(簡雄)에게 본진을 지키게 하고,
유비와 함께 번구로 가서 주유의 용병을 관전하기로 하였다.
이즈음,강동의 수군은 출동 준비를 마치고 모두 강동의 수군 포구에 모였다.
노 장군 황개가 병사들을 독려한다.
"이번 전투에 강동의 안위가 달려있다! 모두 목숨 걸고 싸움에 임하고 장수들은 부하들 보다 앞장서서 조조군을 공격하라!"
그때, 주유가 다가와 예를 표하며 묻는다.
"황 장군, 준비가 다 됐소?"
"명령만 내리시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황개가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자 주유는,
"좋소! 적장의 목을 베어 가는 길을 배웅하리다!"
하고, 말을 한 뒤에,
"끌고와라!"
하고, 명하니, 두 사람의 병사들이 각기 포승줄에 묶인 채중과 채화를 주유의 앞으로 끌고왔다.
채중과 채화의 위장 귀순은 이미 황개와 감택에게 탄로가 나버린 상태였다.
또한, 황개가 조조에게 보낸 위장 귀순의 서신도 이미 떠난 상태였기에. 이들의 쓸모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
(쓸모와 못 쓸모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주유는 쓸데없이 공명을 죽이려는 시도를 번번히 시도 했다가 실패하였으나, 채중과 채화의 못 쓸모는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살려달라>는 채중과 채화의 애절한 소리를 뒤로하고,
"집행하라!"
주유는 매몰찬 명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형주 수군에 이어, 조조의 수군을 쥐락펴락 하던 채씨 형제는 모두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출발!"
황개가 출발을 명하였고, 이를 다른 병사가 이어받았다.
"모두 승선하라! 출발이다!"
황개의 스무 척의 배는 강동 수군의 본진에 앞서 선두에 나섰다.
그리하여 조조의 수군 본진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밤이 깊어, 어둠 속에 자욱한 물안개에 묻힌 삼강구에 포진한 조조의 수군 진형이 희미하게 보였다.
"청룡기를 꼿은 배, 스무 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날은 강동 수군의 노장 황개가 군량과 무기를 싣고, 청룡기를 달고, 조조에게로 투항하기로 약속한 날인지라, 조조도 그를 맞기 위해서 전함에 나와있었다.
"청룡기라 ... 청룡기라면 바로, 황개가 투항한다는 신호 아닌가? 바야흐로 하늘이 나를 돕는게 아닌가? 황개... 드디어 약조를 지켰구먼. 이제 강동은 끝이야! 손권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군. 흐흐흐..."
조조는 황개가 나타난 것을 알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황개의 선단이 조조의 전함 앞으로 점차 다가오자, 어둠속에서 이를 유심히 살피던 우금이 다가오는 선단을 가리키며 말한다.
"승상, 뭔가 수상합니다."
"응?"
"보십시요. 군량과 무기를 실은 배 치곤, 배가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까?"
우금이 이쯤 말한 상태에서 조조가 뱃전으로 가까이 나가면서 다가오는 선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짙게 깔린 어둠속의 물안개로 앞을 잘 볼 수가 없었다.
조조는 잠시 기다리다가 불안감이 엄습하자 병사들에게 명을 내린다.
"가까이 접근하지 못 하도록 화살을 쏘아라!"
"발사!"
조조의 전함으로 접근하던 황개의 선단에 화살이 날아갔다.
그러자 지금까지 조조의 전단으로 조용히 접근해 가던 황개는 본격적인 공격 명령을 내린다.
"불을 붙여라! 형제들이어, 가차없이 조조군을 공격하라!"
황개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십 척의 배는 투석기에 얹은 기름 항아리에 불을 붙여, 조조의 수군 전함으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였다.
그리하여 조조의 전함에 떨어진 불 붙은 기름 항아리는 순식간에 전함을 화마로 집어삼켰다.
뿐만 아니라 불화살을 비롯해 강동 수군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쇠사슬을 풀고, 널판지를 거둬라!"
우금은 긴급히 오륙십 척씩 묶인 배의 사슬을 풀라는 명을 내렸으나, 동남풍을 타고 번지는 화마는 기름 항아리 두, 세개로 오육십 척씩 묵인 조조의 선단을 한덩어리 불덩어리로 만들었다.
황개의 공격이 시작되자, 그의 뒤를 따르던 강동의 육 개 전단에서는, 조조의 전함 모두를 에워싸고 선두의 화선에 불을 붙여, 동남풍을 이용하여 조조의 전함 사이사이로 돌진시켰다.
불은 바람을 타고 거세게 내륙 방향으로 옮겨 붙으며 내륙을 등지고 있는 조조군을 향하여 모든 것을 삼킬 듯이 타올랐다.
"으악!"
"불이다, 불!"
"어서 피하라!"
조조의 수군은 접근하는 황개와 싸우기는 커녕, 바람을 타고 번지는 불길을 피하기에 급급하였다.
황개가 이끌고 온 스무 척의 배는 조조의 엮인 전함 사이사이를 나누어 돌격하였다.
그리하여 삼강 입구의 하늘은 순식간에 뻘겋게 불타고 있었다.
조조의 수군은 배를 버리고 물에 뛰어 들었다.
선제 공격으로 기선을 잡은 강동의 병사들은 불타는 조조의 수군 전함으로 옮겨 다니며, 닥치는 대로 조조의 수군을 공격하였다.
조조는 눈 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분다는 말인가? 이렇다면, 이렇다면...."
조조의 측근 장수들이 전황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간파하고, 조조에 앞서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배를 버리고 퇴각하라!"
"승상을 보호하라!"
"어서 가자!"
조조는 측근 병사에 의해 강제로 불구덩이를 벗어나 내륙에 있는 군영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황개의 선단에서 쏘아대는 투석기는 불붙은 기름 항아리를 그곳까지 날려버렸다.
그리하여 불어 오는 동남풍을 타고 계속해 불길이 내륙을 번져갔다.
"모두, 후퇴하라! 후퇴!..."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내륙의 목책 방어막도 기름 항아리 한 방으로 불덩이가 되었다.
이렇게 황개가 선두에서 공격을 이끌자, 강동의 수군의 제 육 개의 전단이 뒤이어 밀고 들어왔다.
그리하여 선발대가 헤집고 지난간 뒤를 <싹쓸이>로 소제하며 공격하였다.
선봉에 선 황개는,
"불화살을 쏘아라! 적의 군영을 모두 불태워라!"
하고, 계속하여 병사들을 독려하였다.
병사들은 바람을 등지고 불화살을 조조의 내륙 군영에 무차별로 날렸다.
이리하여 조조의 전함 팔천 척은 모두 강위에서 잿더미가 되었고, 조조의 내륙 군영 역시 초토화를 면치 못 하였다.
그리하여 조조는 군영을 버리고 내륙 안쪽 깊숙히 몸을 피하게 되었다.
...
* 붙임말.
이날 밤의 싸움은 청사에 유명한 삼강대전(三江大戰)이요, 적벽대전(赤壁大戰)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대 해전사(四代 海戰史)에 적벽대전이 등재 되지 못한 것은, 중국인 특유의 <뻥튀기: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세계의 많은 사학자(史學者)들의 현명한 판단과 또, 이날의 전사(戰史)가 실록(實錄)없이 구전(口傳)으로 전해오기 때문이다.
...
첫댓글 공명의 기문둔갑 (奇門遁甲)의 천서 (天書)로 하여
호풍환우( 呼風喚雨)....... 동남풍을 부르니
적벽대전(赤壁大戰)......ㅎㅎ
그래도 관우는 조조를 살려 주어 ..........
좋은 글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며
행복하고 평화로운 나날 되시오소서
가브리엘님의 활발한 카페 활동에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