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내부 연좌농성, 밖에선 100여명이 텐트 10개 치고 시위
비정규직을 대거 조합원으로 끌어들인 후, 장소 불문하고 점령
◇선물 가득 받았던 노동계
올해 중반만 해도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화답하듯 가급적 집회·시위를 자제했다. 민주노총이 20여 년 만에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가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한국노총도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과 고위급정책협의회를 열고, '최저임금제도 개선'에 합의했다.
정부는 그런 노동계에 크고 작은 선물을 안겼다. 문 대통령의 사실상 1호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작년부터 진행됐다. 올 9월까지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835개 기관에서 15만60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7월에는 최저임금이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로 올랐고, 두 달 뒤엔 쌍용차 해고자들이 복직했다.
◇샅바 쥐는 노동계
하지만 늦여름을 기점으로 노동계는 거칠게 나오기 시작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건비 부담이 생기자 공공기관은 물론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도 난색을 보였다.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자회사를 만들어 그곳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기관이 여럿 나왔다.
그러자 노동계는 "자회사 말고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거 조합원으로 끌어들인 민노총이 수시로 관공서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올 9월 이후 농성이 잦아졌다. 지난달에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북지부 노조원들이 김천시 통합관제센터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며 김충섭 김천시장실을 점거했다. 이달 초에는 민노총 비정규직 노조원 160여 명이 한국잡월드와 고용부 경기지청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대구지역 민노총 조합원들은 권혁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사무실을 점거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정부와 손을 잡았던 한국노총도 정부가 '탄력근로제(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제도)'를 확대하려는 데 반발해 대정부 투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느슨한 정부 대응
이와 관련,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가 문재인 정권에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더 큰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민노총 집행부가 투쟁보다는 대화에 나서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강경파가 관공서 등을 점거해 대정부 관계를 긴장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민노총 점거 농성이 잇따르면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과거 노동계와 밀월 관계였던 정권 핵심들이 연일 민노총을 비판 중이다.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 점거 농성이 유행처럼 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점거 농성은 손쉽게 여론의 관심을 끌려는 수단"이라며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했다면 지금처럼 곳곳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