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를 맞아 주요 외신들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으로 논란을 낳았던 ‘염전노예’ 사건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2015년 초입부터 한국의 장애인 인권 실태가 전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된 셈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4일에 걸쳐 미국의 CBS, 영국의 데일리메일 등 주요 외신들은 AP통신의 염전노예 사건 관련 보도를 인용해 기사화하면서, 이를 ‘현대판 노예제’(Modern day slavery), '노예 섬‘(slave islands)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한국사회의 대표적 장애인인권 침해 사건으로 논란을 낳았던 '염전노예' 사건에 대해 외신들이 새해를 맞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CBS 뉴스 화면 캡쳐) |
영국의 조간신문 ‘데일리메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너무나 끔찍해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라며 “장애인들이 작고 외딴 섬에 잡혀 와 염전에서 노예 노동을 해왔다는 것은 (한국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도 했다.
외신들은 AP통신이 직접 인터뷰한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김아무개 씨의 말을 인용하여, 사건이 일어난 전남 신안군 신의도를 ‘생지옥’(a living hell)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것처럼, 외신은 노숙생활을 전전하던 장애인들이 염전에 끌려오게 된 사연을 상세하게 전했다. 이들은 특히 시각장애인인 김 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2012년 7월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그가 음식과 담배, 숙박 등을 제공해 주겠다는 낯선 사람에게 이끌려 신의도에 오게 되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때부터 임금도 전혀 받지 못한 채, 염전에서 노예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외신은 김 씨가 “내가 뭔가를 물어보려 할 때마다, 그(염전주)의 주먹이 날라왔다”, “그는 나에게 ‘입은 오직 음식을 먹고 담배 피는 데에만 쓰라’고 말했고, 그가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거리를 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라고 밝힌 것을 비롯해 피해자의 발언을 상세히 보도했다.
외신은 또, 김 씨를 비롯한 장애인들이 여러 차례 도망치려 했지만, 이를 발견한 지역 주민들이 염전주에게 연락해 다시 데려가게 했던 일 등을 지적하며, 폐쇄적인 지역사회가 사실상 공범 역할을 했던 점도 빼놓지 않았다.
외신은 경찰의 조사 결과 염전지역에서 노예 노동에 시달려온 장애인들이 63명에 달하고 이들 중 4분의 3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다는 점, 경찰 수사 후 장애인들이 염전지역에서 분리조치 되었음에도 결국 또 노숙생활을 하게 될 것이 두려워 염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사례 등 사실상 염전노예 사건이 가능하게 했던 한국 내 열악한 장애인 복지 실태를 고스란히 전했다.
특히 미국의 CBS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쟁, 빈곤 그리고 독재를 거친 후, 남한은 이제 힘찬 민주주의와 언론, 그리고 이 지역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가지게 되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의 부와 힘이 증대하는 와중에도, 장애인은 종종 예외였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같은 외신보도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 실태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로, 먼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망신스럽다”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지금까지 단순한 임금체불 문제로 보는 측면이 있었는데, 외신들의 반응은 이것이 분명한 인권침해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팀장은 “세계적인 시선도 있는 만큼, 정부와 사법당국이 이제는 인권의 관점에서 강제노역 등의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었던 염전주에 대해 법원은 지난해 8월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어 장애인계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염전주에 대한 형사 및 민사 재판이 다수 진행 중에 있어 장애인계와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