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오마이뉴스에서 퍼온것입니다
1. 90년대 초 - 최고였지만 시련의 1994 월드컵
90년대 초반, 현대축구에 압박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우승 92년 유로 우승으로 장식했던 독일의 당시 경기력은 '명불허전'이었다. 3-5-2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중앙압박능력과 철통 같은 수비력, 거기에다가 결정력 높은 공격진을 갖추고 있었던 그들에 견줄 만한 국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사실 당시 독일팀의 선수 구성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공격진에는 선수로서 절정기를 맞고 있었던 클린스만과 헤슬러 그리고 은퇴를 앞둔 시점이었지만 독일축구 역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평을 들었던 푈러가 건재했다.
독일팀의 전통적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중원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마테우스와 이미 강력한 중원장악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던 에펜베르그 등이 버티고 있었다. 유럽최고의 골키퍼 일그너와 브레메·쾰러 등에 신예 잠머가 가세한 수비진의 위용도 다른 포지션에 못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공수 균형이 다른 팀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었다.
부진의 원인은 1990년 월드컵 우승 이후 전력과 전술운용이 상대에게 너무 노출·모방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체격과 체력을 앞세워 중원을 장악하는 독일 축구의 스타일은, 라이벌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더 이상 유별날 것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현실에 안주해 90년 우승신화의 선수들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것은 '자승자박'이었다.
2. 90년대 중반 - 망한부자를 3년간 먹여살린 마티아스 잠머
월드컵에 세 차례나 우승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세계최강으로 인정받은 적은 1990년밖에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58년에는 푸스카시가 이끄는 헝가리가 단연 세계 최강이었고, 1974년에는 크루이프의 네덜란드가 최고의 팀이었다. 축구팬들은 독일의 우승을 언제나 '이변'으로 이해했다.
이에 비해 90 이탈리아 월드컵의 우승을 '이변'이라고 말하는 축구팬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시기를 만들어 낸 선수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로 96은 (그들 자신을 위해서) 독일이 우승해서는 안 될 대회였다. 지나치게 수비에 치중한 나머지 그들의 팀 속도는 너무 느렸고 '부동의 원톱' 클린스만의 선수생명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대교체와 다이내믹한 전술운용을 더디게 만든 장본이기도 한) 잠머가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도 없었다.
특히 스위퍼를 담당했던 잠머의 활약이 없었다면 독일의 우승은 요원했을 것이다. 잠머는 이미 유럽 최고의 리베로로 인정받고 있던 선수였다. 그의 탁월한 수비 지휘능력과 활발하고 정확한 공격가담으로 독일은 수비수가 다섯명이어서 공격수가 부족한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결국 독일은 경기당 1.17골이라는 극심한 빈공을 펼치고도 우승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었다.
우승은 이 모든 결점들을 잠재우는 명분이 되었다. 1997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고 그해 유럽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던 절정기의 잠머에게 다가온 '치명적 부상과 갑작스러운 은퇴'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그에게 의존한) 독일팀에 분명한 재앙을 가져다 줄 터였다.
3.90년대 후반- 동네북신세
월드컵에서 포그츠 감독은 잠머의 역할을 마테우스가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마테우스는 분명 '잠머가 아니었다!'. 마테우스의 미덕은 지칠 줄 모르는 활동력과 강인한 승부근성이었지, 경기를 주도하는 축구센스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상황은 유로 96과 비슷하게 돌아갔고, 세대교체를 단념한 선택이 또 한번의 우승을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더 이상의 행운은 없었다. (8강전에서) 전반에 한명이 퇴장당한 이후, 좀처럼 그들은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처녀출전국(크로아티아)에게 3-0 승리를 선사해주고 말았던 것이다. 이로 인한 결과는 '처절함' 그 자체였다.
브라질과 미국에 영패를 당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1999년 멕시코 대륙간컵이 그 전주곡이라면, 유로 2000의 치욕은 '절정의 아리아'였다. 포르투갈에 0-3의 참패를 당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해버린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망감을 넘어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였다.
00년대 초반- 완만하며 분명하게 진행된 리빌딩
푈러는, 플랫 형태의 쓰리백 라인을 구축하여 리베로 시스템의 '잔상'을 제거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였다. 또한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의 윙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중원에는 공·수 능력을 겸비한 멀티 플레이어들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3-4-1-2 포메이션은 이러한 전술 구상에 가장 적합한 전형이었다. 수비진은 '잠머의 후계자' 노보트니를 중심으로 안정감을 빠르게 회복했고, 측면에는 공격형 윙백의 전형인 지게에 다이슬러·슈나이더·아사모아 같은 빠르고 테크닉이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가세하였다.
중원에는 발락·프링스 같은 젊고 역동적인 선수들과 하만·예레미스,·라멜로프 등의 베테랑들이 조화를 이루었다. 상당한 수준의 압박능력을 소유한 중원에 세밀함을 덧입히는 역할은 메메트 숄이나 다이슬러(그는 어떤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었던 진정한 천재였다)가 맡았다.
공격진은 확실히 수준이 떨어지는 모습이었으나, (무릎 부상 이후 확실히 페이스가 떨어진) 얀커를 노이빌레와 신예 클로제 등이 보완해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2000~2001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바이에른 뮌헨에게 안겨준 절정기의 '올리버 칸'이 있었다.
그들은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상대적으로 약체를 만났기 때문에 준우승의 '행운'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일부(아니 다수언론의)의 폄하는, 일리는 있으나 분명 지나친 것이었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카메룬과 아일랜드는 높은 수준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었다. 16강에서 대결한 파라과이는 예선에서 브라질을 밀어내고 2위로 진출을 확정한 팀이었다. 8강전상대 미국은,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을 격파하고 16강에서 멕시코를 2-0으로 '박살'낸 팀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녹슨 전차'였다. 유로04의 조별리그 탈락의 결과만 보면 그럴만했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그들은 네덜란드·체코 등을 상대해야만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강력한 상대와의 대결에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그들은 경기주도권을 한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00년대 중반 - 유로우승을 향해!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일관되게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하는)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전형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우선, 네 명의 미드필더들 모두에게 상당한 수준의 멀티플레이어적 능력이 요구된다. 다시 말하면, 모두가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수비형 미드필더이기도 하고, 때로는 측면공격도 어느 정도는 해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단이나 피구처럼 한두 가지 압도적인 장점으로 특화된 선수는 오히려 이러한 전형에서 도움이 되지 못할 수 도 있다. 발락-슈나이더-슈바인슈타이거(보르프스키)-프링스(켈) 등의 미드필더들은, (화려한 기술이 부족한 대신에) 공·수의 능력을 균등하게 갖추고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두 명의 공격수끼리의 유기적인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점에서 독일은 부족할 것이 없는 것 같다. 흔히 투톱 전형의 정석이라 불리는 빅(타겟)-스몰(새도우) 조합보다도, 클로제-포돌스키의 조합이 더욱 역동적이고 아름답게 보인다. 스피드와 타깃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는 절정기의 클로제와 무섭게 성장하는 신예 포돌스키의 시너지 효과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 대표팀 선수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20대 중반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들 대부분은 유로 2008이 열리는 시점에 선수생활의 절정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독일보다도 2년 뒤의 그들을 훨씬 기대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첫댓글 92년은 덴마크에게 지지 않았나 준우승 했을꺼고 96년이 맞는데.. 지금 또다시 독일이 3-5-2로 돌아간다면 예전 어두운 시절로 돌아갈려나?ㅋㅋ
좀 결과론 적인 시각에 치우쳤군요.. 2002년 독일팀은 성적을 제외하고는 어떤 면으로 봐도 최악이었습니다. 98년 독일팀을 이상하게 저평가 하네요. 경기내용 보면 그럴만한 팀이 결코 아니었는데..
98년은 단지 8강에서 일찍 뵈른스가 퇴장당해서 대패했다고 봐야 하죠/ 퇴장전만 해도 크로아티아를 몰아세우고 있었다던데... 그리고 그 당시의 크로아티아는 정말 강팀이었죠. 퇴장과 함께 순식간에 경기가 역전될 수 밖에 없었겠죠/ 굉장히 안타까운 대회였죠/ 분명 98때 독일은 4강은 충분히 갈 수 있었어요/ 그럼 축구역사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죠/ 뵈른스 본인도 최악의 시간이었을 거예요
마티아스 잠머 같은 선수가 다시 나타만 난다면야. 쓰리백써도 우승 가능.
98년 독일팀은 대회직전 우승후보2순위였습니다. 8강전은 좀 아이러니한게 대회내내 독일 경기력이 형편없었는데 크로아티아전은 왠걸? 경기력이 정말좋았습니다. 유로96떄 독일이 크로아티아에게 정말 고전했는데 98년에는 반대로 독일이 전반초반부터 크로아티아를 엄청나게 압박해들어갔고 경기력이 매우훌륭했는데.. 뵈른스가 43분 퇴장당하면서........ 그리고 경기자체는 독일이 계속주도해갔죠
크로아티아는 당시 카운터어텍팀이였습니다. 독일은 후반 키르스텐과 마샬까지 투입하는 초무개념 을 보여주는데 마샬이 투입한 35분 바로 골먹힙니다. 독일 패인은 그날 최고의 컨디션헤슬러를 빼버린것.. 벨런스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했어야됬는데 포그츠가 골이안나자 무식하게 3톱 4톱까지 사용하거죠.. 헤슬러가 수비력이 되는선순데.. 또한명이 아마 하인리히였나.. 어쩄든.. 그경기는 독일이 자멸한경기입니다
아 추억의 3-5-2 리베로~ ㅋㅋ
크로아티아전은 스코어만 3-0로 받아들이니까.. 엄청나게 못한 걸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98년 월드컵 경기중 독일이 가장 잘한 경기였습니다. 16강전은 완전 졸전이었고 예선에서 유고한테도 밀렸죠.. 토너먼트 이후 실력이 상승되는 토너먼트의 강자 독일 특유의 특징이 나타났는데.. 결과가 이상하게 흘러간거죠..
아마 4강에 진출했다면 결과는 어떨지는 모르지만 경기력은 더욱 좋은 모습을 보였을 거 같습니다. 벤치에 활용가능한 노련한 노장들도 꽤 있었으고요.
사실 당시 포스는 8강전 대패이전까지.. 경기내용이 어떻게 되든 독일이 어떤팀이든 쉽게 질거란 생각은 안하고 비교적 안심하고 대표팀 경기를 보던 그런 시절이죠. 한번 패하면 독일이 어떻게 질수가 있지? 하는 정도로 생각했음..
네 그럴수밖에없는게, 당시 독일은 2년동안 무패행진을 했었으니깐요 ^^(월드컵전 브라질에게 지는바람에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