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가 흙을 좋아하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살아온 인생,
본시 안성땅 장재를 사랑하고 어디에 있든 장재를 그리며 살아온 인생.
잠시 서울에서 이렇듯 저렇듯 힘들게 부대끼며 살았지만 늘 마음은 고향에 있어 새 천년이 시작되기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 마지기가 조금 넘는 터에 땀흘려 집지으며 새로운 생활, 그러나 불안하기보단 설레이는 기쁜 생활을 꿈꾸었다.
집을 완성하고 텃밭도 가꾸고 눈에 드는 나무와 화초도 여기 저기서 옮겨 심고 더불어 논밭 농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끼고 다듬으며 하루 하루를 옹골지게 채워나가는 삶, 어느 날부턴가는 자기를 닮은 보배같은 아들 빈이가 바지 가랑이에 붙어 다닌다.
그 친구는 토요일 아침부터 바빴다.
마음만 바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친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빴고 바쁜만큼 부지런히 움직였다.
놀 터가 될 뒷 마당에 검은 차양을 치기 위해 사다리를 옮겨가며 튼튼하게 네 귀를 붙들어 매고 햇빛의 각도를 가늠해보고 또한번 조정하고 나서야 만족스런 큰 숨을 내 쉬며 땀을 한번 닦는다.
큰 양은솥 두개를 깨끗이 씻어 뒷마당 한켠에 걸어놓고 지난 겨울 준비해 둔 소나무 장작을 옮겨 놓는다.
느릅나무 막가지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준비해 두고 들어와 잘 아는 닭집에 싱싱한 닭을 수십마리 주문해 둔다.차양아래 나란히 내어놓을 큰 밥상 숫자를 세어 확인해보고 삽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들로 나간다.
이제 뿌리를 제대로 내려 연두빛이 아닌 제법 진녹색을 띤 벼잎들을 대견해한다. 논밭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고 돌아와서는 부엌에서 뭔가 열심인 아내에게 코치를 받아가며 큰 딸과 함께 잔치에 쓸 싱그러운 무공해 배추와 상추, 쑥갓을 한아름 따서 우물가에 내려 놓는다.
점심을 먹고 꿀맛같은 낮잠을 잠깐동안 자고 난 후 집과 텃밭 그리고 닭장 주위를 청소하며 혹여나 손님들이 눈흘길 만한게 없는지 세심한 눈길로 쓸어본 뒤 시원한 바람 맞으며 맛난 담배를 한대 피워문다.
뒤안에 있던 반드럼통 고기 구이를 정비할 때다. 두개의 솥단지 옆에 흔들리지 않도록 발을 잘 궤고 번개탄과 숯은 충분한지 확인하고 숯 집게와 고기 집게도 미리 준비해 둔다.
장마가 오기 전의 무더위가 땀으로 흘러 몸과 옷을 적시는 한낮이 지나자 몇몇 손님이 도착한다. 그 때쯤 큰 솥에 물을 충분히 붓고 느릅나무 토막을 넣고 장작을 때서 우려내기를 시작한다. 바쁜 시간중에도 대부분이 초행길인 여행길 안내를 하느라 전화통도 수시로 붙잡으며 보이지도 않을 손짓을 해댄다. 그런 가운데도 오며가며 발에 채이는 잡다한 일들을 아주 효율적으로 해치우는 농부 특유의 기술이 우리 아버지를 닮았다.
바로 앞 옥수수 밭 강냉이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내려앉아서야 예상된 손님이 도착하고 이제 잔치의 시작이다.
반드럼통 고기 구이 기계에 숯불을 멋지게 붙이고 운동장만한 석쇠를 올려놓자 두껍게 썬 돼지고기가 너무 얇아보일만큼 화력이 좋다.
다시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는 지붕밑의 백열등을 내려 적당히 위치 시키고는 한 숨 돌리며 시원하게 냉기가 밴 쐬주를 정겨운 손님들과 주고받는다.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느끼며 손님들이 연신 입이 터져라 밀어넣는 상추쌈만 보아도 피곤이 녹고 즐겁다.
고기배와 술배가 따로 있는지 모인 이들이 공기밥을 우겨 넣을때쯤 또 한 무리의 손님들이 숯불 연기에 자동차 라이트를 흩뿌린다. 다시 손을 훔치고 내밀며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시유 ~" 하고 마음좋은 웃음을 웃는다.
한참을 웃고 마시니 밝지 않은 조명에도 그의 얼굴이 발갛고 내뱉는 말에도 익살이 밴다. 그러는 중에도 그의 손길, 발길은 잔치마당에 머물러 있지 않고 뭔가 필요한 일들을 해댄다.
잠시 후 달도 없이 깜깜한 저수지에서 그의 뭉툭한 발이 물소리를 낸다.
술이 좀 취해서 약간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의 새우잡이 쪽대질은 빈 틈이 없다. 그러면서도 형광찌를 보면 낚시꾼의 맘상함을 우려해 멀리 돌아서 다음 쪽대를 들이민다. 두어시간 저수지 바닥의 진흙을 밟으며 손님들의 탄성을 즐기고 돌아와 잡아온 새우들에게 깨끗한 우물물을 갈아준다.
여기 저기 주위를 둘러보고 정리하고 그때까지 노느라 잠들지 않은 아들을 챙겨 잠자리에 든 시각은 새벽 세시인지 네시인지.
다음날 아침, 모기 뒷다리 사마귀만큼의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를 손님들 대부분은 자느라 보지 못했다.
더 많은 손님들이 속속 마을 어귀를 들어서자 넓던 마당과 밭이 좁아 보인다. 그들과 일일히 인사를 하면서도 금새 그의 장화는 논물을 묻히고 돌아오길 몇 번, 매형과 누나 가족이 서울에서 내려와 들일을 하는데 잔치한다고 소홀히 할 수 없어 아내가 준비해 준 새참을 들고 나가 농부로 일하곤 하는 것이다.
장마 전의 끈적한 무더위가 느껴지는 오전 햇살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단지 안의 느릅나무를 걷어내고 깨끗이 손질한 닭들을 집어넣고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잠시후 보면 잔 나무가지들로 불쏘시개를 깡똥하게도 묶어 쌓는다.
어찌 보면 아내의 친구들 모임이기에 약간은 쑥쓰럽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정식적인 방안 모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논과 밭과 집을 오가며 스치는 손길로도 화초나 채소 주위의 풀을 뽑고 이왕 가는 길에도 발길로 흙을 북돋운다.
그는 즐겁다.
그를 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는 땅을 사랑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친구들을 사랑한다.
그런 그를 보는 것은 큰 감동이다.
떠나오는 길에 마지막 본 그의 헝클어진 머리는 잊기 힘든 모습이다.
또 하루가 지나 장마가 시작되어 비내리는 오후이다.
아마도 지금 그는 회색 우의를 입고 삽을 어깨에 메고 논 물꼬를 살피고 있지 않을까.
그래요.. 바지런한 그의 발길을 쉽게 잊지 못하는 재두님.. 재두님의 눈길 닿는 곳에 우리 모든 님들의 눈길이 함께 닿았기를 바라고.. 그 검게 그을리 얼굴에 가득한 미소를 잊지 않기를 함께 소망합니다. 이틀동안의 편안함을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시골친구님.. ♡해유~~~
마야의 사랑스런 바람막이이신 시골친구님의 모습이 눈에 보지 않아두 너무 사랑스럽구 보기에 아름답습니다,,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그런 시골친구님을 예사로히 보아 넘기지 않으신 재두님의 세심한 눈썰미에도 박수를 보냅니다...암튼 모든 분들이 다 수고하여 멋진 정모를 마치셨군요...풍경이여~~~홧팅!!!!
제가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자세히 들려 주셨네요. 사빈 아버님과 마야 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뵌 재두 님께서도 얼마나 멋진 분 이신지 알 수 있었습니다.새우 잡는다고 저수지에 도착하자 바로 양말까지 벗어 던지고 서툰 솜씨지만 쪽대를 받아들고 저수지 물을 밀고 다니는 모습이 마치 힘들게 일
재두님. 자꾸 눈물이 고입니다. 너무 좋은 가족을 얻었다는 생각이 어제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저를 울리네요. 물젖은 화장실 바닥을 손빠르게 훔쳐 줄때부터 재두님이 나의 부족한 신체중 한 곳이라는 느낌을 마음에 간직했습니다. 사모님의 닉은 제가 정했습니다. <선녀>라구요, 금방 뵙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재두님 안 보신부분까지 시골친구님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네요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하고 부인과 아이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죠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사는 마야와 아이들은 행복하답니다
그래요.. 바지런한 그의 발길을 쉽게 잊지 못하는 재두님.. 재두님의 눈길 닿는 곳에 우리 모든 님들의 눈길이 함께 닿았기를 바라고.. 그 검게 그을리 얼굴에 가득한 미소를 잊지 않기를 함께 소망합니다. 이틀동안의 편안함을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시골친구님.. ♡해유~~~
뒷뜰 내리막길에 세워둔 드럼통에 쓰레기를 모아 태우시던 시골친구님. 뒷산 휘파람새가 잠들고도 한참후에 잠드시는가 싶더니...저도 헤어질때 바지런한 그분의 눈썹위에 잔잔히 맺힌 땀내음을 기억합니다.
마야의 사랑스런 바람막이이신 시골친구님의 모습이 눈에 보지 않아두 너무 사랑스럽구 보기에 아름답습니다,,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그런 시골친구님을 예사로히 보아 넘기지 않으신 재두님의 세심한 눈썰미에도 박수를 보냅니다...암튼 모든 분들이 다 수고하여 멋진 정모를 마치셨군요...풍경이여~~~홧팅!!!!
재두님, 윗글 읽는내내 시골친구님에 일기장을 전해받으셨나했네요. 뒷마당에 차양칠땐 저만 있었던것 같은데 엥? 글고 우렁도 낮에 시골친구님께서 오토바이타고 얼른 잡아오신것도 그렇고 저야 일찍 갔으닌까 시골친구님에 노고를 젤 많이본듯한데, 재두님은 어찌 다 알았을꼬나?
넓은 이마와 앞섶에 굵은 땀방울을 적시며 느릅나무를 잘게 손도끼질하시던 모습에 사람사는 모습의 정답을 보는듯했답니다. 시골친구님에게 언제나 행복이 함께 하길 바라고요. '재두'님 님의 바지런함과 편안한 모습 다시 볼 수 있길 바랍니다. ^^*
제가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자세히 들려 주셨네요. 사빈 아버님과 마야 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뵌 재두 님께서도 얼마나 멋진 분 이신지 알 수 있었습니다.새우 잡는다고 저수지에 도착하자 바로 양말까지 벗어 던지고 서툰 솜씨지만 쪽대를 받아들고 저수지 물을 밀고 다니는 모습이 마치 힘들게 일
하시는 아버지를 도와 드리려는 소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맨발로 걸어서 집에까지 오시는 모습 을보고 편안하고 좋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녀 님께서도 재두님 못지 않게 좋은 분이시던데 빨리 저희 풍경에서 뵙고 싶네요
재두님. 자꾸 눈물이 고입니다. 너무 좋은 가족을 얻었다는 생각이 어제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저를 울리네요. 물젖은 화장실 바닥을 손빠르게 훔쳐 줄때부터 재두님이 나의 부족한 신체중 한 곳이라는 느낌을 마음에 간직했습니다. 사모님의 닉은 제가 정했습니다. <선녀>라구요, 금방 뵙기를 바랍니다.
재두님!이토록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니 미처 제가 알지못한 그 노고와 수고로움에 눈물이 나는군요.잠깐씩 시골친구님의 얼굴을 스치듯 바라보면 피곤하신 모습이 역력하신대도 쉴틈없이 두루 살펴주시는 마음에 저도 박수를 보내드립니다.정말 우리님들 수고많이 하셨읍니다.고맙습니다.
마야님부부의 넉넉한 배려..감사드립니다..고향같은 편안한 곳이었어요..남편과 함께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턱밭의 옥수수가 아직 여물지 않았더군요..옥수수 여물면 서리하러 가겠습니다..^^
시골 친구님과 몰래 데이트라도 한건가요? 앉아서도 구만리였네요 다시한번 땀흘리며 종종걸음 하시는 사빈아빠의 모습떠올리며 가슴 찡해옵니다 싸이버에서 만난 내아내의 친구들을 위해 이것 저것 ..혹시나 불편한게 없을까 두루 보살펴주신 사빈아빠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안보이는 곳까지도 마음으로 읽을 줄 알고 예리한 눈을 가지신 재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선녀님도 기다립니다
섬세하신 재두님의 글을 대하면서 가슴속 깊이 뭔지모를 아름다움이 마구마구 용솟음 치는걸 느껴요.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신 재두님의 시선에 잡힌 아름다운 사빈 아빠의 모습... 닮고 싶고 배우고 싶어요.. 예쁜 마야님 가족!!.. 언제나 행복하세요.^^*
아! 그러니까 정모 후기네요 겉으로 드어나지않은 바깥분의 노고를 정말 잘 표현해주셨네요 가보지못한저도 간듯 바같분의 노고가 그려집니다 뜻깊은 정모 축하드립니다
어쩜 두분이 친구분이신가요. 세밀하게 보시는 재두님, 보이지 않는곳에서 외조?를 잘하신 마야님의 훌륭한 낭군님! 못본저에게도 훤하게 그려지네요. 풍경이 그리는 수채화같은 정모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