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말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이병완 정책본부 부의장(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임채정 정책본부장을 찾았다. 같은 달 30일로 잡힌 선거대책위원회 발족 이벤트로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제안하기 위함이었다. 노 후보 진영은 당시 형편없는 지지율을 반전시킬 ‘깜짝 카드’를 목말라했다.
임 본부장은 이해찬 기획본부장(현 국무총리 지명자)과 의논한 뒤 노 후보를 만났다. 노 후보는 애초 공약의 효력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참모들의 건의와, 노 후보 자신이 지방분권에 깊은 관심을 지녀온 터이기에 이를 수용했다.
막상 공약을 발표하자 뜻밖의 효력이 나타났다. 막판 텔레비전 토론에서 행정수도가 유력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결과 노 후보는 최종적으로 충청권에서 52%를 득표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 뒤 “행정수도로 재미 좀 봤다”고 말했다.
한나라, 차기 대선후보 경쟁 포석도 감지
△ 2004년 17대 총선에 이은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여야간 정치게임 3라운드는 2007년 대선 방정식과 연결돼 있다. 열린우리당의 확대간부회의.(사진/ 한겨레 탁기형 기자)
2004년 17대 총선은 행정수도 정치게임의 2라운드였다. 한나라당도 총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이전 찬성쪽으로 당론을 바꿨다. 당내 충청권 의원들이 들고일어난 탓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이 겹치면서 행정수도 카드는 괴력을 발휘했다. 열린우리당은 충청권 24개 의석 가운데 19석을 석권했다. 대선 이래 행정수도 입지로 거론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땅값, 집값이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충청권 유권자들은 행정수도가 무산되면 “내 재산이 반토막 난다”고 우려했다.
최근의 여야간 정치게임 3라운드는 2007년 대선 방정식과 연결돼 있다.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둔 그해 하반기에 행정수도를 착공한다는 정부 일정 때문에, 행정수도가 또다시 대선변수가 된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에는 현재 ‘행정수도 이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국민투표론’과 ‘천도 수준의, 즉 사법부와 입법부까지 옮기는 천도는 안 된다는 천도 불가론’이 다수 견해이다. 둘 다 내용적으로 행정수도 저지론에 가깝다. 이방호, 김용갑 의원 등이 주도한 국민투표 당론화 서명운동에 소속 의원 121명 가운데 62명이 서명한 상태다.
서명을 주도한 이방호 의원은 “우리는 정략적 표 계산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행정수도 추진 일정을 방치하면 2007년 대선에서도 또다시 악재가 된다”고 사석에서 털어놓는다. 여권이 2007년 대선까지 이 카드를 세 차례나 우려먹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자는 이야기다.
이들의 움직임에선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를 대변하면서 박근혜 대표를 견제하는, 차기 대선후보 경쟁 포석도 감지된다. 이방호, 김용갑 등 보수 성향 의원 16명은 최근 ‘안보를 걱정하는 모임’이라는 당내 조직을 결성했는데, 이들도 박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에 거리를 둬왔다.
△ 한나라당 의원총회.(사진/ 박승화 기자)
박근혜 대표 중심의 당권파, 그리고 홍문표 의원(예산·홍성) 같은 충청권 인사들의 계산은 다르다. 유승민 의원은 “충청표를 놓치면 차기 대선을 꿈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 사이에는 “행정수도를 그냥 놔두면 충청인의 기대심리가 충족돼 2007년 대선에서 표몰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지만, 한나라당이 저지하면 두고두고 원망을 산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2007년 정권 재창출은 노무현 대통령의 중요한 관심사로 보기 어렵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임기 중 ‘국정동력 확보’가 한결 중요하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공세를 ‘현직 대통령의 기를 꺾으려는 대통령 흔들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기자간담회, 텔레비전 토론 등을 통해 직접 나서 야당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열린우리당, 수도권 반발 우려
열린우리당은 6월18일에야 뒤늦게 행정수도이전특위(위원장 한명숙)를 구성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데 비해 뒤로 처진 모습이 역력하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청와대의 일방 독주로 ‘방향도 정보도 없는 탓’이 크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투표를 정 하겠다면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라는 노 대통령의 6월18일 발언도 당은 사전에 몰랐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는 행정수도 카드가 2007년 대선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한 관계자는 “그때쯤 가면 충청권의 기대심리는 이미 충족된 반면에, 내줄 게 생기는 수도권의 박탈심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한발 뒤처져 서 있는 모양에는 이런 인식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첫댓글 너무성급한 보도...기사거리도 어지간이 없나보군..ㅉ ㅉ
수도이전 다음 선거때 마다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여간 해결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이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울, 경기 지자체에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이전을 하든 하지 않든 진도가 더이상 나가기 전에 결말을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