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마음의 여유를 갖는게 가장 중요해요”
봄만 되면 무기력하고 나른해지는 주부들, 한번쯤 ‘나도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며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런 주부들을 위해 정신과 의사들이 모여 만든 ‘주부우울증 예방을 위한 10가지 수칙’을 통해 예방법을 알아보았다.
대부분의 주부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가족에게 투자한다. 달콤했던 신혼도 한때, 자기를 위하여 돈 한푼 못 써보고 아플 시간조차 없이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하다보면 어느덧 40대가 된다. 이쯤 되면 집도 장만하는 등 경제적인 여유도 생기고, 남편도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이들도 엄마 품을 떠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제 내 품엔 아무도 없고 나에겐 ‘빈 껍데기’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부들은 허무해지고 우울해진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의 이유가 있는가?’라는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분당 차병원 정신과 서신영 교수는 정신과를 찾는 주부들의 경우 처음엔 식욕부진과 불면증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조사해보면 이들 대부분이 주부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30∼40대 주부에게서 일어나는 우울증은 일상생활의 변화와 대인관계 패턴의 문제, 그리고 스트레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서교수는 주부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걸릴 수 있고 또 치료도 쉽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울증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거나, 인식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숨기는 경우. 이것이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살인·자살까지 초래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주부우울증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보았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
최정자씨(가명, 54)는 아들을 원하던 집안에서 여섯째 딸로 태어난 탓에 어릴 때부터 자기는 잘못 태어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빼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여자라고 믿었으며, 세상에서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서도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모든 게 자신이 못난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은 최씨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고, 항상 남편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다가도 갑자기 심한 분노를 느끼곤 하였다. 항상 시집식구 편만 들고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에 대한 심한 분노를 남편의 성적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보복하려 하였다.
근래에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귀는 것을 눈치챘지만 이혼이 두려워서 말도 못하고 있었다. 최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무기력증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서교수를 찾아왔다.
최씨가 가진 분노의 원인은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서교수는 최씨에게 세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려고 노력했다. 여자로 태어나서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점들을 일깨워주는 상담을 통해, 최씨가 세상과 자기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고치도록 한 것이었다. 이렇듯 우울증의 원인인 마음속의 ‘화’를 본인 스스로 파악하고, 그것을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주부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은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마음속에 미움과 증오가 쌓여 나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업도 일찍 중단해야 했던 박정자씨(46)는 운송회사에서 경리사원으로 일하다가 운전기사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는 등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박씨는 “내가 이렇게 고생만 하려고 태어났나” 하는 한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불평과 불만이 계속 늘어만 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 남편과의 사이도 멀어졌다. 죽고싶다며 찾아온 박씨에게 서교수는 불만만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볼 것을 권유했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을 비하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며 그것에 감사하는 것도 우울증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누구라도 칭찬한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칭찬받을 때 행복해지고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게 된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자신감이 있던 사람도 계속해서 비난을 받다보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결국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완벽주의자인 남편과 살고 있는 이정희씨(34)는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다며 상담을 청해왔다. 남편에게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수학학원에 보내겠다고 했다가 “집에서 하루종일 놀기만 하면서 살림도 엉망이고 애 교육도 못 시키고, 도대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뭐냐”는 핀잔만 듣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씨의 남편은 평소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히 대하는 사람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비난하는 사람이었다.
서교수가 남편을 불러 “부인이 그렇게 못마땅한가”를 물으니 정작 남편은 부인을 사랑하며 살림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칭찬을 해주면 교만해질까봐 그러지 않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칭찬은 개인과 가정, 사회를 변화시키는 신비의 묘약이다. 남을 칭찬한 만큼 내게 자신이 생기고 결국 그 칭찬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원칙대로 정직하게 산다& 때로는 손해볼 줄도 안다
요즘은 정직보다는 편법이 통하는 사회라고 한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양심을 버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해볼 때 눈앞의 이득을 쫓는 일은 결국 화를 자초하는 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옛말처럼, 편법을 쓴 사람은 피해망상과 불안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때로는 손해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세상은 내 욕심보다는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떤 때는 손해도 보고 나중엔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 항상 웃는 표정을 짓는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노심초사하며, 무시당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피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외로움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이 항목을 꼭 권해주어야 한다. 밝은 표정으로 마음이 담긴 인사를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는 누구나 호감을 가지고 친하게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삶의 여유를 가진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둔 김희영씨(37)가 서교수를 찾아왔다. 김씨의 고민은 바로 아이들.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심장이 빨리 뛰고,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를 자신도 억제할 수 없어 아이들에게 매질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자신을 주위에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엄마 자격이 없다고만 말하니,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된 것.
서교수는 상담치료를 통해 김씨에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급하게 생각하면 아이에게나 본인에게나 하나도 좋을 것이 없으며,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한다
우울증에 걸리는 주부들은 대부분 남편과 대화가 안 된다고 말한다. 남편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으며, 자신도 남편의 행동을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는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옳다고 우기는 데 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자연히 다투게 되고 마음속엔 분노와 미움이 가득하게 된다. 우울증 치료 방법 중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할 바꾸기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하루 세끼를 맛있게 천천히 먹는다 주부들이 요새 입맛이 없고 잠을 잘 못 잔다고 말하면 그것은 우울증의 적색신호이다. 고민이 있거나 마음에 병이 있으면 입맛이 없거나 반대로 폭식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알맞은 양의 식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며 그래야 활기가 돌고 생활이 즐겁다.
주부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
혹시 나도 주부우울증?
요즘 들어 무슨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기억력이 부쩍 떨어지고 있다.
과거에 즐겁던 것이 흥미가 없어졌다.
최근에 일 혹은 생활에 문제가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외된다고 느낀다.
최근에 나는 기운이 없다고 느낀다.
불안하거나 쉽게 짜증을 낸다.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아침에 일어나는 데 문제가 있다.
식욕을 잃었거나 체중이 늘었다.
이전보다 술을 많이 먹는다.
일부러 위험한 행동을 해본 적이 있다(일부러 안전벨트를 안하고 운전을 하거나, 교차로에서 주변을 살피지 않고 차를 몰았다).
최근에 죽음, 자해, 나의 장례식, 자살…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위의 질문에 대해 “예”가 넷 이상이면 우울증이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