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16번째 우승을 거뒀다. 한국 대표단은 전체 45개 종목 중 40개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1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5개, 우수상 11개로 35개 종목에서 입상했다. 한국은 1967년 16회 대회 때부터 참가해 1977년 23회 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후 1993년과 2005년 두 차례만 준우승했고 나머지 대회에선 모두 우승했다. 대단한 성과다. 국민들 마음 역시 기쁘고 든든할 것이다.
모두 25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만도 258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세계 최고의 기능인력을 우리가 경제의 살과 뼈로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느냐는 데 대해선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 국제기능올림픽 성적이 한국의 기업과 산업 나아가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에 직업 교육에 대한 기피현상이 나타난 지도 벌써 오래됐다.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한다. 전문계 고등학교들도 기능인 양성이라는 본래 역할보다는 대학 입시교육에 더 신경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사농공상(士農工商)' 의식 탓에 기능인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 같은 제조업 강국, 중소기업 대국의 힘은 수많은 '장인(匠人)'들과 그들을 길러낸 장인정신(匠人精神)에서 나온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5%로 우리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직업학교를 나와 '마이스터'(명장·名匠) 자격을 따면 사회적 존경과 함께 대졸자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다. 독일 중소기업 중엔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숨은 챔피언'이 500개나 된다고 한다. 그 저력이 바로 직업교육에서 나온다.
일본 역시 자식에게 기술을 물려줘 가업(家業)을 이어가게 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5500여개 기업 가운데 일본 기업이 3100개를 넘는다. 일본 경제가 1980~90년대 엔고(高)와 장기불황의 어려움을 버텨낸 데는 기술로 승부해 온 장수(長壽) 기업들의 뒷받침이 컸다. 마쓰시타전기, 혼다자동차를 비롯해 기술자들이 창업해 대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
이제 우리도 기능올림픽 우승에 박수만 보내고 할 일을 다한 척해선 안 된다. 그 성적을 한국 경제의 힘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찾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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