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雪(신설) - 이언적(李彦迪)
첫 눈
新雪今朝忽滿地 / 신설금조홀만지
況然坐我水精宮 / 황연좌아수정궁
오늘 아침 첫 눈이 천지에 가득하니
황홀히 넋을 잃고 수정궁에 앉은 듯 하네.
柴門誰作剡溪訪 / 시문수작섬계방
獨對前山歲暮松 / 독대전산세모송
사립문 앞엔 누가 섬계를 방문 했으려나
홀로 앞산 세밑의 소나무를 마주 보네.
探道年來養性眞 / 탐도년래양성진
爽然心境絶埃塵 / 상연심경절애진
몇 해 전부터 도를 찾아 참된 성품 길렀나니
마음 경계 상쾌해라 티끌 먼지 하나 없네.
誰知顔巷一簞足 / 수지안항일단족
雪滿溪山我不貧 / 설만계산아불빈
안회의 단사표음에 족함을 누가 알리
시내와 산에 눈 가득하니 나는 가난하지 않네.
柴門誰作剡溪訪의 이해를 위한 고사 :
왕휘지가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어느 날 밤 문득 섬계(剡溪)에 살고 있는 친구
대규(戴逵)가 생각나서 배를 타고 찾아 갔다.
그러나 정작 문 앞에 이르러서는 홀연 되돌아오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 그 까닭을 물으니,
“원래 흥을 타서 왔다가 흥이 다해서 돌아가는 것이니(乘興而來 興盡而反)
어찌 꼭 친구를 볼 필요가 있겠소”. 논리적으로 따지면
실없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작위(作爲)에 얽매이지 않는
유유한 태도는 가히 선승(禪僧)의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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