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절 의심을 경계하라
1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네는 모두 무량수불의 공덕을 찬탄하신다. 너도 옷을 바로 하고 무량수불께 예배하여라."
아난은 서쪽을 향하여 합장하고 무량수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이때에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무량수불의 극락세계와 거기의 보살들과 성문 대중을 뵐 수 없습니까?"
그때 무량수불은 큰 광명을 놓아 시방세계를 비추시니, 금강철위산과 수미산과, 그 밖에 크고 작은 여러 산들과 온갖 물건이 온통 한빛이 되어, 마치 온 세계가 큰 홍수에 잠기어 호호탕탕한 만경창파가 된 것 같았다. 저 부처님의 광명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보살들의 광명은 모두 가리져 버리고 부처님의 광명만이 찬란하게 비치었다.
그때 아난은 무량수불을 뵈었다. 그 위덕이 어마어마하심은 마치 수미산같이 우뚝 솟았는데, 상호와 광명이 환하게 비추시었다. 이 회상의 대중들도 한꺼번에 극락세계의 무량수불 회상을 뵙고자 했더니, 무량수불 회상의 대중들도 또한 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하시는 법회를 보고 있었다. 부처님은 아난과 미륵보살에게
"너희들은 극락세계의 땅 위에서 공중까지 아름답게 비치는 장엄과 여러 가지 물건을 보느냐? 또 시방세계의 중생들에게 설법하시는 목소리를 듣느냐?"
하고, 물으셨다.
"예, 보고 듣나이다."
"아난아, 극락세계에 가서 난 이들이 백천 유순이나 되는 칠보 궁전을 타고, 시방세계에 마음대로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을 보느냐?"
"예, 보고 있나이다."
"아난아, 또 저 세계에는 화생하는 사람 외에 태로 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느냐?"
"예, 보고 있나이다. 그 태로 나는 이가 있는 궁전은 백 유순도 되고 오백 유순도 되는데, 제가끔 그 가운데서 쾌락을 받는 것은, 마치 도리천 위의 사람들과 같아서, 저절로 이뤄집니다."
2 이때에 미륵보살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극락세계에는 태로 나는 이도 있고, 화하여 나는 이도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어떤 중생이 의심하는 마음으로 공덕을 닦아서, 극락세계에 가서 나기를 원하면서도, 무량수불의 높고 크고 거룩하고 짝할 이 없는 지혜는 믿지 아니하고, 죄되고 복되는 이치만을 믿고 선근을 닦아서, 저 세계에 나기를 발원하는 이는, 저 궁전에 태어나기는 하지마는 오백년 동안을 부처님을 뵙지도 못하고 정법을 듣지도 못하며, 성문 대중을 보지도 못하는 탓으로, 이런 사람들은 태로 나는 것이다. 만일 부처님의 수승한 지혜를 믿고, 여러 가지 공덕을 지어서 신심으로 회향하면, 이런 중생은 칠보 연못 위에 화생하여, 잠깐 동안에 몸의 상호와 광명과 지혜와 공덕이 여러 보살들과 같이 되는 것이다.
미륵이여, 또 다른 세계 보살들이 발심하여, 무량수 부처님과 보살들과 성문 대중에게 공양하려 하면 저 보살들은 목숨을 마칠 때에 극락세계의 칠보 연꽃 위에 화생한다.
미륵이여, 저 화생하는 보살들은 지혜가 수승한 탓으로 화생하게 되거니와, 태로 나는 이들은 지혜가 없어서, 오백 년 동안은 삼보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공양하지도 못하며, 공덕을 닦지도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전생에 지혜가 없어서 의심하였던 까닭이다.
비유해 말하면, 전륜성왕의 왕자가 죄를 지었을 때에, 훌륭하게 장엄한 칠보 궁전에 가두어 황금 사설로 얽어매고, 맛난 음식과 아름다운 의복과 꽃과 향과 좋은 음악으로 이바지하기를 전륜성왕에게와 같이 한다면, 이 왕자는 이 칠보 궁전에 같혀 있기를 즐거워하겠는가?"
"즐거워하지 아니할 것이고, 무슨 수단으로든지 이 궁전에서 도망하려 할 것입니다."
"이 모든 중생들도 또한 그러하여, 저 칠보 궁전에 나서, 무슨 형벌이나 나쁜 일이 없다 하더라도, 부처님의 지혜를 의심한 탓으로, 오백 년 동안을 삼보를 보지 못하고 공양도 못하며, 선근 공덕을 닦지 못하는 것을 괴로이 여기는 것이요, 설사 다른 즐거운 일이 있더라도 그곳에 있기를 좋아하지 아니할 것이다.
만일 이 태로 나는 중생들이 자기의 지은 죄를 깨달아 참회하고, 하루바삐 그곳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곧 무량수불이 계신 곳에 나아가서, 공경하고 공양을 올리고, 여러 세계 부처님이 계신 곳에 두루 다니면서, 공덕을 닦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륵이여, 어떤 보살이나 의혹을 내기만 하면, 큰 이익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지혜를 굳게 믿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