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주말 밤 드라마 닥터진이 방영되고 있고, 4 회까지 방영됐습니다.
이전에 방영됐던 '신들의 만찬'이라는 WTF급 시나리오를 가진 드라마때문에, 사실 MBC 주말 드라마에 흠칫하는 마음이 있긴 했습니다. 음식과 관련한 드라마나 만화를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들을 주방은 커녕 뒷간으로 인도한 신들의 만찬은 '아 이걸 왜 봤나'란 후회 정도로 치자면 역대급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2 한국 드라마 바닥은 Worst ever 급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자 어쨌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닥터 진은 원작이 일본입니다. 만화책이 원작에다가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됐습니다.
분명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면 연출상 애매한 점이 도출됩니다. 왜냐하면 인물 관계, 사건 발단, 인물의 감정표현 등이 드라마도 그렇긴 하지만 만화는 더 극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죠. 일본판 닥터 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미나가타 진의 고뇌를 그리는 장면은 좀 오그라들게 만드는 면이 있었죠.
일단 이런 것들은 차치할 정도의 문제입니다. 양 드라마를 핵심적으로 구분 짓는 것은 주인공과 함께할 인물들에 있기 때문이죠.
● 사카모토 료마와 흥선대원군
사카모토 료마. 막부시대 투닥거리던 일본 국내 정세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 대정봉환을 이끈 인물로 곧있어 일본 역사에 혁명기점이 되는 메이지 유신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재미는 있지만, 딱히 달갑지만은 않은 극전개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카모토 료마가 없었다면, 그리고 그러한 인물이 동시대에 또 없었다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조선이 빨래질 당하기 보다는 일본이 서양 제국주의에 먹혀버리는 일이 먼저 발생했을 가정이 있기 때문이죠.
만 31 세의 짧은 인생을 거쳤지만, 임팩트는 향후 몇 세기를 가름지을 만한 인물이 드라마 주인공 미나가타 진과 극 전개동안 밀접하게 관계짓는 스토리입니다.
제가 일본사를 공부한 것은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간밖에 없기 때문에, 실존했던 사카모토 료마가 어떤 인물인지 대강을 알 순 없지만, 극에 나오는 사카모토 료마는 정말 질투나도록 멋지게 나옵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개척자였죠.
한국판은 저 사카모토 료마의 자리에 훗날 대원군으로 오르는 흥선군, 이항응이 등장합니다.
역사적인 차이가 아닌 극 전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사카모토와 흥선대원군의 수명입니다. 흥선대원군은 여든 가깝게 장수한 인물이죠. 젊은 나이에 암살을 당하는 료마의 실제 사건이 극 전개에 중추를 담당했던 일본판과 차이나는 점입니다.
자신이 역사와 운명을 뒤집어 엎을 수 있을까란 화두로 고뇌를 거듭하다 결국 료마를 살리려 애썼던 미나가타의 스토리라인은 한국판에 나오는 진혁이 앞으로 어떤 역사적 기점을 맞이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죠.
아마도 쇄국정책에 관련하여 서로 논쟁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세도정치로 썪을대로 썩은 조선 후기 시대흐름을 뚫고 나온 인물이긴 하지만, 당시 정세판과 엮이면서 쇄국정책을 표명하며 밖과의 싸움에는 미진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는 것이 흥선대원군에 대한 세간의 평가니까요.
○ 여주인공과의 관계
이 부분도 역시 확연한 차이를 가집니다. 일본판에서는 여주가 둘입니다. 하나는 현시대에서는 애인이지만 막부시대에서는 노카제란 이름의 기녀로 등장하는 미키, 나머지 하나는 에도 시대로 타임 슬립하여 처음으로 만나 일적으로나 감정으로나 깊은 관계를 맺는 사키.
료마의 수명 연장의 꿈을 이루려는 주인공의 노력과 병행하여 진행된 스토리가 자신의 수술로 종양은 제거했지만 식물인간이 되버린 미키의 삶을 건드릴까 말까 고뇌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면, 한국판은 여주가 하나입니다. 현시대에서도 애인이었는데, 조선 시대로 타임 슬립해왔는데도 일본판의 사키처럼 깊은 관계를 갖습니다.
일본판은 노카제가 훗날 미키의 선조가 되는 설정으로, 어차피 한국판도 결국은 박민영이 연기하는 조선시대의 영래가 훗날 애인이 되는 유미나의 선조가 되지 않을까란 짐작을 해봅니다. 게다가 김재중이 연기하는 서자 출신 종사관 김경탁과 결국은 알콩달콩 혼인을 맺게 되겄지란 생각도 해보구요.
그러니까 일본판은 [ 남자 하나 여자 둘 ] 한국판은 [ 남자 둘 여자 하나 ] 의 3각관계를 가집니다. 물론 일본판에서는 사카모토가 노카제에게 연심을 품었었지만, 그닥 집착도 없었고 쿨했더랍니다.
일본판은 시즌 1 중반부터 미나가타가 사키에게 자신은 미래에서 온 인물이라는 점을 고백하며 미키를 마음에서 지울 순 없지만 노카제와는 연심을 품을 수 없음을 말했지만, 한국판은 글쎄요...
아마도 꽤 후반에 가서야 자신이 미래에서 온 인물을 고백하고, 또 그 와중에 진혁과 김경탁이 꾸리꾸리한 감정싸움을 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이런 것이야 말로 현대 농구 픽앤롤처럼 단골로 등장하는 드라마 스토리 주 메뉴니까요.
◇ 의사로서의 스토리 전개 과정
타입슬립하자 마자 이마에 자상을 입은 남자를 뇌수술함 -> 신분이 미천한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구하려다 고위 관직자가 몰고 오는 말 다리에 가격당해 이마에 부상을 당하고 이를 또 수술하여 구해줌 -> 콜레라가 창궐하여 예방책 및 이온음료와 닝겔 주사로 치료함.
여기까지는 두 작품이 거의 동일합니다.
이제 여기에서 일본판은 노카제가 있는 유곽에서 일하다 매독걸린 기녀를 위한 페니실린 제조가 나오고, 실제 역사에서는 훗날에 나올 페니실린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의학계 발전에 큰 획을 그은 페니실린을 일본판에서는 이후로도 계속하여 극 전개에 큰 축을 담당하도록 했는데, 과연 한국판도 페니실린이 등장할지 궁금하게 하네요.
그런데, 한국 방송 드라마에서 과연 매독이 소재로 괜찮을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나올 방송분을 봐야겠죠.
서양 문물과 의학이 꾸물꾸물 들어올 기세를 가졌던 시대상과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란 측면에서 저는 '제중원'을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시대는 조선인데, '메스', '석션 (suction)' 등의 메디컬 드라마 대사의 2대 선봉주자가 나오는데, 국사 시험에 등장하는 역사 사건 등이 연달아 나오고 볼만 합니다.
이 당시에도 서양의학을 처음으로 대하는 조선 사람들의 거부반응이 꽤 집중적으로 나왔는데, 그 보다는 훨씬 전인 닥터 진의 시대에서는 어떻게 될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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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계의 '라샤드 루이스' 해품달 한가인을 경험했기 때문에, 송승헌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최초 기획대로 '브레인'에 송승헌이 투입됐었다면, Oh my...
송승헌이 나름 괜찮더군요 잘생겨서 그런지ㅋㅋ 그럼 일본판에서 기녀 역할이 이소연으로 나온거아닌가요? 전개를 보니 닥터진을 흠모하면서 많은 도움을 줄거같은데..이하응까지 껴서 5각관계 기대해봅니다ㅋㅋ
음 아직까지 보면 기생으로 나오는 이소연은 흥선군에게 꽤 마음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생각해 보니 또 닥터진에게 깊이 들어갈 수도 있겠네요.
송승헌 연기를 걱정했는데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더군요.
김재중.. 아이돌한테 큰걸 요구하는건 아닌지만 이건 뭐 -_-
작년 미스 리플리 - 보스를 지켜라 비슷한 시기에 박유천과 김재중이 투입된 것과 함께, 올해도 옥탑방 왕세자에 이어 닥터진에도 투입되는 걸 보면 소속사의 영업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밖에는 없네요. ^^;
역시 동방신기 영웅재중은 머리빨인가요... 드라마에 나오는 김재중은 잘생겼다는 느낌도 없고, 연기도 그닥이더군요...ㅎ
일드에서의 반전과 동일한 내용인거 같긴 한데 머릿속 목소리와 태아종양 부분이 달라서 좀 그렇더군요. 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건지는 좀 지켜봐야겠네요ㅋ
노카제랑 춘홍이랑 동일시되는 인물아닌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