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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유럽에서 인간과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가.
식물학을 바탕으로 유럽 나무의 문화사를, 나무를 통해 유럽 민속의 기원과 양상을 꿰어 낸 고전!
『나무 신화』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숲과 나무의 자연사와 문화사, 유럽에서 친숙한 35가지 나무들에 깃든 신화와 전설, 민속, 언어 등을 다룬 책이다. 독일의 여성 생태 활동가였던 도리스 라우데르트의 저작으로, 1999년에 처음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판을 바꾸며 널리 보급된 이 분야의 고전이다. 식물학을 전공하고 가르친 저자는 기존의 식물학에서 소외된 나무의 문화적 의미와 그 가치를 살핀다. 고대 중근동과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북유럽 신화, 언어와 민속, 민간의 속담과 민담 중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옛 유럽 사람들이 파악한 나무의 특성과 문화적 맥락을 소개한다. 룬 문자, 프레야 여신 숭배, 마녀와 요술 지팡이, 나무와 숲의 부산물로 먹고, 집 짓고, 불 때고 살아 온 유럽 민간 문화의 저류가 드러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유럽 문화를 기독교와 모더니즘이 장악하기 이전, 평범한 사람들이 나무와 숲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물론, 그를 통해 생활 문화와 믿음 체계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생소하기도 한 문화 맥락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 독자들을 위해 900개가 넘는 각주와 지도를 덧붙였다. 다양한 역사적 도판, 미술품과 아름다운 사진들이 식물의 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와 일반인들에게 폭넓은 지식과 관점을 선사한다.
👩🏫 저자 소개
도리스 라우데르트Doris LAUDERT, 1942~2012년
독일의 여성 식물학자로, 생물학을 전공하고 생물 교사로 재직했다. 평생 식물을 주제로 수많은 기고와 강의를 펼치고 식물학 답사를 주관했다. 삼림 관련 공공 기관, 관광청, 시민 사회 단체 등에서 자연 생태 보호와 식물의 의미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남긴 저서 『나무 신화(Mythos Baum)』는 2004년 초판 이래 여러 차례 개정되며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독일어 문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목차
00 나무의 삶처럼 길었던 번역 여정을 돌아보며 | 이선 [006]
00'1 숲의 문화사 [Kulturgeschichte des Waldes] [020]
00'2 신화 속의 나무 [Der Baum im Mythos] [082]
02 개암나무 [Der Haselstrauch ; Corylus avellana] [144]
03 너도밤나무 [Der Wacholder ; Fagus sylvatica] [156]
04 노간주나무 [Die Ulme ; Juniperus communis] [182]
05 느릅나무 [Die Ulme ; Ulmus sp.] [202]
06 단풍나무 [Der Ahorn ; Acer sp.] [218]
07 딱총나무 [Der Holunder ; Sambucus sp.] [230]
08 독일가문비 [Die Fichte ; Picea abies] [242]
09 들장미 [Die Heckenrose ; Rosa canina] [260]
10 마가목 [Die Eberesche ; Sorbus aucuparia] [280]
11 무화과나무 [Die Feige ; Ficus carica] [296]
12 물푸레나무 [Die Esche ; Fraxinus excelsior] [318]
13 밤나무 [Die Edelkastanie ; Castanea sativa] [332]
14 배나무 [Der Birnbaum ; Pyrus pyraster] [346]
15 버드나무 [Die Weide ; Salix sp.] [362]
16 벚나무 [Der Kirschbaum ; Prunus avium] [384]
17 사과나무 [Der Apfelbaum ; Malus sylvestris] [398]
18 산사나무 [Der Weissdorn ; Crataegus sp.] [420]
19 서어나무 [Die Hainbuche ; Carpinus betulus] [432]
20 소나무 [Die Kiefer ; Pinus sylvestris ] [442]
21 송악 [Der Efeu ; Hedera helix] [462]
22 오리나무 [Die Erle ; Alnus sp.] [472]
23 올리브나무 [Der ?lbaum ; Olea europaea] [484]
24 월계수 [Der Lorbeer ; Laurus nobilis] [508]
25 은행나무 [Der Ginkgo ; Ginkgo biloba] [518]
26 잎갈나무 [Die L?rche ; Larix decidua] [532]
27 자작나무 [Die Birke ; Betula pendula] [542]
28 전나무 [Die Tanne ; Abies alba] [562]
29 주목 [Die Eibe ; Taxus baccata] [574]
30 참나무 [Die Eiche ; Quercus sp.] [594]
31 포플러 [Die Pappel ; Populus sp.] [624]
32 플라타너스 [Die Platane ; Platanus sp.] [642]
33 피나무 [Die Linde ; Tilia sp.] [652]
34 호두나무 [Der Walnussbaum ; Juglans regia] [672]
35 호랑가시나무 [Die Stechpalme ; Ilex aquifolium] [684]
추천 도서 [698]
역사적 인용문의 출처 [700]
찾아보기(인명) [703]
📖 책 속으로
숲이 성글어질 때마다 농부들이 목재를 남용하고 마구 써서 그렇다며 비난받았다. 그러나 낭비의 정의는 무엇보다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되며, 그 기준 또한 대단히 애매하다. 시골에서는 마차 3대 정도의 땔감으로 겨울을 버텼지만, 도시의 가정은 8대분을 배당받아 훈훈하게 났다. 목재를 아끼지 않기로는 귀족의 저택이며 성도 있었으니 한 번 지을 때마다 수천 그루 최고급 목재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농부들은 제 집을 수리할 목재도 힘겹게 구했다.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Joseph II) 재위기인 1784년에 영악한 장관 하나는 절약을 내세워 기이한 발상을 제안했는데, 바로 ‘재활용 관(Sparsarg)’이다. 무덤에서 하관할 때 관 바닥이 열리며 시신이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나면 관만 끄집어올려 다음 장례에 또 쓰는 것이었다. [074쪽]
숲속 정령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전기톱의 굉음이라고는 들리지도 않던 어떤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기독교로 겨우 개종한 ‘미개인’의 마음을 끊임없이 사로잡았기에, 교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변신을 다시금 감행해야 했고, 그렇게 해서 숲속 정령들은 ‘가련한 망령(armen Seelen)’으로 전락했다. 교회 장로들은 “숲에 귀가 있다
(Aures sunt nemoris)”며 엄포를 놓았다. 이 때 그들이 말하는 숲이란, 평범한 숲이 아니라 신성한 숲 ‘네무스(nemus)’였다. 숲속에 생기를 불어 넣던 정령들이 우리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져 버린 것은 기독교 교회의 극성맞은 선교 탓일까?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암흑의 존재들을 물리침으로써 그들의 존재는 떳떳이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즉, 오로지 증명할 수 있는 사실만 받아들이려고 하는 오늘날 우리의 과도한 합리주의 사고 방식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088쪽]
게르만족 선조가 거행하던 ‘봄의 제전’은 원래 5월 1일 저녁부터 시작했으며, 이 때 대지의 어머니가 하늘과 결혼해 풍요를 낳기를 봉축했다. 이것이 ‘히에로스 가모스(hieros gamos, 성스러운 결혼식)’로 사제 한 쌍이 대
행하던 의식이었으나, 기독교 시대에 들어가면서 야만스럽고 광란하는 ‘발푸르기스의 밤(Walpurgisnacht)’으로 변질되었다. 이 결합이 내려 줄 축복의 힘, 즉 새로 소생하는 생명력을 확신하던 민중은 마을과 들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꼭 참여했다. 이렇듯 게르만족이 하루의 시작을 그 전날 밤부터로 간주했다는 사실은 [타키투스가 『게르마니아』에서 이해하지 못한 채 기록했듯] 오늘날에도 성대한 축제를 할 때면 흔히 전야제를 여는 까닭을 해명해 준다. [112쪽]
게르만족은 계절의 변화를 빛과 어둠의 투쟁이라 보고, 동지는 새로운 생명을 깨우려고 태양이 겨울의 어두운 힘과 투쟁하는 시기로 여겼다. 이것이 12일이 걸리므로 이른바 ‘십이야(Zw?lften)’, 또는 라우네흐테(Rauhn?chte)라고 하는데, 낮의 길이가 알아차릴 만큼 길어져서 투쟁에서 태양의 승리가 명백해질 때까지를 이른다. | “날은 점점 밝아지네 / 성탄까지는 수탉의 걸음만큼 / 새해까지는 사슴이 뛰는 만큼, 성촉절(2월 2일)까지는 한 시간만큼.” | 신들에게 바쳐진 ‘십이야’ 기간에는 고된 노동이나 사냥을 금했고, 어느 법정에서나 화해가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신에 대한 경배의 표시로 불을 지피고 제물을 바쳤다. 그러는 사이에 신들은 천상의 거처인 발할라(Valhalla)를 나와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간과 대지에 두루 가호를 내린다는 것이 게르만족의 믿음이었다. 이 행렬의 맨 앞에는 보탄[Wotan, 게르만족 최고의 신인 오딘(Odin)]이 그의 아내 프레야(Freya, 대지의 여신)와 나란히 섰다. [116쪽]
13세기에 독일의 궁정 시인 하르트만 폰 데어 아우에(Hartmann von der Aue)는 “교양 있는 기사(騎士)가 있었으니 책(Bouchen)에 쓰인 것을 읽을 줄 알고, 곧 쓸 줄 알았다.”고 썼다. 독일어에서 ‘부헤(Buche, 너도밤나무)’와 ‘부흐(Buch, 책)’ 사이의 유사성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어떤 이들은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1398?~1468년)가 애초에 너도밤나무 목재로 활자를 만들어 인쇄한 데서부터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실은 철자(綴字, Buchstaben)를 뜻하는 옛 고지 독일어 낱말 ‘부오슈타프(buohstap)’와 관련이 있다. 게르만의 ‘룬(Rune) 문자’가 너도밤나무 막대기(Buchen-St?be)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164쪽]
어머니신이 홀레 아주머니가 되었다는 소문은 금세 퍼져 나갔고, 기독교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나무에 대한 숭배는 처벌받는다는 위협과 함께 금기시되었다. 원래 모신이었건만 이제는 수확을 망치고 십이야(十二夜) 기간 동안 밤마다 못된 짓을 일삼는 행패꾼이라는 비난을 견뎌야 했다. “홀레 아주머니는 처음에는 훌륭한 여자였지만, 나중에는 거친 껍질만 남은 속 빈 나무와 같다.”고 헤센주(Hessen)의 마녀 기록에 적혔듯이 말이다. 그러나 딱총나무의 영험은 끄떡이 없었다. 오히려 병을 가져가는 나무로 여겨졌다. [239쪽]
🖋 출판사 서평
“유럽 나무에 관한 고전 : 독창적 시각, 읽는 즐거움”-숲과 나무는 지구와 인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신들이 정좌하는 자리였고, 마을의 재판정이었으며, 뭇 생명들의 피난처였다. 힘과 풍요를 북돋고, 식량을 베풀며, 땔감과 서까래를 대어 주었다. 유럽에서 인간과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가. 이 책 『나무 신화(Mythos Baum)』는 태초의 신화로부터 오늘날까지, 잎과 열매와 목재로, 향과 소리와 빛깔로, 예술과 과학과 민속으로, 끊임없이 존재들을 치유해 온 나무들의 이야기를 짚어 낸다. 몸의 질병을 막고, 공동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받은 영혼을 거두어 들인다. 지난 시대의 공예와 만담과 민속도 나무를 통해 생기를 얻어 치유의 효능을 발휘한다. 인류가 미래에도 지참해야 할 신비한 약이 아닐까. 저자 도리스 라우데르트(Doris Laudert)는 과학적 성취를 넘어서 나무들과 교감했다. 저 끝없이 푸르게 잎을 틔우는, 저 죽어서도 영험한 나무들이야말로 하나의 신화[Mythos Baum]인 것이다. [뒷표지글]
- 에덴 동산의 선악과는 무슨 나무 열매일까?
- 고딕 교회는 건축으로 형상화한 정령들의 숲이다
- 감자가 들어오기 전 유럽 서민들은 무엇을 주식으로 삼았을까?
- 룬 문자가 작대기로 그은 형상인 까닭
- 크리스마스 트리야말로 참된 기독교도라면 마땅히 싫어할 풍속이지!
독창적 시각으로 엮어 낸 유럽 식물의 문화사
동양 사람과 서양 사람은 긴 세월 서로 다른 문화를 전개시켜 왔고, 수백 년 전과 오늘날의 인간은 전혀 다른 문명을 구가한다. 하지만 그 때도 지금도 계절의 흐름, 나무와 풀, 그리고 거대한 숲 속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울창한 숲속에서 보는 밤하늘의 별들, 바위 틈의 늙은 나무에 피는 새잎, 그런 광경을 마주쳤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신비감과 경이로움, 경외감과 환희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무를 통해 지구의 대지와 대화하고 하늘과 대화하고 먼 옛사람들과도 대화한다. 옛 사람들은 신화나 전설로 그 대화의 통로를 열어 두었다. 나무에 얽힌 창조 신화와 온갖 미신과 속담과 날씨점은 아시아나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만 있지 않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과 달리 자연을 인간이 싸워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겼다는 것도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그에 대한 합리적 대응으로서 숲과 나무의 효용을 목재의 경제성이나 산소 배출량, 기후 변화 조절 수치로 측량해 보호를 외친다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독일의 여성 식물학자이자 생태 운동가였던 도리스 라우데르트(Doris Laudert)의 『나무 신화(Mythos Baum)』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나무와 숲이 의미하는 바를 조망한 독창적인 저작이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유럽 문명은 숲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재, 식량, 땔감, 꿀, 유리, 소금, 타르, 약재, 술 등 실생활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숲과 나무로부터 얻어졌다. 바다에 면하지 않고 척박한 유럽 내륙에서 나무와 숲의 의미는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마을의 나무는 재판정이거나 제대, 기도처였다. 오월주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사람들이 모여 즐길 때면 나무를 높이 세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땅에 뿌리박은 숲과 나무 아래에 모이고, 위로받고, 즐기고, 치유했다. 유럽에서 흔하고 친숙한 35종의 나무들을 다룬 이 책은 인류와 나무의 역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기록한 유장한 서사시라고 해도 좋다.
자연 과학과 인문학, 예술을 입체적으로 직조한 35가지 나무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저자는 나무의 생물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그에 관련된 신화와 전설, 역사와 민속 등 문화적 유전자를 발굴해 내었다. 디오스코리데스, 마티올리, 메겐베르크, 힐데가르트 폰 빙엔 등 시대별 본초서들과 다양한 근대의 민속지, 역사서의 기록을 방대하게 집대성했다. 대개 나무를 주제로 한 책들과 달리 자연 과학이나 인문학의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식물학, 역사, 민속, 문화인류학, 신화, 문학, 언어, 의학, 기술 과학, 예술 등을 망라해 다채롭게 구성했다. 각각의 분야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직조해 낸 내용은 독특한 문양처럼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우선 책의 앞부분에 「숲의 문화사」와 「신화 속의 나무」라는 두 편의 개론이 먼저 등장하는데, 하나의 책자로 따로 엮어도 될 만큼 방대하다. 「숲의 문화사」는 지구에서 숲이 형성되어 온 과정과 유럽의 역사에서 물리적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숲과 나무의 역사를 개관하며, 「신화 속의 나무」에서는 여러 문명의 창조 신화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기독교, 북유럽 신화, 민간 설화와 근대의 풍속에 이르기까지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개관한다. 이 개론을 바탕으로 감귤부터 호랑가시나무까지 유럽에 친숙한, 그리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35가지 나무들을 자세히 다룬다.
생명의 지구를 향하는 대안적 시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자 의미는 근대 문명이 뒤덮기 전 유럽의 일반 백성, 농민과 마을 공동체를 중심에 놓고 그들의 삶 속에서 나무와 숲의 의미를 서술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나무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문명, 왕조 중심의 정치, 전문적인 과학사 등의 분과에서 서술한 기존의 역사서들에서 볼 수 없는 생생한 유럽 민중의 삶이 드러난다. 근대 이전 마을에서 숲(forst)과 빈터(locus neminis)의 의미는 각각 무엇이었는지, 삼포식 농법과 혼농임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왕과 영주들이 선포한 갖가지 산림법들은 어떤 배경을 지시하는지, 독일 관습법은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 알프스의 산간 마을의 한해 살이는 어떤지, 중세 미네쟁어들의 노래에 깃든 의미는 무엇인지 등등 나무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학문 용어의 어원이나 개념의 배경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각 나무와 관련된 시와 문학 작품도 풍부하게 소개되어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상식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그런 일화들을 통해 결국 저자 도리스 라우데르트가 전하려 한 것은 지배 계급의 역사에서 사라진 민중의 삶이다. 기독교가 그토록 덮으려고 애썼지만 끈질기게 남은 민간 신앙과 마법의 세계다. 근대 과학과 의학의 뿌리가 닿아 있는 연금술과 약초학이며, 신성한 지모신과 원초적인 여성성의 위대한 복권이다. 도리스 라우데르트(Doris Laudert)의 『나무 신화(Mythos Baum)』는 이 분야에 관한 독일어권의 고전으로 자리잡아, 수많은 문헌과 연구가 이 책을 참조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들이밀지 않는다. 끊임없는 사실과 기록들의 소개일 뿐이다. 하지만 나무와 숲이 품어 준 이 모든 약자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서양과 동양을 관통하는 문화적 원형들을 놀랍게 만난다. 지구 환경 위기의 시대에 이 거의 절멸한 신화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섬세한 번역, 아름다운 편집
전통 조경을 연구해 온 식물 생태학자 이선은 독일 유학 시절부터 이 저작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했다. 독일어 고어와 알프스 사투리, 농민들의 전승과 북유럽 신화까지 종횡무진하는 이 책의 번역부터 출간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식물 전문가인 이선과 수류산방 편집부가 함께 읽으며 고치고 다듬기를 수 년간 거듭해, 원문의 흐름에 최대한 가까우면서도 번역투를 벗어나도록 했다.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800개 이상의 주석을 새로 달았다. 한국은 물론이고 독일에서도 멸실된 개념이나 관습이 많아 주석을 작성하는 것은 하나의 연구 저술에 맞먹는 작업이었다. 소주제별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편집했다. 저자가 직접 구해 원서에 수록한 수많은 역사적 도판과 뛰어난 사진에 더해 식물학 삽화, 미술 작품, 근대 인쇄 매체 기록까지 더욱 보완해 서술된 내용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표지 디자인부터 본문의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지면들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