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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첫아들을 낳은 김주하 앵커와 남편 강필구씨를 백일 만에 다시 만났다. 만삭 때 “몸무게가 20kg이나 늘어 고민”이라던 그는 “아직 4kg 남았다”고 했지만 표정만큼은 행복한 ‘초보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가 생긴 후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는 김주하 앵커 부부와의 유쾌한 만남. |
김주하 앵커(33)와 남편 강필구씨(36)를 만나기 위해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손을 꼭 잡고 신호등 앞에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렷한 이목구비며 작은 얼굴까지, 두 사람은 서로 참 많이 닮았다.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제가 평소에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데 잘 모르는 분들은 진짜 남매인 줄 아세요(웃음).”
“책 많이 읽는 남편 주장 따라 모유 먹이고 있어요”
지난 9월8일은 아들 준서의 백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누구나 한두 차례 큰 고비를 넘기기 마련인데 그 사이 이들 부부도 벌써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 아기는 건강한가요.
김주하(이하 김) 백일 때 조촐하게 가족모임을 가졌는데 그 뒤부터 준서가 몹시 아파 며칠 전에는 밤에 응급실을 네 군데나 돌았어요. 먹은 것도 없는 아이가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토하는데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고…. 결국 치료도 받지 못하고 집에 데리고 왔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강필구(이하 강)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라는데 저희는 반대예요. 아이가 우량아(4kg)라 낳을 때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정작 지금은 다른 아기들보다 많이 말랐어요.
▼ 부모가 된 게 실감이 나나요.
김 전 아직 실감이 안 나요(웃음). 밖에 나가서 놀다보면 영원히 놀아도 될 것 같고…(웃음). 친정어머니가 전화해서 들어오라고 해야‘이제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강 저는 실감이 나요. 준서를 얻고 나서 계획이 많이 생겼어요. 언제 이사를 가고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어디로 놀러 가고 하는 계획들이 머릿속에 순서대로 입력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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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유수유를 하고 있나요.
김 지난 8월 중순 3박4일간 기아대책기구 홍보대사 자격으로 북한에 다녀왔는데 그동안 아기와 떨어져 지내는 것보다 모유 짜놓고 가는 게 더 힘들었어요. 서른 봉지나 짜놓고 갔거든요. 남편이 분유에 ‘분’자도 못 꺼내게 해요. 책에 모유가 좋다고 나와있기 때문에 무조건 모유를 먹여야 한대요. 육아에 관한 한 남편이 더 열심히 공부를 하기 때문에 싸우면 제가 이길 수가 없어요. 한 가지 좋은 점은 저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남편한테 물어보면 되니까요(웃음).
강 그럼 내가 책을 안 읽으면 당신이 읽을 거야?(웃음). 그 좋은 화이트 골드(모유)를 왜 안 먹입니까.
김 모유를 먹이는 문제로 그동안 신경전이 좀 있었는데 얼마 전 한 분유에서 영아들에게 치명적인 세균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남편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요.
강 그동안 둘이 논쟁을 하면 제가 매번 졌어요. 아내가 코너에 몰렸을 때 “그거 전에 내가 뉴스에서 보도했어. 그러니까 내 말이 맞아” 해버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거든요. 이번엔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서 제가 뉴스 덕을 좀 봤죠.
▼ 아기가 가장 예뻐 보일 때는 언제인가요.
강 70일 무렵부터 목을 가누고 요즘엔 서서히 낯을 가리기 시작했는데 몇 초 동안 저를 쳐다보다 방긋 웃어줄 때가 가장 예뻐요. 준서가 저를 알아본다는 뜻이잖아요.
김 엄마 입장에선 잘 때가 가장 예쁘죠(웃음).
“아침에 남편이 제가 짜놓은 모유 먹이고 출근해요”
김주하 앵커는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출산휴가가 끝난 후 육아휴직을 신청, 내년 3월에 방송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강필구씨가 육아와 직장일을 병행하는 형국(?)이라고 한다.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 직접 탯줄을 자르고는 감격에 겨워 문을 잠그고 한참 동안 펑펑 울었다는 그는 김주하 앵커가 지난 8월 북한에 갈 때는 “당신이 너무 예뻐 위험하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절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 육아 분담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김 낮에는 주로 제가 보고 또 친정어머니가 같이 지내면서 도와주세요. 목욕을 시키는 건 남편 일이고요. 제가 목욕을 시키면 남편이 ‘자기 일을 뺐었다’며 싫어해요. 남편이 늦는 날은 아기가 목욕을 못하는 날이죠(웃음).
강 아침 수유도 제가 합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짜놓은 모유 먹이고 출근해요. 아내가 충분히 쉬어야 낮에 아이를 더 열심히 볼 수 있잖아요.
▼ 아기를 낳은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김 준서 덕분에 모처럼 쉬고 있어요. 사람 만나고 운동도 하고…. 아, 또 백화점에 같이 가도 남편 혼자 둘러보고 오라고 하고 저는 앉아서 쉴 정도로 쇼핑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유아용품을 구입해야 하니까 인터넷 쇼핑을 많이 하게 됐어요.
강 아내가 부드러워지고 여성스러워졌어요.
김 준서를 얼러주고 있으면‘당신한테 그런 면이…’ 하면서 놀라요. 다른 주부들 하는 것의 절반만 해도 ‘잘한다’고 칭찬해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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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후 다이어트는 어떻게 했나요.
김 아직 4kg이나 남았어요. 남편은 언제 다 빠지느냐고 놀리지만 준서를 가졌을 때 20kg이나 불었던 걸 생각하면 성공한 편이죠(웃음). 준서를 낳은 직후에는 딱 아이 무게만큼밖에 몸무게가 줄지 않아 ‘영영 빠지지 않는 건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모유수유를 해서 자연히 빠진 부분도 있고 얼마 전부터 헬스를 시작했어요.
▼ 아기와 함께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강 돌 즈음이 되면 같이 목욕탕에 가고 싶어요. 아이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가는 건 모든 아버지의 ‘희망사항’인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저도 아버지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간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그게 굉장히 답답하고 싫었거든요.
▼ 서로에게 섭섭한 적은 없었나요.
김 ‘아기가 있어도 당신이 최고야’라고 말해주던 남편이 얼마 전 준서가 아팠을 때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제게 전화를 해서‘왜 빨리 집에 들어가지 않느냐’며 신경질을 내더라고요. 저도 급히 가는 중이었거든요. 남편이 평소 화를 잘 안 내는 편이라 당황스럽고 섭섭했어요.
강 섭섭한 적은 없지만 아내가 요리를 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김 결혼할 때 요리 문제로 스트레스 안 주기로 약속해놓고서 요즘‘우리 준서는 엄마가 해 주는 밥을 한번도 못 먹어볼 거야’라며 슬쩍 압력을 넣고 있어요.
강 영어 속담 중에‘남자의 마음은 머리보다 위장에 더 가깝다’는 표현이 있어요. 그만큼 먹는 건 남자에게 중요하다는 거죠.
“아이 낳고 나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더욱 각별해졌어요”
“서로의 부모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며 결혼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이들 부부는 10월 초 두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동남아를 거쳐 시부모가 있는 미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한다. 프러포즈할 때 “자주 가족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던 남편은“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올 초부터 계획을 세우고 용돈을 아껴 경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준서를 봐주느라 고생하는 친정 부모를 모시고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 것도 남편이었다고.
▼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김 친정 부모님께 친아들처럼 잘할 때가 가장 고맙죠. 이번 여행일정에 싱가포르를 포함시킨 것도 친정아버지가 게 요리를 좋아하시기 때문이에요. 거기 칠리 크랩 요리를 잘하는 데가 있는데 꼭 모셔가야 한다면서요.
강 부모님께 잘하는 건 아내가 한 수 위예요. 저희 부모님을 ‘엄마’‘아빠’라고 부르면서 얼마나 살갑게 잘 하는지…. 저도 아내한테 배워서 장인·장모님께 똑같이 하고 있어요. 백화점 명품관에도 가도, 허름한 포장마차에 가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는 그런 여자가 이상형이었는데 아내가 꼭 그래요.
김 전 포장마차가 더 좋은데요(웃음).
▼ 둘째 계획은 있나요.
강 벌써 이름도 지어놓았어요. 아들, 딸 모두 커버할 수 있는‘현서’라고요.
김 ….
▼ 준서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나요.
강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것 같고요.
김 한번 아프고 나니까 무엇보다 건강한 게 최고더라고요. 또‘효자 집안에서 효자 난다’고 저희가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수다를 떨듯 편안하게 자신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 김주하 앵커와 강필구씨. 뒷모습이 궁금해 따라가보았더니 그들 부부는 올 때보다 더 다정한 모습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골목길 안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