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주의 좋은 글 나누기> 둥근배암차즈기
불교신문 2572호
일촌호
김숙현 / 논설위원·희곡작가
중국 운남 지방에는 일촌호(一寸湖)라는 큰 호수가 있다. 원래 일촌호는 자연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들여 만든 인공호수라고 한다. 일촌호수가 생기기 전 이 지방에는 늘 한발이 심해서 식수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어느 해 한 스님이 불법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주민들에게 우선 급한 것이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적당한 자리를 골라 못을 파기 시작했다. 워낙 척박한 곳이라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생각 끝에 한 가지 방안을 짜내었다. “이 곳을 지나시는 귀인들이여! 식수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 땅에 호수를 만들고자 합니다. 잠시 이곳에서 숨을 돌리시고 땅을 ‘한 치씩’만 파주고 가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이렇게 푯말을 부쳐 동참할 것을 간청했다. 사실 땅 한치(一寸)파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땅을 파주고 가게 되었다. 그러기를 20년. 드디어 둘레가 20여 ㎞나 되는 큰 호수가 생기게 되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화가 가속되고 있는 오늘의 지구촌 사람들에게 그 옛날 ‘일촌호의 기적’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만화영화에는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서는 어린 전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저희 한 몸도 못 챙길 법한 나이에 지구 전사라니!” 하지만 이제 그런 발상이 결코 황당한 게 아니라 현실적 문제가 되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거나 샴푸 한 방울 쓸 때도 ‘지구를 살려야한다’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히 버리는 일회용 용기, 전열기 과열 등의 공해와 에너지 낭비가 어느 순간 수십억명의 목숨을 앗는 이상기후를 부채질하니 말이다.
지구를 구하는 길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촌호를 파듯이 온실가스배출 억제를 생활화하면 되는 일이다. 더욱이 2011년에는 제10차 사막화방지협약(UNCCD)총회가 아시아지역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