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단풍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제멋에 취하여 축제를 방불케 한다. 비단 이곳 강천산의 모습만은 아니다. 가을 산은 어디나 경연장이 된다. 도토리는 도토리대로 키 재기를 하고 있다. 축제와 경연이 끝나야 모두 지우고 털어 빈 가지 빈 마음으로 겨울을 맞는다. 그래야 홀가분해진다. 아무래도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부담스럽다. 동안거에 들어가서 겨울을 이겨내야 봄을 맞을 수 있다. 새봄의 산뜻한 마음가짐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런 꿈이 있으면 지난날은 잊어도 좋다. 앞날에 걸어보는 희망이 생겨야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꿈을 지니고 있어야 겨울이 두렵지 않다. 강천산에 왔다. 가을 산은 유명한 산이 아니라도 후끈 달게 한다. 사실상 한해의 활동을 마무리 짓는 졸업이다. 열매는 열매대로 때깔이 곱고 맛이 좋게 익어야 수확하는 손길이 떨릴 만큼 흐뭇하게 한다. 잎은 잎대로 곱게 물이 들어서 울긋불긋 꽃 잔치 못지않다. 꽃에서 보지 못한 한 해의 몸부림이 들어있다. 어디에 저런 빛을 감추고 틈틈이 준비했다가 내놓는 것인지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불길이 온 산자락에 불붙은 것 같다. 연기도 없이 타오르다 아낌없이 쏟아내는 낙엽이다. 빈 나무가 되어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지난봄보다 더 성숙해졌음을 알 수 있다. 몸통이 굵어지고 어깨가 떡 벌어졌다. 새빨갛고 노랗게 농익은 단풍잎은 마치 끼를 발산하는 것 같다. 등산객이나 관광하는 사람까지 울긋불긋한 의상은 단풍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접목된다. 많지 않은 냇물이지만 수정과라도 담그듯 갖가지 단풍잎이 물에 잠겨 물빛마저 곱게 물들이고 있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병풍폭포나 구장군폭포의 물줄기는 타들어 가는 가슴속까지 후련하다. 다만 자연산이 아닌 인공폭포라는 것만 잠시 가슴에 묻어두면 된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자연의 아름다움 못지않다. 사람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자연에 보완작용하는 것을 보며 너무 능청스러워 새삼 감탄스러움에 빠져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