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인명사전’ ‘사적지 탐방’등,
다양하고 찾아가는 교육 사업 추진
민족 자긍심·애국심 고취하고, 독립정신 인식시키는 계기 될 것
지난해 12월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은 하얼빈과 연변 등 만주지역과 남경의 독립운동사적지를 둘러보고 왔다. 그는 영하 20도가 넘는 매서운 날씨를 헤치고 중국 대륙의 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다니며 어떤 험악한 조건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정신을 절감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쉽게 얻어낸 것이 아니며 독립운동이 과거로 끊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가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자기 나라의 역사에 자긍심이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3.1절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만난 윤 관장은 이 말을 강조했다. 자기 나라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야말로 애국심의 뿌리이고 국민 모두가 나라를 사랑할 때 그 나라는 비로소 밝은 미래를 보장받는 튼튼한 나라라는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그는 독립기념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의 독립과 함께 세계 평화를 위해 앞장섰던 자랑스런 독립운동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앓고 있는 갈등을 치유하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맞춰 올해 광복 70주년, 을사늑약 110주년을 맞아 정부와 국민들의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1월 1일 새해 벽두부터 독립기념관에서 공영방송의 뉴스가 진행된 것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때보다 높은 지금이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공감할 수 있도록 계획도 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독립기념관 7개 상설 전시관의 전시 주제의식은 ‘기억과 공감’ 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만행을 기억하면서 독립운동 선열들의 나라사랑 겨레사랑 정신을 공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억과 공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과 평화’를 지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독립기념관은 올해 ‘독립운동가 인명사전’ 편찬, 기념관 전시물 교체,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 남경대도살박물관 및 광주 황포군관학교 기념관의 공동 특별전시회 개최, 천진 한국학교에서의 ‘찾아가는 독립기념관’ 교육 등의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올해부터 2019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독립운동가 사전 편찬은 올해 기념관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다. 독립유공 포상자 1만5000여 명의 생애와 활동, 독립운동의 역정을 30권 내외로 발간할 이 사업은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대외적으로는 평화와 자유를 추구했던 독립정신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윤 관장은 독립기념관을 애국의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애국심, 민족정신’을 언급하면 이상한(?) 사람 또는 보수적이고 편협된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대우받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인식 하에서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랑스럽게 전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숨기려 들기 때문입니다. 조국을 사랑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 그 속에서 진정한 나라사랑 정신과 실천이 동반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윤 관장이 취임한 지는 이제 5개월.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독립기념관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는 확고했다. 그는 국민과 함께하는 독립기념관을 내내 강조하며 장병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역사는 곧 우리 정체성이자 미래를 여는 빛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가 살아야 나라도 살고, 역사가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고 했습니다. 일례로,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나라를 지키는 작은 실천입니다.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생명을 내놓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하셨듯이 우리 국군 장병들의 복무는 되찾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헌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찾아오셔서 815개의 태극기가 휘날리는 독립기념관에서 웅혼한 우리 민족사, 불굴의 우리 겨레정신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프로필 (주)대지 이사, (사)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독립기념관 이사,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 제10대 독립기념관장(첫 여성관장)
● 독립기념관은
독립기념관은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사와 국가발전사를 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복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겨레의 전당이다.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계기로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1987년 8월 15일 개관했다. 394만㎡ 규모에 76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7개 전시관, 4D입체상영관, 태극기 한마당, 밝은누리관, 독립군 체험학교, 101기에 이르는 시·어록비 등 주요 시설이 있다. 연간 150만명이 찾아와 전시를 관람하면서 독립운동사를 이해하고 애국선열의 나라사랑정신에 공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