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신혼의 한숨 “이자 3배 됐는데, 집값 떨어져 팔지도 못해”
작년 신혼부부 89%가 대출 보유
지난해 3월 결혼한 김모 씨(37) 부부는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3억 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인천 부평구의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구입에 1억5000만 원을 쓰고 나머지 돈으로 입주 전까지 거주할 전셋집을 구했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연 2%대 후반 금리로 대출을 받아 한 달에 180만 원의 원리금을 갚았다. 하지만 올 10월부터 금리가 연 6%대 후반으로 치솟아 원리금 부담이 월 300만 원으로 뛰었다. 김 씨는 “입주 중도금으로 2억 원을 추가로 빌려야 하는데 이자가 처음보다 세 배나 올라 저축은커녕 빚을 갚기도 벅차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입주권 값이 20%나 떨어져 이젠 팔 수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 보유 비중이 89.1%로 높아져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빌린 대출잔액 중간값도 1억5300만 원으로 역대 최고(最高)였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신혼부부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집값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신혼부부 수가 전년보다 7.0% 줄어 역대 최대 감소 기록을 갈아 치웠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11월 1일 기준 5년 내 혼인신고 부부) 중 대출 보유 비중은 89.1%로 1년 전에 비해 1.6%포인트 높아졌다. 이들의 대출잔액 중간값은 1억5300만 원으로 지난해(1억3258만 원)에 비해 15.4% 늘었다. 특히 2억 원 이상 대출 비중이 2020년 29.9%에서 2021년 37.3%로 7.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2억 원 미만 대출 비중은 70.2%에서 62.7%로 7.5%포인트 떨어졌다. 집값 급등으로 고액 대출을 받은 신혼부부가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집값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많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을 가진 신혼부부 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전년보다 0.1%포인트 떨어진 42.0%로 역대 최저였다. 이 중 혼인 1년 차 신혼부부의 주택 소유 비중은 30.7%에 불과했다. 신혼부부 주택 보유 비중은 2018년 43.8%에서 2019년 42.9%, 2020년 42.1%로 하락세다.
집값 등 결혼비용 부담으로 인해 결혼을 주저하는 이들은 늘고 있다. 지난해 신혼부부 수는 110만1000쌍으로 1년 전보다 7.0%(8만2000쌍) 줄었다. 이 중 결혼 1년 차 부부(19만2000쌍)의 감소 폭이 10.4%로 2∼5년 차에 비해 더 컸다. 통계청은 “결혼 적령기인 30대 인구 감소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추세 등이 겹쳐 혼인 감소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의 평균 자녀 수는 전년보다 0.02명 감소한 0.66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비중은 54.2%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는 59.9%가 자녀를 낳았지만 무주택 신혼부부는 50.1%만 자녀를 가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신혼부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원리금 상환 지원 등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서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