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시들~
내가 우울증에 대해서 글을 찌려고 해.
왜냐면 콧멍에서 쩌리에서 자게에서 자꾸 우울증에 대해 검색하는 나를 발견해서..
또 다른 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글을 남기는거야.
구체적으로는 이런 여시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
- 내가 우울증인가 하는 생각이 든 여시
- 감정을 잘 모르겠는 여시
- 예전과는 다르게 대인관계가 어려운 여시
- 최근 의미없는 소비로 저축을 탕진하거나 빛이 생긴 여시
- 살아 있는데 살아있다는 기분이 안드는 여시
- 좋아 하는게 뭔지 이제 잘 모르겠는 여시
그럼 시작할게.
1.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마음의 좀비
ㅎㅎ...감기 아니야...
약조금 먹고 나아지고, 자연적으로 낫는 그런거 아니야
나는 우울한 기분, 무기력한 기분에서 나를 컨트롤 하려고 노력했어.
솔직히 처음에 노력할 땐 내가 우울증인 줄도 몰랐어.
그냥 내 기분을 내가 컨트롤 하려고 음악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좋게 생각하자고 생각하며 내 우울상자를 더 닫고 외면했어. 그렇게 1년넘게 노력하다가 감당이 안되어서 포기했어.
이때의 내 증상은 이랬어.
- 무기력함
기운없고 아무것도 못하겠어. 살아있는데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의 삶을 사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나 계획, 과거에 대한 의미도 잃었어.
- 다 바꾸고 싶어짐.
얼굴, 이름, 핸드폰번호, 다 바꾸고 싶었어. 이름은 절차가 더 복잡해서 아직 못바꿨지만, 이시기에 난 카드로 쌍수도 하고 폰도 지르고 필러도 하고 다이어트도 해서 10kg넘게 뺐었어. (한달 굶어서 뺌. 나머지 누워서 지냄)
- 누굴 만나는게 힘듬
그 사람이 싫은게 아니고, 그냥 힘든거야. 만나서 뭘하지 무슨이야길 하지, 뭘 입지, 이런 생각을 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회피했어. 약속도 안잡고, 잡힌것도 취소하고, 정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심정으로 지내다가, 폰번호 바꾸면서 잠수를 탔어.
- 즐거운게 없음
원래 좋아하던 취미, 게임, 여행같은 것들이 더이상 즐겁지 않고 부담스러움.
남들이 다 웃기다는 걸 봐도 웃기지가 않음.
- 과도한 소비
원래도 버는만큼 쓰는 스타일이었지만, 버는걸 초과해서 쓰진 않았었어.
근데 주체할 수 가 없더라. 생각없이 소비하고 지출하지 않고서는 내가 못버틸 것같았어. 뭔가가 보였어 그럼 샀어. 석달만에 천만원정도 썼어.
신체적 증상은 요로요로 했어.
- 잠을 잘 못자고 중간에 자꾸 깸
- 자도자도 계속 피곤함, 깊이 못잠
- 잘 기억 못함. 한귀로 들어와서 한귀로 나가는 기분.
- 스트레스 받을때 뒷목~뇌 뒤쪽이 뻐근하게 느껴짐
- 술을 많이 마셔서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 생김
우울한 기분은 감기처럼 지나가기도 하지만, 우울증이 되면 본인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나는 정말 노력했거든..
어쨌든 난 내 기분을 컨트롤 하지 못했고, 그렇더라도 난 이 계기가 아니었으면 그런대로 죽어서 살았을 것 같아.
자살은 안하더라도 갑자기 차에 치여 죽으면 어쩔 수 없지 하고 그런대로 살았을거야.
2. 병원에 가게 된 계기
강남역 사건 이후로, 나는 내가 언제 공격받을 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이 들었어. 그리고 매우매우 화가 났어. 원래도 남자에 대해 좋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강남역 사건 이후로는 너무너무 화가 나서'아 내가 갑자기 공격받아서 죽게되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죽을때 날 공격한 놈도 같이 죽여야 남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겠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후 일주일정도 송곳을 가지고 다녔어.
그런데 이제 걱정이 되더라고. 이때까지는 자가진단으로 난 우울증이구나..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포기했었어서 병원생각은 한번도 안했었거든. 걍 우울하게 지내면 되는거니까.
한 일주일쯤 가지고 다니다 보니 이제 내가 죽임당할 생각을 하고 누굴 죽일 생각을 하니까 이게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라는걸 깨닳았어. 내 우울상자가 내 우울좀비가 되어서 이제 나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가 된 상태 같았어.
실제로 난 이때 우스갯소리로 '나 분노조절 장애야'하고 다닐 만큼 공격적인 상태였어. 알고보니 진짜 분노조절 장애였던거지.ㅋㅋ
병원에 간 진짜 이유는 내 우울증 고치러 간게 아니였어.
내안의 좀비가 다른사람 해칠까봐, 민폐끼칠까봐 갔어.
3. 병원 방문
내가 간 병원은 그냥 회사에서 제일 가까워서, 퇴근하고 바로 갈 수 있는 병원이라 갔어.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이었고, 이름도 수면클리닉이어서 어차피 잠도 잘 못자니까..겸사겸사 하는 마음으로, 콧멍과 쩌리, 자게를 뒤져서 조언을 얻고 방문했어.
그래서 의사에 대한 큰 기대는 안하고 우울증 약이라도 타서 먹자 하고 갔어.
방문하자마자 우울증으로 왔다고 하고 설문지 앞뒤 한장짜리를 했어.
이미 난 자가진단을 열번이상 했던 터라 간단하게 하고 바로 상담 들어갔어.
1과 2이야기 + 좀더 개인적이고 우울의 원인 이야기를 했는데 이외에 추가검사 없이 바로 우울증 진단을 하신 것 같아. 나는 검사비 이런거 안내고 바로 정기적인 상담치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
첫 상담은.. 이제 내가 병원에 왔으니 나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나는 한번도 말해본 적이 없었던 일들을 말해야 하니까 힘들었어. 그래서 좀 횡설수설 하기도 했고.. 40분정도 상담 하고 다음날 바로 다시 오라고 하고 약을 하루치를 받았어.
또 나는 죽을 생각도 없는데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가라'라고 끝에 말씀하셨어.
첫 방문비용은 1만 2천원 이었고 상담후에 더 우울해졌어.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내가 정신이 문제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죽음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더 심해져서 자살하게 되면 어떻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암튼 지금까지도 나는 별다른 우울증 검사는 안하고 계속 상담치료 진행중이야.
잘 들어주시고 적절하게 말씀해주셔서 좋아. 지금은 일주일마다 한번씩 가고있는데 난 가서 상담할때마다 자꾸 울게돼. 그리고 약은 상담하면서 다음 상담까지 먹을 약을 처방받는데 지금 2달째인데 약도 2배가 되었당..ㅎㅎ..
워낙 술에 의존성이 강해서 몰래몰래 술 먹고 있는데, 간이 안좋아지는게 느껴저서 약먹으면 술 안먹고 술먹으면 약 안먹고 하고 있어. 약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에 보통 1만 7천원 ~ 최고 2만 1천 얼마까지 내봤어.
4. 치료 효과
확실히 약을 먹으면 우울한 생각이 덜 들어. 난 예전에도 지금도 덜 우울하려고 노력하는데 약먹기 이전보다 지금이 나아.
예를 들면 문열고 에어컨을 틀면 의미가 없지만, 문닫고 에어컨 틀면 시원하잖아? 약이 문을 닫아주는 느낌이야.
그래도 여전히 잠은 못자고있어. 일찍 잠들어도 두세시간마다 깨고 잠들려고 노력하고..그래서 수면관련된 약은 계속 조절중이야.
기억력이나 어휘도 확실히 나아지는게 느껴져. 사실 이렇게 긴 글을(횡설수설이라도)쓰니까 뭔가 진짜 바뀌고 있는 것 같당..
아 그리고 나는 잠 깊이 못자는 것때문에 수면다원검사도 받았어.
결과는 심리적인 요인과 하지불안증, 수면무호흡증 진단 받았고 비용 겁나비싸..
65만원인데 다행히 보험처리가 되었어.
5. 병원? 상담센터? 본인한테 맞는게 뭔지..가봐야알아..
병원을 다니면서 난 내가 좋아지는걸 수치로 확인하고 싶었어. 그래서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지. 근데 나는 이게 별로였어. 상담자가 너무 본인위주의 방식이라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본인이 말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충고하려는 태도가 기분 나빴어.
그리고 보통 신경정신과라고 알고있지만..정신건강의학과가 정식 명칭이고, 나는 우연히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방문했던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일주일에 한번씩 3~40분 상담과 약물처방을 받고있어.
어떤게 본인한테 맞을지는 잘모르겠어..상담자의 태도가 정말 중요한것같아.
최대한 원인+개인적인 일은 빼고 증상+경험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못할 무기력증은 시시때때 찾아오지만
우울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위안, 자기위로가 필요할때,
그러나 정작 내가 나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때..
그때는 타인, 적어도 의사의 도움을 받는게 좋은 것 같아.
오늘도 쩌리와 콧멍과 자게에다 우울증을 검색해 보다가 글을 남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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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너무 똑같넴 잘읽었어 고마워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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