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로 통일에… 94년생 “내년에도 20대, 어려지니 좋아요”
개정안 통과로 내년 6월부터 시행
“1살 차이라도 형-누나로 불렀는데
생일 따라 나이 달라져 혼란” 지적도
지난 1월27일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한복을 입은 원생들이 손하트를 만들며 새해 인사하고 있다. 2022.1.27 광주북구 제공
“내년에도 ‘20대’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힘이 나네요.”
1994년 4월에 태어난 의사 한상윤 씨는 내년 6월부터 국내 모든 행정에 ‘만(滿) 나이’가 적용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세는나이’(한국식 나이)로는 내년에 30대가 되는데 ‘만 나이’를 적용하면 20대로 1년 반가량 더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법·행정 분야에선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세는나이’, 일부에선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는 ‘연 나이’를 사용하는 등 혼선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국회에서 이달 8일 민법 개정안과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6월부터 별도 규정이 없는 경우 계약·법령에 표시된 나이는 모두 ‘만 나이’로 간주하게 됐다. 국제적으로 ‘만 나이’가 일반적이라는 점도 법 통과의 근거가 됐다.
나이 셈법이 바뀐다는 소식에 시민 상당수는 ‘한두 살씩 어려진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씨처럼 출생 연도 끝자리가 ‘4’인 시민들은 반가움을 드러냈다.
1974년생 자영업자 지모 씨는 “40대와 50대가 주는 부담감은 다르다”며 “인생에서 1년을 한 번 더 사는 것 같아 벌써부터 내년이 기대된다”고 반겼다.
하지만 새 나이 계산법에 따라 호칭을 새로 정리해야 하는 등 혼란스러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생 한상현 씨(22)는 “한 살 차이라도 형, 누나라고 부르는 게 익숙했는데 앞으로는 생일에 따라 나이가 달라질 수 있어 관계가 어색해질 것 같다”며 “한동안은 ‘세는나이’도 함께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고민이다. 내년에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걸 어린 자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2019년생 자녀를 둔 유모 씨(31)는 “내년에 다섯 살이 된다고 좋아하던 아들에게 네 살을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하니 아이가 꽤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최모 씨(35)는 “저학년과 미취학 아이들은 어려지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바뀌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고 했다.
앞서 법제처가 올 9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만 나이 통일’에 관한 국민의견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6394명 중 81.6%(5216명)가 ‘만 나이 통일을 위한 법 개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송진호 기자, 김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