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절 위제희 부인과 극락세계
1 아사세왕은 태자로 있을 때에, 제바달다의 간특한 꼬임에 빠져 태자로서 지킬 본분을 잃고 반역의 행동을 일으켰다. 그래서 자기가 왕위를 빼앗고 아버지 되는 빈바사라 왕을 몰아내어 옥중에 가두고 굶겨 죽이려고,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음식물을 들이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한지 여러 날을 지나서 아사세왕은 부왕이 갇혀 있는 옥문의 수문장을 불러서 물었다.
“부왕은 아직 살아 계시냐?”
”예, 아직까지 살아 계십니다.“
”무슨 목숨이 그렇게 길더란 말이냐? 옥중에 가둔 지가 거의 한 달이나 지났을 터임데,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니… .”
“황공하오나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왕태후 위제희 부인 마마께서 몸에다 꿀을 바르고, 그 위에 볶은 찹쌀가루를 묻혀 가지고 오시되, 영락에다가 물과 장을 담아 가지고 매일같이 출입을 하면서, 그 쌀가루를 손톱으로 긁어내서 물과 장과 같이 올려서 먹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제자인 목건련과 부루나는 공중에서 날아와, 신통을 부려 옥문을 열지도 않고 들어가서 설법을 하고 있으니, 돌아가실 이치가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제자들은 신통 변화로 들어간다니까 그렇다고 하려니와, 왕태후의 출입은 왜 제지하지 아니하였단 말이냐?”
아사세는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벌컥 치밀어서
“왕태후는 어머니라 할지라도, 국법에 저촉되는 적과 같은 부왕을 도와준다면 역시 국적이다. 또 나쁜 사문들이 주술과 신통으로써 옥중에 들어거서 감언이설로 악한 왕을 오래 연명하도록 한다니, 모두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하고, 칼을 빼어 들고 어머니 위제희 부인을 한 칼에 베어 죽이려고 하였다.
이때에, 대신 월광과 기바가 왕에게 읍하고 간하기를
“우리들이 베다의 경전에 기록한 바에 의하여 보면, 천지가 개벽한 이후 악한 왕들이 나랏님의 지위를 탐해서 그 아버지를 죽인 자는 일만찰천 명이나 있다고 함을 보았으나, 무도하게도 죄 없는 약한 어머니를 살해하였다는 일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왕께서 이러한 대역의 거사를 하신다면, 이것은 왕족을 더럽히는 일이라, 신들은 방관하고 참을 수가 없나이다. 사람으로서 어찌 이런 일을 하오리까? 이것은 짐승만도 못한 일이라, 신들은 절개을 지켜서 충성을 바칠 수가 없는가 하오.”
하고, 두 사람은 칼을 손에 들고, 뒤로 물러 나가면서 말했다. 왕은 놀라면서 기바에게 말했다.
“경들은 나를 위하여 도와주지 아니하려는가?”
“지금이라도 모후를 해하지 아니하신다면, 다시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사세는 이에 마음을 돌리고 칼을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내관에게 명령하여 어머니 위제희 부인을 후궁에 가두고 출입을 못하게 하였다.
2 이때에 위제희 부인은 자기 아들에게 갇히어서 욕을 보게 되었으므로, 분함과 억울함을 참으며 슬픔과 탄식에 잠겨서, 멀리 기사굴산을 바라보고 부처님께 망배를 드리고, 혼잣말로 부르짖었다.
“부처님이시여,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목건련 존자와 아난 존자를 보내서, 나를 위로하여 주신 일도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참을 수가 없는 근심과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그러나 높으신 부처님을 감히 어찌 앉아서 뵐 수가 있겠습니까? 꼭 가서 뵈어야 할 터인데, 아들에게 감금을 당하여 갈 수가 없는 신세가 되었으니, 더욱 안타깝고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한즉, 목건련과 아난 두 존자만이라도 보내셔서 만나게 하여 주셨으면, 이런 고마울 데가 없을까 하나이다.”
빗방울같이 떨어지는 눈물을 흫리면서, 멀리 부처님께 절을 드리고 있었다. 부인이 머리도 채 들기 전에, 부처님은 부인의 마음을 알아 살피시고, 신통을 나투사 부인 앞에 나타나 닜었다. 부인은 울다가 울다가 머리를 들어보니, 부처님이 와 계시지 않는가. 그뿐인가? 왼쪽에는 목건련 존자가 서 있고 오른쪽에는 아난 존자가 서 있었다. 부인은 땅에 거꾸러져 몸부림을 치고 느껴 울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나는 무슨 죄보로서 이와 같은 불효 악자를 낳게 되었고, 또 부처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제바달다와 같은 것과 친척이 되셨습니까? 부처님이시여, 나를 위하여 근김과 괴로움이 없는 곳을 가르쳐 주십시오. 나는 이 천박하고 악덕한 세상이 싫어졌습니다. 이 세상은 지옥.아귀.축생이 꽉 차 있는 좋지 못한 세상입니다. 나는 이후부터는 악한 소리를 듣는다거나 악한 사람을 다시 만나보고 싶지 않습니다. 청컨대, 세상의 눈이요 빛이신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깨끗한 세계를 보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