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Macao)
1952년 미국영화
감독 : 조셉 폰 스턴버그
출연 : 로버트 미첨, 제인 러셀, 윌리암 벤딕스
브레드 덱스터, 글로리아 그레이엄, 토마스 고메즈
필립 안
1952년 작품 '마카오'는 개인적으로 볼때는 평범한 영화입니다. 범작 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작' 정도 입니다. 1941년 '말타의 매' 부터 1958년 '악의 손길(검은 함정)'까지 17년간 지속된 '필름 느와르 전성시대' 에서 워낙 출중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사냥꾼의 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빅 슬립' '이중배상' '길다' '건 크레이지' '셋업' 등 무척 많음) '마카오'는 상대적으로 정말 평범한 영화입니다.
조셉 폰 스턴버그(독일식 발음으로는 요제프 폰 스테른베르크 겠지만 일단 미국에서 망명활동을 했으니 그냥 영어식 표기로 하겠습니다.) 감독 작품인데 1930년대 마를레네 디트리히와 제법 괜찮은 수작을 많이 발표한 인물이지만, '마카오'는 다소 전성기를 지난 후기작입니다. 일단 1941년 이후 11년만의 연출 복귀작이며, 그런 공백이 감각을 무디게 한 모양입니다
로버트 미첨과 제인 러셀이 주연입니다. 제인 러셀이 맡은 여주인공은 1930년대였다면 당연히 마를레네 디트리히에게 돌아갔을 배역입니다.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상당히 천천히 나이를 먹은 여배우로 당시 기준 슈퍼 동안이긴 하지만 50대의 나이에 이런 관능적 여주인공을 하긴 무리였지요. 아무튼 홍콩에서 가까운 도박의 도시, 중국 남부, 포르투갈 지배의 '마카오'가 배경입니다.
마카오행 배에서 우연히 마주친 세 남녀, 관능적 미녀인 줄리(제인 러셀), 방황하는 떠돌이 청년 코크란(로버트 미첨), 장사꾼인 트럼블(윌리암 벤딕스), 이들은 마카오에 도착후에도 같은 호텔에 묵게 되어 다시 만납니다.(이런건 정말 영화에선 찾을 수 있는 우연이죠. 설마 마카오에 호텔이 하나는 아닐텐데), 그런데 그곳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는 할로랜(브래드 덱스터)은 마카오에 새로 입국한 이 세 명의 서구인들을 경계합니다. 할로랜은 마카오의 거부지만 범죄자라서 그곳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자신을 체포하러 경찰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 신분을 가장한 경찰이 왔다는 걸 알게 되고 코크란이 경찰이라고 판단합니다. 이후 그는 코크란을 밀착 경계하지요. 클럽 가수였던 줄리는 노래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할로랜의 매장에서 노래를 하게 되고, 코크란도 직업을 구하러 그곳을 방문하지만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합니다. 그런 와중에 트럼블은 다이아몬드 판매와 관련하여 코크란에게 제안을 하고 보석을 구매할 사람으로 할로랜을 지목했고 할로랜에게 중개를 하면 10%를 주기로 합니다. 돈이 필요한 코크란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할로랜에게 보석을 중개하고 할로랜은 보석 구입을 선뜻 허락합니다. 하지만 그건 경찰로 의심한 코크란을 잡기 위한 미끼였을 뿐, 코크란은 할로랜의 꼬붕들에게 붙잡혀 감금당하는데 할로랜의 여자인 마지(글로리아 그레이엄)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합니다. 사실 비밀 경찰은 트럼블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크란과 썸을 탔던 줄리는 코크란을 비밀 경찰로 오해하고 그가 임무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하고 더구나 마지와 코크란이 특별한 관계라는 오해까지 하면서 코크란에게 실망합니다. 이렇게 줄리, 코크란, 트럼블, 할로랜, 마지 등 5명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전개됩니다.
썩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얼마든지 재미있게 꾸밀 수 있는 내용인데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이 빨리 무뎌진건지 영화는 비교적 평범합니다. 로버트 미첨과 제인 러셀의 로맨스를 기본으로 깔고, 악당과 주인공간의 신경전과 최후의 대결이 벌어지는 내용인데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그닥 재미있게 처리하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건질 요소는 로버트 미첨의 젊은 시절 말끔한 미남 외모이고... 물론 여전히 그는 졸린듯한 표정입니다. 제인 러셀의 관능미도 볼만합니다. 제인 러셀은 1943년 '무법자'에서 관능적인 연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잘 안풀려서 띄엄띄엄 영화에 출연했고, '마카오'까지 9년의 기간동안 출연작은 고작 6편에 불과했습니다 매년 3-4편씩 출연하는 것도 흔했던 40년대 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말 출연작이 없었죠. 30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좀 풀리기 시작했지요. 저는 오래전에 제인 러셀을 처음 알게 된 영화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였는데 20세기의 섹스심벌 이라는 마릴린 먼로보다 훨씬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릴린 먼로가 몸매에서 완전 굴욕이라고 생각되었으니. 그 여배우가 과연 누군가 했는데 제인 러셀이었죠.
아무튼 제인 러셀이 관능미의 클럽 가수, 그리고 소박한 정착을 원하는 여인으로서의 두 가지 분위기를 다 발산합니다. 상대역 로버트 미첨은 아직 한참 젊은 시절인 만큼 근사한 외모지요. 두 남녀의 로맨스의 시작과 끝이 영화의 초반과 엔딩을 장식하지만 중간에 벌어지는 내용은 도박장을 운영하는 악당과 남녀주인공간의 신경전과 줄다리기 입니다. 재미있을만한 내용인데 연출이 좀 아쉬웠고 1시간 20여분 정도의 러닝타임도 뭔가 촉박한 느낌입니다. 글로리아 그레이엄의 활용도 너무 비중이 없게 등장시켰고.
한국계인 필립 안이 할로랜의 똘마니인 중국인 킬러로 등장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당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간혹 필립 안이 조연으로 출연하는 작품들이 있지요. 마카오가 배경이지만 주요 인물은 서구인 배우 5명입니다.
국내 미개봉 작품으로 2013년에 DVD 출시되어 비로소 한국관객들도 볼 수 있게 된 영화입니다. 물론 정식 라이선스 제품은 아닙니다. 그래서 자막이 2% 부족한 것이야 이해하겠는데 황당하게도 DVD표지를 장식하는 건 '마카오' 영화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게리 쿠퍼와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진주 목걸이(Desire, 36년)' 사진들이고 더 황당한 건 뒷편 스토리 소개에는 로베르로 베니니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뭐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출시된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다만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이 마를레네 디트리히와 함께 하던 30년대 영화에 비해서 연출 실력이 확실히 많이 퇴조했다는 씁쓸한 확인을 한 영화입니다. 로버트 미첨과 제인 러셀이라는 근사한 두 남녀는 그냥 덤 입니다.
ps1 : '황야의 7인' 에서의 7인중 유일하게 뜨지 못한 브레드 덱스터가 여기서 도박장 운영자인 할로랜 이라는 악당 역할입니다.
ps2 : 칼라로 만들어졌다면 훨씬 더 멋졌을 작품입니다. 50년대 마카오의 멋지 배경도 잘 보였을테니.
[출처] 마카오(Macao, 52년) 로버트 미첨, 제인 러셀 공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