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24(토) 2005-흡연천국 마드리드
아침 9시 45분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타서 파리에서 한 번 갈아타고 저녁 6시 30분 마드리드 도착. 이상하게도 세관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냥 통과.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인 마드리드 공항은 토요일 저녁인데도 너무 한적해서 우리가 ‘마드리드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시골마을에 온게 아닐까’ 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공항에서 바로 연결된 전철타고 숙소가 있는 푸에르타 데 똘레도(도시 똘레도와는 전혀 상관없음)가려고 전철표 사려는데, 역직원들이 그냥 타란다. 표가 없다고 했는데 계속 타라고 해서 그냥 탔다. 혹시 주말엔 무료 아냐? 이건 좋은데 전철에 왜 에스컬레이터 없는 곳이 많은지, 괜히 캐리어 갖고 왔다.
호스텔사이트에서 아토차 역까지 2분거리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그 2분이 걸어서가 아니고 버스로 2분이었는지 걸어가기엔 너무 멀었다. 스페인은 밤문화가 잼있다고 해서 밤에 아토차역까지 걸어갔는데 30분 이상 걸었던 거 같다. 다른 나라와 달리 가게들이 일찍 문닫지 않고 사람들이 좀 많이 오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할 게 없는거 같다. 아토차역은 식물원처럼 꾸며놓아서 기차를 타지 않아도 가서 볼만하다.
아토차역 내부
9. 25(일) 2005-마드리드
스페인의 첫숙소인 gran hotel relyes catholic city center는 1인당 25유로(욕실딸린 트리플룸). 시설은 좋지만 중심가에서 너무 멀어서 담날 아침 일찍 버스타고(요금 1유로) 솔광장으로 갔다.
솔광장이 가까워지자 한나라의 수도답게 번듯한 건물들이 즐비한 거리가 나타난다. 솔광장 근처의 골목마다 호스탈(사설호스텔)간판이 많이 보인다. 보이는대로 들어가서 물어보니 다 “full" 이란다. 방이 없으면 어쩌나 슬슬 걱정될 때, 드뎌 발견. La pilar 호스탈. 3인실 67유로. 친구들이 공동욕실은 안된다고 해서 욕실딸린 방으로 했다. 좀 비싸지만 난 숙소정할 때 위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런대로 만족. 방도 깨끗한 편이고 주인아저씨가 영어도 한다.
이른아침 솔광장에서
친구중 한명이 스페인어를 해서 그렇지 여기 정말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다. 뭘 물어보면 너무나 친절한 나머지 장황하게 설명은 해주는데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아침에 엄청 쌀쌀하다. 오돌오돌 떨며 그랑비아 거리 걸어보고 왕궁으로 갔다. 입장료 8유로. 화려한 과거답게 사치스런 왕궁내부가 장관이다. 사진은 플래쉬만 안터지면 상관안한다. 실수로 몇 번 터뜨렸더니 한번만 더 그러면 퇴장이라며 협박한다.
왕궁
왕궁보고 나오니 점심시간.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보통 10유로 이상이지만 우린 스페인에서 첫 식사를 거하게 하기로 하고 마구 시켰다. 빠에야 2개, 스테이크, 스파게티, 피자, 뭔 콤비가 하는거 각 1개씩. 종업원이 영어를 전혀 못하지만 메뉴판만 가리키면 주문 끝.
다 알다시피 스페인은 빠에야가 유명해서 기대했는데 어찌나 맛이 없고 짜기만 한지, 다들 다시는 먹지 말자고 한다. 피자도 짜다. 스파게티는 괜찮고 고기도 괜찮은 편. 여긴 물을 포함한 모든 음료도 돈을 따로 받는다. 그뿐 아니라 버터 더 달라고 했더니 그 쬐그만 버터도 돈을 받았다. 여긴 우리나라가 아니니 절대 무엇이든 달라고 하지 말 것. 오늘의 교훈이다. 그 맛없는 점심값이 무려 98유로. 팁은 의무가 아니라기에 잔돈으로 줬다.
10유로 넘는 거금에 비해 너무나 맛없었던 빠에야
식당에서 생긴 에피소드. 다 먹고 나니 종업원이 뭔가 묻는다. 커피 마실거냐고 묻는거 같은데, 점심에 너무 돈을 쓴 나머지 소심해진 우리. 저거 돈 받는거 아닐까 하고 물어봤더니 뭐라뭐라 하는데 물론 못알아들었다. 하필 스페인어 하는 친구는 이럴때 화장실 가서 없고. 우왕좌앙 하는데 종업원이 잠깐 기다리라더니 다른 사람을 데려 왔다. 조금 영어 하는데 역시 의사소통이 안된다. 그러더니 또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 마찬가지로 서로 이해 못하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뭐라고 떠들더니 확 가버린다. 맞은편 거울로 보니 셋이서 열심히 회의하는게 보인다. 그러더니 커피가 아니고 빨간 음료를 갖고 온다. 이때 들어온 스페인어 하는 친구가 물었더니 무료다. 술종류 같은데 맛은 그런대로 괜찮다.
프라도 가는길에 한컷
프라도 미술관 가서 책에서만 보던 명화들 보고(일요일엔 무료) 투우장으로 갔다. 매표소가 여러 군데 있다. 모든 매표소가 다 똑같은 가격인데, 하나같이 official price라고 써 있다. 사람이 없는 매표소에서 우린 좀 싸게 살 수 있었다.
가격표는 또 어찌나 복잡한지, 가운데줄이냐 아니냐, 그늘이냐 아니냐에 따라 표가 다 다르다. 물론 스페인어로 써 있어서 스페인어 할 줄 아는 친구가 없었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싼 햇볕자리 구했을 텐데 친구덕에 그늘진 가운데줄 표 샀다. 여기 낮동안의 햇볕은 우리나라 한여름 저리가라 할 정도로 강렬하다.
투우장 내부
써 있는 가격은 19.5유로이지만 우리(6명)가 원하는 17.5유로짜리 표가 2장밖에 없다고 17.5유로에 살 수 있었다. 입장하니 tv에서 보던 원형경기장. 자리도 생각보다 가깝다.
여기 와서 느낀건데 마드리는 흡연천국이다. 어딜가던 여기저기서 피우는 담배연기 때문에 캑캑거린다. 투우장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피우는 담배연기 때문에 매캐하다.
투우는 길다. 2시간 가량. 모두 6마리 소를 죽인다. 첫 번째, 두 번째는 그런대로 흥미있었다. 세 번째부터는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뿐. 똑같은 패턴으로 하기 때문에 좀 지루했다.
세 번째 투우사가 마지막 공격에서 칼의 끝부분까지 들어가도록 소를 찔렀다. 소의 입에서 줄줄 나오는 피. 소가 쓰러지자 손수건을 흔들며 열광하는 관중들. 남의 문화가 미개하니 잔인하니 하는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 투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분명 있을테니. 그치만 잔인하게 느껴지는건 사실이다.
끝나고 나오니 8시. 저녁의 그랑비아로 다시 왔는데 일요일이라 대부분 가게 문을 닫았다. 겨우 이틀째인데 우린 과일이 먹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수퍼같은게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호스탈에 물어보니 조그만 가게가 있긴 한대 지금 문 닫았단다.
그랑비아 거리
낼 아침엔 굶어야할 거 같다.
첫댓글 빠에야 같은경우 아무데서나 드시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지않고 또 많이 짜답니다.. 잘하는집에서 드셨으면 오히려 싸고 맛있게 드셨을텐데... 투우 정말 잔인하죠? 투우의 기원은 농사의풍요를 빌기위함이라는데 이젠 관광객유치를 위한 하나의수단이 되어버렸죠.. 저도 투우는 별로랍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웨이터가 물었던 건 아마 추삐또 한잔 하겠냐고 물어봤던 걸겁니다.. 그 빨간색 작은컵에 나온게 chupito구요.. 알코올 종류로써 일종의 소화제(?) 역활을 하는 겁니다.. 물론 이건 대부분 써비스로 제공하죠.. ^^ 전 이것도 못마십답니다.. 제가 술이약해서 ㅋㅋㅋ
그리고 스페인에서 많이볼수있는 장면 두가지.. 아무데서나 담배피는 사람들.. 백화점에 개들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들.. ^^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많은 스페인은 여자들도 담배를 많이피구요.. 다른유럽국가와는 달리 담배피는사람들이 많답니다.. 이것도 일종의 사는낙이죠.. 스페인사람들에게는요.. ^^
에덴님, 덕분에 여행 잘 했어요. 여러 질문에 답변도 해주시고, 바르셀로나 해산물레스토랑에서는 에덴님 집에 머물던 여자분들 만나 메모해주신 요리 주문하여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