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우리도 이런 산골에서 살았는데..뭐...
나도 동생들 키워 가며 맏딸이라고 엄마까지 도와 가며 밥해 먹고 학교 다녔는데...
지가 사서 고생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노....
저도 고생 좀 해 봐야 한다.....우리 클 때 비하면 호강하고 살았지 뭐....
아이구...이런 데서 살겠다고...그래..실컷 살아 봐라.....
언니,동생,엄마,아빠 다 떼어 두고 어지간히 잘 참겠다....
큰 언니는 작은 딸의 느닷없는 선택에 엄마로서 작은 배신을 느끼는 듯 했다.
금지옥엽 키우지는 않았지만 어두운 모습 보인 적 없고 부부 싸움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않을 만큼 평화로이 키운 열 다섯 살의 딸이 부모를 떠나서 고등학교를
다니겠다고 했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할까.
물어 물어 가니 "간디학교 1.6km"라는 간판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언니는 말 문을 딱 닫아 버렸다.
차도 두 대는 다닐 수 없고 산으로 쑤욱 올라 가는 길은 내가 사는 지리산 보다 더 하다.
1.6km라고 하지만 곱절은 더 가는 듯 했다.
울퉁불퉁 꼬불꼬불.....멀리 간디학교 홈페이지에서 본 건물들이 보인다.
작년 일 년 한국 교육계를 흔들었던 너무나 눈에 익은 학교다.
운동장이랄 것도 없고 주차장이랄 것도 없는 곳에 주차를 하려니 대전 넘버 차주인부부가 침통하게 차에 오른다.
언니와 큰조카,그리고 나는 헛웃음을 웃었다.그 부모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건물이 하나 있나.....아이들 장난감처럼 비전문가들이 지은 건물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머리는 콩기름에 푹 튀겨 놓은 듯한 여자 아이
세 명이 세수 대야를 들고 오더니 맨 손으로 썩어 빠진 봉고차 세차를 해 댔다.
다가가니까 목청도 크게 안녕하세요 라며 세 명이 한 목소리를 냈다.
교무실을 물었다.친절히도 안내를 해 준다.
교무실로 들어 서니까 역시나 흔히 우리가 말하는 "양아치"같은 여자 아이 한 명은 소파에
반은 들어 누워서 잡지를 뒤적이고 있고 산만한 남자 아이 한 명은 바닥에서 뭔가 긁적이고 있었다.
안쪽에 선생님 한 분이 원서 접수를 받고 있는데 그 녀 역시 모양새는 비슷했다.
원서 접수를 하고 큰언니에게 궁금한 것은 좀 물어 보라고 했더니 눈에 가득 고인 눈물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겨우 물어 본 말은 아이가 대학은 꼭 갈거라고 하는데 이 곳은 따로 입시 준비를 하나요?였다.
그 선생님 왈...저희 아이들은 스무 명이 모두 합격을 합니다.....
제 조카는 **대학 국문과를 가고 싶어 하는데요......
그렇다면 저희들이 기숙사 학교를 오고 가는 사이 그 과목 선생님이 함께 동행을 하며 준비를 함께 합니다.
학교와 기숙사도 걸어서 한 20분 걸리거든요...... 기숙사는 저 위 산 아래에 있습니다.
그 때 바로 우리와 비슷한 표정의 아저씨 한 분이 원수를 접수하러 오셨다.
아저씨 왈....이 놈은 대구 고등하교 석 달 다니더니 자퇴서 내고 간디학교 아니면 안 간다 하는데 미치겠습니다......
그래요?우리도 대구에서 왔습니다.
아저씨 자식이 대구 고등학교에서 반장까지 한 놈이라며 아까워 하자
눈물을 찍어 내던 우리 언니 가까스로 한 마디 한다.우리 애도 반장이라예.....
그건 내 딸은 결코 말썽쟁이도 아니고 중도 탈락한 아이도 아니라고 못 박는 소리로 들렸다.
그 시간 까지 접수한 학생이 100여명.서류 빠진 것 들고 들고 올 학생이 20 여명....
적어도 경쟁율은 5 : 1에서 6 : 1......
성적이 30 프로,어제 내가 올린 부모님께 드린 질문 사항이 30 프로....아이의 재능이 30 프로...기타 10프로...
성적도 성적순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분포도를 본다고 한다.
그러니 이게 아무나 들어 오고 싶다고 들어 오는 것도 아니고....
9일 날 1차로 40명을 선발하고 부모님 면담을 해서 3박 4일을 지금 학생들과 독 같이 체험을 한 후에 마지막 20명을 선발한다.
두 달에 한 번 4박 5일의 휴가를 준단다.토요일 외박은 있지만 서울,경기권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거의 외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사를 하고 학교를 둘러 봤다.허허허허....그냥 그런 웃음만 나온다.
외벽들은 떨어지고 그림들도 그려져 있고.....급식실로 가니 아이 한 명이 수업도 들어 가지 않고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바닥은 울퉁불퉁......
아주 앳띤 아이다. 고 2라고 했다.넌 왜 수업 안 하니.....
전 피아노 전공 하고 싶어서 선생님한테 교습 받을려구요...시간이 남았거든요.그래서 연습해요.
어디서 왔어?....저기 평택에서요......불편하지 않아?....불편한 것을 말하려면 끝이 없죠....맞추어서 살아요....
큰언니는 주방에 들어 가서 아줌마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하소연 반,걱정 반 속 마음을 내 비친다.
식당겸,회의실 겸,놀이실 겸,잠자는 방 겸......그랬다.그 건물은....제일 넓은 공간이기도 했고....
그 곳 작은 게시판에는 16절지에 교사 회의록이 그대로 붙여져 있다.
***자퇴서 유보 시키고 ***와 화해하게 해서 정상 졸업하도록 설득 시키겠다.......
밖으로 나오니 남자 아이 두명이 모래를 치고 있었다.뭐하냐고 물으니 오늘은 이게 하고 싶어서 일을 한단다.
아래 쪽에는 선생님들인지 모르지만 어설프게 벽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어설프고 자유로워 보였다.첩첩 산중에 자리 잡은 소꿉동네 라고 할까?
결코 무시하는 말들이 아니다.
옷을 사 입게 가만 두기 보다는 옷을 만들어 보는 교육을 시키고....
집을 지어 보게 만드는 교육을 하는 곳......
자유롭게 키워서 이 현실에 맞는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의도.
대학에 떨어져도 실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 함을 일깨워 주도록 하겠다 의지.
대안학교.....
아직은 구체화 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이제사 고등학교도 인가가 났다.
인가 안 난 중학교는 충북 제천으로 쫒겨 가고.....
어차피 인가를 안 내 줄 거면 그 자리에 있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쳐서 고등학교에 가게 되지만 그 곳 아이들은 전혀 게의치 않는 단다.
우리 나라 교육....올바른 선도 없고 정도도 없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적절한 방안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