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상민 해임, 진상 가려진 후 판단할 문제”
해임건의안에 명시적 입장 안 밝혀
野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의지 있나”
尹 “여야 협력해 예산 조속 처리를”
대통령실이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에 대해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당장 이 장관 문책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공세에 밀려 해임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가의 법적 책임 범위가 정해지고 이것이 명확해져야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해임 문제는)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지금도 그 입장은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이 장관 해임건의에 대해 ‘수용’ ‘불수용’을 언급하는 대신 ‘선(先) 진상조사 후(後) 문책’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예산안 협상의 핵심 쟁점인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가 있기는 하느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은 158명의 국민이 생명을 잃은 대참사의 무게보다 후배 한 명의 장관 자리가 더욱더 무거우냐”라고 비판했다.
전주영 기자, 황성호 기자
대통령실, 이태원 유족 의식해 ‘이상민 해임안’ 명시적 거부 안밝혀
명확히 “거부” 밝힌 박진때와 달리
‘수용’ ‘불수용’ 언급 자체 안해
李, 입장 묻는 질문에 “할말 없다”
12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외부로 나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대통령실은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에 대해 “해임은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상 확인과 실체 규명이 이뤄져야 책임 소재도 가려낼 수 있다는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이날 인사혁신처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 도의적 책임이나 야당의 공세를 이유로 경질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해임건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것(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불수용이냐, 수용이냐 판단하는 것은 저희 입장을 오독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는 ‘이상민 문책론’을 부정하는 듯 비쳐 자칫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부대변인이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 12. 13.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야당의 공세에 타협하기보다 ‘선(先)진상규명 후(後)문책’이라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무조건 이 장관을 지키겠다’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밟아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책임을 따지되 그때 부족하다면 행안부 장관이 물러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국회 해임건의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했다. 이 장관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11일 오후에도 고위 당정협의에 참석했고, 13일 국무회의에도 참석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이재명 방탄 쇼’라고 비판하면서도 국정조사 전면 보이콧에는 신중한 태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가 예산안 통과 이후에 (국정조사를) 한다고 돼 있으니 예산을 봐가면서 정하겠다”고 했다. 국정조사특위 소속 여당 위원들의 사퇴에 대해서도 “예산 통과 상황을 봐가면서 (대응)하려고 한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조동주 기자, 사지원 기자
野, ‘이상민 탄핵안’ 딜레마… 본회의-헌재 통과 미지수
해임안 이후 후속행보 놓고 고심
해임안 野 단독처리 다음날, 출근하는 이상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며 차량 문을 닫고 있다. 이 장관은 전날 국회의 해임건의안 통과에 따른 거취 표명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뉴시스
이례적으로 휴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행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서 이 장관의 거취는 흔들리지 않는 상황. 반면 “해임건의안 거부 시 탄핵소추안 발의”라는 민주당의 계획이 흔들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야권 인사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와 탄핵안 추진이 맞물리면서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언제 밀어붙일지에 더해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탄핵안 처리 위한 본회의 불투명
169석의 민주당은 단독으로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탄핵안 가결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민주당이 탄핵안을 고민하는 건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12일 TBS 라디오에서 “본회의 소집일은 다수당 원내대표라고 해서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앞으로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연속 본회의를 잡아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장관이 자리를 유지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사하거나,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법사위 조사의 경우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어 민주당 등 야당이 원하는 방향 등으로 순탄하게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남은 방법은 본회의 표결뿐인데, 탄핵안 처리를 위해서는 보고를 위한 본회의와 표결을 위한 본회의 등 두 차례 본회의가 열려야 한다. 본회의는 여야 합의가 원칙이지만,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아도 김진표 국회의장 직권으로 개최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당의 강한 반대에도 해임건의안을 위한 공휴일 본회의를 개의한 김 의장이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가결을 위한 본회의까지 쉽게 열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또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탄핵 소추의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민주당의 고심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 野, 탄핵 추진해도 시점 고민
민주당이 이런 어려움을 감안하고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시점이 문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의 탄핵 추진 시점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어제도 유족들은 ‘법대로’를 외치는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는 왜 법대로 하지 않는 것이냐며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 곧바로 탄핵을 요청할 것이라 밝혔다”고만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국정조사와 동시에 탄핵안을 추진해 가결될 경우 직무가 정지돼 ‘식물 장관’ 상태가 되는 이 장관을 청문회장에서 추궁해야 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선 ‘선 국정조사 후 탄핵’ 방안도 거론된다.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미흡한 대처가 밝혀질 경우 탄핵의 근거가 좀 더 명확해지고, 이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도다.
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