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ic Centre of Saint Petersburg and Related Groups of Monuments; 1990)
상트페테르부르크 현[St. Petersburg region]에 속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수많은 운하와 400여 개를 넘는 다리가 있는 이 도시는 ‘북쪽의 베네치아(Venice of the North)’라고 불렸다. 이 도시는 표트르 대제 시절인 1703년에 시작된 대규모 도시 건설 계획의 결과물이며, 구소련(舊蘇聯) 시대에는 레닌그라드(Leningrad)라고 불렸다. 이 도시는 러시아 10월 혁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구(舊)해군성, 겨울궁전, 대리석궁전과 에르미타주(Hermitage;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이 도시의 건축 유산은 전혀 성격이 다른 바로크 양식과 순수 신고전주의 양식[pure neoclassical styles]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18세기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의 상징적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수도 건설에는 러시아 병사, 스웨덴과 오스만 제국의 전쟁 포로, 그리고 핀란드와 에스토니아(Estonia) 노동자와 인부들의 엄청난 노동력이 강제 동원되었다. 프랑스 건축가 알렉상드르 르블롱(Alexandre Leblond)의 도시 설계에 따라 척박한 해안 지역을 궁전・교회・수녀원과 2층 석조 건물이 있는 최고의 도시로 탈바꿈시켰고, 이 기간은 2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표트르 대제의 재위 초기부터 그물 같은 운하와 도로, 부두 등이 점차적으로 건설되었다. 또한 18세기 안나 이바노브나(Anna Ivanovna),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Elisabeth Petrovna), 예카테리나 2세 여제(Catherine II)의 재위 시절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도시 풍경은 기념비적인 장관을 이루었다. 라스트렐리(Rastrelli), 리날디(Rinaldi), 콰렌기(Quarenghi), 캐머런(Cameron), 발랭 드 라 모트(Vallin de la Mothe)를 비롯한 여러 외국 건축가들은 수도에 거대한 궁전과 수녀원을 지으면서 서로 그 대담함과 웅장함을 겨루었다. 그들은 페트로드보레츠(Petrodvorets), 로모노소프(Lomonosov), 차르스코예 셀로(Tsarskoie Selo; 푸시킨 시), 파블로프스크(Pavlovsk), 가치나(Gatchina) 등 주변 지역에 황제와 왕족의 교외 저택 등을 건축하면서 재능을 뽐내었다. 미하일로프스키(Michailovska) 궁전을 건설하라고 명령한 파벨 1세(Paul I) 시절과 19세기 알렉산드르 1세(Alexandre I) 시절에 건축된 기념비적 건축물에는 도시의 창건자가 보여 준 놀라운 추진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카를로 로시(Carlo Rossi)의 궁전과 극장・예술 광장, 카잔(Kazan)에 있는 보로니힌(Voronikhin)의 노트르담(Notre Dame) 대성당, 오귀스트 드 몽페랑(Auguste de Montferrand)이 설계하고 바실리 스타소프(Vassili Stassov)・아브람 멜니코프(Abram Melnikov)・알렉산드르 미하일로프(Alexandre Michailov)와 안드레이(Andrei) 미하일로프가 건설에 참여한 성 이삭 성당[St. Isaac Cathedral]은 이 시대의 위대한 걸작들이다. 도시 계획 역사 중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규모 도시 계획의 유일한 본보기이다. 이것은 서로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건축 양식을 신속하게 계승했음에도 나름의 철학을 간직한 대규모 계획이었다. 1748년 바르톨로메오 라스트렐리(Bartolomeo Rastrelli)가 시작하고, 1835년 바실리 스타소프가 완성한 부활 교회의 바로크 양식은 토리드(Tauride) 궁전의 정제된 신고전주의 특성과는 정반대되는 양식이었다. 라스트렐리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한 겨울궁전의 생동감 넘치는 건축물을 배경으로 궁전 광장에 서 있는 알렉산드르 원주는 1830년부터 1834년까지 오귀스트 드 몽페랑이 건립한 것으로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건축 양식이 공존하면서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 기념물군은 끊임없이 해풍이 불어오는 바다를 향해 어떤 배경도 없는 풍경 속에 서 있다. 주변에는 400개를 넘는 다리 밑으로 흐르는 운하는 그물처럼 얽혀 있고 발트 해(Balt海)가 다채롭게 반짝인다.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생생한 색을 띤 회반죽과 장식 벽토・빛이 반사되는 대리석과 화강암・반암・반짝거리는 금박 장식의 건축물과 녹색의 공원이 어우러져, 눈이 시리도록 푸른 네바(Neva) 강과 함께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1703년부터 선보인 건축가들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건축가들이 설계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그 주변 지역의 조화로운 건축물들은 18~19세기의 건축과 기념비적 예술품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념물은 바로크와 신고전주의의 빼어난 건축물들 뿐만 아니라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황제의 저택을 포함한다. 더욱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