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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 2011-03-28 15:47 | 조회 237 | 출처:
서울아산병원
미니애폴리스의 가정주부인 매리언 키치는 발송인 이름이‘사난다’로 되어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12월 21일 자정에 대홍수가 일어나 인류가 종말을 맞게 되는데 사난다’라는 신(紳)을 믿는 사람들은 모두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이 편지를 비행접시 동호회에서 만난 외과의사 겸 의과대학 교수인 암스트롱 박사에게 보여주었다. 이들은 같은 편지를 받은 사람들과 모여‘사난다’신을 믿는 종교를 급히 만들고 종말을 피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인류의 종말을 확신했던 암스트롱 박사는 환자들에게‘사난다’신을 믿으라고 설교를 하다가 병원에서 해고당하였다.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세속적인 영예나 직함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종말 전날 밤, 매리언 키치의 집에 모인‘사난다’교 신자들은 신의 계시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거실 양탄자 밑에서 이상하게 생긴 주석 조각이 발견되었다. 신자들은 이 주석 조각을 자신들을 구조할 우주선에 타려면 몸에 걸친 모든 금속 조각을 제거해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하였다. 여자들은 급히 브래지어의 고리를 제거하였고 남자들은 바지의 지퍼를 제거하였다. 밤 11시 50분, 대홍수 10분 전, 신자들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구원받기 위하여 직장을 그만 두고 집을 팔고 온 사람들이었다.
째각째각 시간이 흘러 자정이 막 지났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신자들은 충격을 받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때 커튼 사이로 강한 조명이 새어 들어왔다. 신자들은 혹시 구조 우주선이 왔나 깜짝 놀라 커튼을 젖혔다. 그러나 그것은 취재차 나온 방송국 차량의 조명 빛이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실망하였다.
새벽이 되었다. 신자들은 방송국 기자들을 집안으로 안내해 차를 대접하였다. 기자들은 신자들 모두 의기소침해 있으리라고 예측하였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흥에 겨워 들떠 있었다. 방금‘사난다’신으로부터‘신자들이 밤새 너무 열심히 기도하였기에세상을 구원하기로 결심하고 홍수를 내리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왔기 때문이었다.(스키너의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 에코의 서재)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이 사이비 종교 집단의 시종(始終)을 면밀히 관찰한 후, 1957년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발표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때,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 보다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한다’는 이론이다.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는데 심리적인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여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의 행동을 멋지게 설명하여 심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앞의 사이비 종교 집단은 인지 부조화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이 현상은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비싼 돈을 주고 최고급 차를 샀는데 소비자보호원에서 이 차에 결함이 있다고 발표하였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싼 차를 산 것을 후회하고 자동차 회사를 비난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구매한 차의 좋은 점, 긍정적인 정보만 수집한 후‘왜 좋은 차를 결함이 있는 차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소보원에 시비를 건다.‘ 자신이 구매한 차가 최고급 차’라는 믿음에는 잘못이 없다고 합리화, 정당화하는 것이다. 거꾸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구매한 차가 좋은 차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비슷한 현상을 환자들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다. 잘못된 치료를 받아 고통 받는 환자에게 전에 치료받았던 병원에 문제가 있는지 질문하면 굳이 그 병원 이야기를 피하려고 한다. 병원을 잘못 선택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괴롭기 때문이다. 비싼 돈을 내고 치료받은 경우이 현상이 더 심하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인지 부조화’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믿음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대신 현실을 왜곡한다. 이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말을 꾸며대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표현들은 인지 부조화 상태를 잘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이런 심리상태는 주식 시장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주식이 떨어지는 시점에 어떤 투자자들은 곧 바닥을 치고 반등할 꺼야 등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 듣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지 부조화(또는 자기 합리화) 현상은 CEO나 리더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자신이 입안(立案)하고 집행한 정책에 오류가 나타나는 경우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몰고 간다.
인지 부조화 이론은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최근 광우병 사태에서 양측은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을 인지 부조화에 따른 자기 합리화라고 서로 비난하기도 하였다.
이 이론은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한다. 호되게 비싼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어지간해서 그상품을 비난하지 않는다. 고가 전략이 먹혀 들어가는 것이다. 병원 마케팅에도 이용된다. 보험 수가를 내고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터무니없이 비싼 비보험 수가를 내고 치료를 받은 경우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인지 부조화 이론은 한국 전쟁 당시 중공군들이 미군 포로를 공산주의로 전향시키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포로들에게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글을 쓰게 한 후 포상으로 쌀을 조금 주거나 사탕 몇 개, 담배 몇 가치를 주었다. 포로들은 사소한 상품을 받기 위하여 자신의 믿음(반공 사상)과 상반된 행동을 한 현실에 괴로워했다.중공군 정보 책임자들은 미군 포로들이 심리적인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버릴 것이라고 예상하였고, 그 예상은 적중하였다. 글을 쓰고 유치한 포상을 받은 미군들 중 상당수가 나중에 공산주의자로 전향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사탕 몇 개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산주의를 좋아해서 전향한 것이라고 자기를 합리화한 것이다. 전향시키는데 가혹한 고문이나 엄청난 뇌물이 필요치 않았다. 중공군 정보 책임자들은 사탕 몇개로 어른이 다 된 사람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 주물럭거린 심리학의 대가(大家)들이었다. 인지 부조화라는 용어 자체는 몰랐지만 그 개념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쉽게 자기 정당화의 덫에 걸린다. 이를 위하여 현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기억마저 왜곡한다. 레온 페스팅거는 오랜 세월‘인지 부조화’현상을 연구한 후‘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위선과 잘못, 어리석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페스팅커는 “인간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으로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하에서 자신의 믿음을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 보다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인지부조화의 이론에 쓰이는 예 중 하나가“사이비 종교”의 종말론과 신도들이다. 한 사이비교주가 있다. 그는 어느 어느날
지구가 우주에서 떨어지는 운석으로 인해 종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 재산을 바치고 기도를 하면 신이 나타나 구해 줄 것이라는
것이다. 신도들은 전재산을 교주에게 바친다. 그리고 예언한 날 신을 영접하러 예언된 된 장소로 나간다. 그러나, 지구는 멸망하지도 않으며, 신은
나타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그 때 교주가 나타나 “여러분의 기도가 종말을 막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속은
것을 알고 교주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기뻐하며 더욱 더 독실한 신자가 됐다.
이러한 신도들의 행동들이
“인지부조화”다. 현실보다 믿음을 택하는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신도들은 이미 직장도 그만두고 돈도 전부 받쳤다. 그런데 전부 가짜였다고
한다면 자신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신도들은 “사이비교주에게 사기를 당한 바보" 로 사회에서 소외를 당하기 보다는 “믿음으로 지구를
구해낸 영웅"쪽을 선택, 어딘가의 소속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여러 실험들도 뒷받침 되기는 했으나,
완전하다고 할 수 없다. 이론 발표 후 꾸준히 다른 심리학자들에게 도전을 받아왔으며 아직까지 연구되고 있다.
대학 때
중국인 친구가 중국인 여학생 린링을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 친구는 린링의 집에 초청을 받아 놀러갔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내 친구를 너무
싫어하더라고 한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틱틱- 쏘는 할머니.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린링은 친구가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B대학에 다닌다고
말을 했다. 린링의 할아버지가 친구와 같은 대학을 다니셨던 것.
그러자 할머니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네가 B대학 학생일리가 없어. 내가 그 대학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네가 다닐리가 없지.” 친구는 그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를 깨닫고는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할머니도 역시 전형적인 인지부조화다. 현실은 그 친구는 할머니가 좋아하는 B대학의 학생이지만, 노인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친구가 싫다는 “어떤 믿음”을 선택한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현실이 또는 사실들 (fact)이 믿음에 반하게 될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왔던
“무엇”을 부정해야만 한다. 이 때 현실과 사실은 무시된다. 단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것이다. 아마 얼마 전
있었던 타진요 사태가 좋은 예 아닐까.
그런데, 표현의 자유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부조화 이론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 어떤
사실의 진실여부 (True or False)가 의심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시간동안의 식민지화와 독재정부의 결과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언론을 믿지 않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자신이 알고, 배운 것 조차도 의심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국민의 대다수가 인지부조화인 듯
보일 때도 있다. 서로의 믿음만 다를 뿐, 매양 각자의 믿음에 매달리는 것은 같다. 믿음에만 의지해 대화를 하려하니 소통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는 다른 말로 그 어떤 것에도 확신을 가지지 못 하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모든 것들을 가늠하게 된 것은 아닐지. 그게 더 편하니까 말이다.
요즘 인터넷에는 인지부조화 이론에 맞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고는
한다.
어떠한 사실들을 한번 들어 보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믿지 않으려 드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이는 우리의
근대사와 현대사가 낳은 비극이다. 안타깝게도 누구 탓을 하겠는가? 그저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세력이 50년 이상 권력을 잡으며 국민을 우롱하고
끝없는 주입식 교육을 시킨 탓 이라고 할 수 밖에. 이는 시스템의 토대 (foundation)를 붕괴한 제국주의 강점기가 낳은
사생아다.
불교에는 이런 말이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아라한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여야 비로소 해탈을 얻어서 참사람이 된다"
믿음조차 버릴 때 자신의 본성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번 되새겨 볼만한
말이다.
첫댓글 생각하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음..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