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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와인, 영국은 위스키, 러시아는 보드카, 한국은 소주 ...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술인 아콰비트(Aquavit/Akevitt)는 '스칸디나비아 전체를 대표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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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잔에 마시는 아콰비트>
라틴어인 Aqua(물)와 Vitae(생명)이 합쳐진 말로 '생명의 물'이라고 번역 할 수 있는 이 단어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널리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현재 세계에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매우 다양한 종류의 술이 있다. 하지만 영어인 아콰비트(Aquavit)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진 이 스칸디나비아의 술은 약 40%의 알콜 함량에 허브향(커민 또는 딜?)이 배인 매우 상쾌하고 독한 술로써 이곳 노르웨이에서는 축하하고 기념할 만한 날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술이 바로 이 '아콰비트'다. 노르웨이에서는 아케빗(Akevitt)이라고 부르는 이 술을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는 보리나 밀등의 곡류를 사용해 만들지만, 노르웨이의 아콰비트는 감자로만 주조한다. 추운 겨울에 유난히 자주 마시게 되는 이 술은 노르웨이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많이 마신 다음날에도 아주 깨끗하다. 상대적으로 와인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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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외로 입에 맞아서 좀 찐하게 놀고 싶으면 자주 마시는 편인데... 사실 허브가 많이 들어 있어서 몸에 좋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기는 한다.;;; 하여튼 아콰비트는 이곳에서 더이상 젊은 세대의 우선 순위가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맥주가 1순위 라고 본다면 저녁과 함께 마시는 와인이나 좀 더 즐겨 보자면 보드카, 진 정도가 뒤를 따른다고 볼 수가 있다. 현대에 와서 아콰비트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으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청주(淸酒)'가 한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콰비트는 다른 음료와 함께 혼합해서 마시거나 클럽 또는 바에서 멋을 내며 마시는 술이 아니다. 보통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고, 의미있는 파티에서 몇 잔 돌리는게 전부다. 단지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절대 빠지지 않는 술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선물은 준비를 못해도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아콰비트를 구입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각 양조장에서는 '성탄절용(Juleakevitt)'을 특별히 주조하여 판매하고, 많은 스칸디나비아인들은 그 술을 구입하여 성탄절 내내 기름진 음식과 함께 마신다. 한국의 청주를 생각해 보면 역사가 깊고 향이 좋은 술임에도 불구하고 제사용으로 인식되는게 참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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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Gilde 성탄절용 아콰비트>
서로 최고라고 우기는 스칸디나비아 3국의 대표적인 아콰비트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지만, 누가 뭐래도 아콰비트는 사실 노르웨이가 '최고(最高)'다. 이미 한자 동맹시절부터 유럽에 알려진 노르웨이의 아콰비트는 당시 꽤나 인기가 있던 상품이었다. 별표(*)는 내가 직접 마셔보고, 맘대로 선별하여 추천한 표시이고, 여기서 부터는 그냥 노르웨이어 발음인 아케빗으로 통일한다.
<노르웨이>
-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여 마셨는데, 현재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아케빗이다. 1891년 오슬로에서 만든 아케빗으로 주조된 술을 쉐리통에 넣어 26~28개월 정도 숙성시켜 향이 좋고, 다른 아케빗에 비해 끝에 약간 달콤한 맛이 난다. 또한 황금색이 도는데 목에서 넘어가는게 아주 부드럽다. 또한 노르웨이 음식하고 같이 마셔보았는데, 가장 궁합이 잘 맞는거 같다. 그런데 이것을 이전에는 면세점에서 잘 안 팔았는데, 지난번 영국가면서 보니까 이제는 오슬로 면세점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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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5년 노르웨이인 Lysholm가 실수로 아케빗을 선편 화물을 이용하여 호주로 보냈다. 그런데 아케빗이 담긴 이 화물이 호주를 돌아서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 왔고, 지구를 돌고 돌아 온 아케빗을 맛 본 그는 오랜 숙성 과정을 오크통에서 거친 아케빗의 빛깔과 맛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린예(Linie)는 노르웨이어로 '적도'를 뜻한다. 아케빗이 호주를 다녀오는 동안 적도를 두번 거치게 되는데, 알맞은 온도와 함께 바닷물에 따라 출렁 거리며 오크통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아케빗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이 아케빗은 약 35개국을 거쳐 배에 실린 채 세계를 여행하고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와 병에 담겨져 판매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가격이 다른 아케빗에 비해 약간 비싸지만, 그 노력에 비하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번 라트비아 다녀오면서 한 병 사와서 마시고는 반 병 정도가 남아 있다. 병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뒤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케빗이 어디 어디를 거쳐 세계를 여행하는지가 지도로 그려져 있다. 한국은 안 거치던데... 이것이 바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아케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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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같이 노르웨이어를 배웠던 영국인 친구가 살고 있는 여자친구네 집에 간 적이 있다. 마침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되어 갔었는데 그 때 처음 마셨다. 여자친구네 집에 같이 살아서 생활비 굳어 좋겠다고 같이 히죽거리고 있는데, 그집 아저씨가 갑자기 시커먼 몽둥이 들고 나오는지 알았다!! 북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아케빗으로 독하다. 술이 좀 되어 마셔 그런가? 목에 넘기는데 아주 캬~ 캬~ 캬~ 소리가 자동빵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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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 Aalborg는 덴마크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이것은 덴마크에서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파티에 참석했다가 남은 반 병을 집으로 접수한 것이다. 1800년대 덴마크는 2,5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성황을 이뤘는데, 나중에 국가지정 회사가 나서서 이것들을 모두 접수하고 통일해서 만들어 낸 덴마크의 대표 아케빗이다. 이것은 마셔보니까 단 맛이 풍기기는 하는데, 좀 드라이? 뭐랄까 맛이 좀 가볍다고나 할까? 소주맛 비슷한 게... 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까 이 아케빗도 아주 다양한 버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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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 스웨덴을 대표하는 아케빗! 독특한 마케팅으로 유명한 ABSOLUT 보드카를 만드는 회사에서 같이 만든다. 스웨덴의 아케빗은 보통 무색인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은 노르웨이 아케빗과 비슷한 호박색이다. 이것은 스웨덴 국경마을 거쳐 오면서 샀는데, 다양한 허브가 많이 들어 있어서 맛이 좀 더 화사하다. 캬~ 하고 넘기면 코 끝으로 멜롱 멜롱 거리는 향이 아주 다양하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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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같은 술이 여러 나라에서는 각자 어떻게 불려지고 있는지 알아 보자!
노르웨이에서는 아콰비트을 다른 말로 '드람(Dram)'이라고도 한다.
만약 노르웨이나 덴마크인 친구가 있다면 '빌 두 하 앤 드람(Vil du ha en Dram?)'이라고 해보자.
우리말로 '소주 한잔 어때?'라는 의미로 매우 친근한 뜻이다.
첫댓글 우리가 마신 술이 바로 노르웨이산 Gammel Opland 아쿠아비트 입니다. 본문중 -- > "많이 마신 날에도 아주 깨끗하다" 강강추~
그래서인지 머리가 하나도 안아프네...ㅎㅎㅎ
노르웨이의 아콰빗은 감자로만 만든답니다.~ 홍홍~
감자로...ㅎㅎㅎ 감자님 빨랑 숨어삼...ㅋㅋㅋ
역쉬 팡마오님 답네요...^^언제 이렇게 자료꺼정 ㅎㅎㅎ
아항~~그렇군요~~수고했네여~~~
어쩐지 머리가 하나도 안 아파라... 그렇게 깊은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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