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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가 벌써 결혼이네, 헐. 시간 존나 빨리 쳐간다.”
“응, 우와. 벌써 그렇게 돼버렸네? 으하하- 괜히 막 좋다. 안 그래?”
벌써 만난 지 사년 반.
참. 끈질기게도 우리의 인연은 마치, 오래전에 누가 종이로 연결한 것 같았다.
가위로 자르면 다시 테이프나, 풀로 붙일 수 있게.
싸워도 다시 붙고, 또 싸워도 다시 붙고…
실이 아닌. 명백한 종이.
) Part.1 첫 만남
그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였다. 분명히.
그리고선, 아마 대학 들어가기 전 이였을 거다.
우연찮게 같은 대학교에 들어가게 된 오랜 친구 세정이에 의해 그날은 기분이 찜찜했다.
날씨도 햇볕이 쨍쨍한 날 이였고, 아침부터 옆에서 쫑알쫑알 대는 세정이가 마냥 싫었다.
“아 진짜, 딱 삼분만이라도 쫌 닥치고 있으면 안되겠냐? 앙?!”
“에이~ 뭐가 그래~ 너도 내말 듣는 거잖아. 즉. 듣기 좋은 거 아니야?”
“미친. 혼자 쇼를 해라 쇼를 해.”
“응. 그래서 말야…”
그냥 아예 귀를 틀어막아버리고 싶은 생각 뿐 이였다. 내 머릿속엔 온통.
그런 다음에는 김세정의 입을 종이 짝을 갔다가 문데 버리는 것.
으하하하-
생각 만해도 즐겁다. 저 해맑은 표정이 언제 똥 밟은 것처럼 일그러질지 몰라서.
근데, 그런 것도(김세정의 입을 종이 짝에다가 문데 버리는 것.) 귀찮다 싶었던 나는 그냥
김세정의 아무 쓸모없는 말에 “응” 이라 던지 “어” 라 던지 “그래” 라는 말을 한참
반복 하고 있던 때였다.
열심히 열변을 토하고 있던 김세정이 갑자기 내뱉은 말.
“오늘 오후에 미팅 있는데 넌 …당연히 가지?”
이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응”
이라고 아주 친절히 말을 내뱉은 것 이였다. 오, 쉣!!! 하느님 알라신 빌어먹을.
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김세정을 따라 가야했었다.
거기서 만났었다. 지금은 미치도록 사랑하게 된 최진현을.
“안녀엉! 마이 네임 이즈 최진현! 왓츠 유얼 네임?!”
나한테 손을 내밀면서 상큼하게 자신을 당당히 밝혔었다.
또라이다. 적어도 내 뇌리에는 이렇게 저장되었다.
그리고선 내 딴엔 한다는 소리가 이거였다. 분명히.
“세상은 날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게 내 이름 뜻이다. 내 이름이 뭔지 알아서 찾아내.”
…
“플러스로. 내 이름은 순수 한글 말이다. 우리 아빠가 세종대왕 형님을 앵간히 좋아해서.”
) Part.2 미치도록 어이없다.
한참 나랑 김세정이랑 학교를 제끼고 놀러간 적이 많을 때.
그중 딱 기억에 남는 날. 몇 월 몇일, 무슨 요일 까지 생각이 나는 날.
왜 그때 시내를 택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분명 한 것.
그날도 몹시 재수가 없었던 날 이였다. 햇볕이 무지하게 쨍쨍하던 참에.
“와씨, 드럽게 날씨 좋네. 오늘따라… 여어- 김세정아 안 그냐?”
“왜? 뭐가? 이런 날씨 좋잖아. 푸하하하하 라고 웃고 싶어 미칠 지경이네 나는”
비꼬는 말투의 나에 대해 반박하는 김세정.
이상하게 나랑 다른 것만을 요구하는 이상한여자 김세정의 그 웃음소리를
난 거부하고 싶었었다. 푸하하하하가 뭐냐, 여자가?
“어어어어… 저기 봐봐 가온아!”
“응?”
세정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쳐다보았더니, 글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형.
핑크팬더가 시내에서… 대 낮부터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대 낮이라서 어린애들도 별로 없을뿐더러, 나와 세정이를 제외한 몇몇의 교복을 입은
인구들을 빼고는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한명, 한명 풍선을 나눠주는 그 핑크팬더.
캬하, 역시 핑크팬더는 어딜 가든지 뇌리에 개념이 박혀있네, 그려.
“가온아, 우리도 한번 가서 핑크팬더가 주는 풍선 받아볼까? 왜, 너 핑크팬더 좋아하잖아”
“응!”
정말 오랜만에 듣는 김세정의 개념이 박힌 소리.
그 소리에 맞춰 나는 벌써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이런.
그리고선 다가갔다. 핑크팬더에게.
“나도 풍선주세요!”
어린아이도 아닌데,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내고…. 쪽팔렸다 솔직히.
곧 있으면 대학갈 사람인데, 핑크팬더가 마냥 좋다고 입이 귀에 걸려서는
‘나도 풍선주세요!’ 가 뭐냐...… 어흑-
근데, 그보다 더 희귀한 일이였다.
풍선을 나눠주던 핑크팬더가 머리를 벗더니(옷을 입고 있었다. 알바생?) 씨익 웃으면서
“이거 너 다 가져. 이 핸섬한 나는 마이네임이즈 최진현.”
이랬다. 이거이거, 어디서 들었던 맨트인데…?
아… 기억났다. 저번에 김세정하고 같이 간 미팅에서 그 또라이.
“아아… 그 또라이?”
그랬더니 인상을 찡그리네, 와. 인상 찡그리는 거 왠지 예쁘다. 나 미쳤는가 보네.
“나 또라이 아닌데, 최진현인데.”
그리고선 날 미치도록 어이없게 만드는 소리가 이거. 이거 딱 한마디.
“난 너한테 풍선을 다줬어. 그러므로 난 이 가게 사장한테 무지 털릴게 분명해.
그래서 내가 털리면 니가 막 슬퍼해줄 껄 아마. 그리곤 너랑 나랑은 연애하게 될 거고.”
그리고 그날은 미치도록 어이없던 것과 함께. 진현이하고 사귄 날 이다. 분명해.
) Part.3 싸우다.
그냥… 그냥 미치도록 화가 났었다.
사귄지 육백육일. 조금만 더 버텼으면 2주년이 다 되가는데. 사건이 터졌다.
“아, 씨발. 김세정 술 마시러 가자. 이 언니가 방금 무척 기분이 다운됐다.”
세정이랑 시내를 돌아다니던 차에, 진현이를 봤었다.
그리고 그 옆엔 예쁜 여자애 하나가 팔짱을 끼고, 둘이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래, 눈이 병신이다. 지금 내 눈 병신 됐다. 미쳤다.
그래서 저 빌어먹을 남자랑, 여자가 최진현하고 어떤 여자애 하나로 보인다.
내 뇌에 세뇌 시켰다. 내 눈이… 이 빌어먹을 눈이 병신이라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나랑 세정이는 옷차림이 학생 같지가 않아 부킹… 음.
술집에서 부킹하면 이상하니깐, 술팅. 그래, 술팅. 술 마시다 헌팅 당했다.
어지간히 술이 쎈 나랑 세정이는 둘이서 맥주 다섯 병을 마셨는데도 정신이 멀쩡했다.
그리고 술팅이 들어온 그 두 남정네와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주쳤다.
언제 그 예쁜 여자애와 헤어지고, 자신의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는 최진혁.
최진혁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을 피해야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난 정당방위를 했다.
그쪽도 먼저 여자랑 팔짱끼고 히히덕 거렸고, 난 그냥 남자랑 붙어서 걸어가고 있다.
뭐가 잘못됐나?
“와, 최가온 여기서 본다. 남자랑 붙어서 걸어가고 있는데, 안녕!”
“응, 무척이나 반갑네? 안녕-”
“응, 안녕하면 나랑 잠깐만 이야기 좀 하자. 저어기 있는 골목에서.”
“응, 뭐 좋을 대로”
골목엘 갔다. 세정이랑 두 남정네는 내팽겨 치고.
“뭐였어? 방금 그 남자?”
“뭐가?”
“방금 그 남자 뭐였냐고!!!”
대뜸 화부터 낸다.
헐. 어이가 없다. 진짜 야마 돌아버리겠다.
그래, 일단은 이성을 찾고 이야기를 하는 거다.
뭐, 이 상황에서 이야기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뭐가? 왜? 남자랑 걸으면 안되?”
“…뭐?”
“왜? 솔직히 그러잖아, 손도 안 잡았다. 누구랑 다르게 팔짱도 안 꼈다. 웃지도 않았다.”
“…”
“그냥 걸었어. 걸은 거뿐이야. 근데, 뭐가?”
“나, 니 남편이다. 남편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와?”
“왜? 내가 바람 폈어? 아니, 내가 바람 폈다고 단정 지을 만한 상황이야?”
“그렇잖아!!”
“씨발, 뭐가 그래!!!”
욕이 나와 버렸다.
평소에는 아주 조금밖에 쓰질 않지만, 언성을 높일 때 쓰면 내가 화났다는 증거.
그래, 그만큼 난 화가 났었다.
참았다가 이제 폭발 된 것일 뿐 이였다.
“나, 아까 너 시내에서 두 눈으로, 이 두 눈으로 똑바로 쳐봤어.”
“…?”
“씨발, 김세정이 못 봤기에 망정 이였지, 다혈질 김세정이 봤으면 몇 대를 쳐 맞을 라고.
어떤 여자애랑 팔짱을 끼고 졸라 쳐 웃고 있더라? 그것도, 그 여자애 하나만 졸라
쳐 웃고 있었으면 됐는데, 젠장 맞게 너도 졸라 쳐 웃고 있었어.”
“봤…냐?”
“응, 봤다. 내 두 눈이 살아서 눈동자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는데, 못 볼 리가
있냐? 그래서, 난 정당방위 한 거다. 아니, 정당방위도 아니지… 내가 더 꼴리지. 안 그래?”
“…”
“넌 명백히 양다리 걸친 거고, 난 속았었고. 씨발, 이게 정답 아니냐?!!!”
내 열에 뻗쳐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뭐 소리 지를 줄 도 모르는 애자로 아는 가 본데!!! 나는 인간 아니냐?!!”
이성이 있었다. 야마가 빡 돌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딱 한 대만 이 새끼를 쳤다.
이성이 없고, 야마가 빡 돌았을 때는 벌써 이 새끼를 반 죽여 놨을 것이 분명해서.
‘퍼-억’
“한대로 끝난 게 다행이네. …다른 여자였으면 손바닥으로 쳤을 텐데. 미안해서 어쩌냐?
난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서 주먹이 나갔는데. 어쩌나요?”
확실히. 나는 아직 평범한 인간인가 보다.
TV에서 나오는 연인들처럼, 남자가 바람 펴서 여자랑 남자랑 존나 싸워서
결국 깨지는 것. 와, 난 아직은 평범한가 보다.
적어도. 연애만큼은 평범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 Part.3 청혼 받다.
싸운 후에 깨졌었다.
그런 머저리 같은 놈하고 내가 더 이상 연애 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리고 이년 반이 지났다.
진짜 끝내주는 인연인 가보다. 나랑 김세정이는….
대학에 들어와도 어떻게 같은 과가 되냐....앙?!
후우, 진절머리가 나려고 한다. 이 여자한테는.
“으하하하! 이 언니가 이번 레포트 쓰는 것도 에이를 받았다는 거 아니냐!!!”
“응 난 에이플 받았는데.”
“니미… 꼭 저년은 기분 나쁘게 해요.”
니가 나한테는 아직 꼴리는게 많다 이 말이야.
학점도 내가 더 높을 게 분명해. 으하하하.
“오늘 언니가 기분 좋아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하나 쏜다. 가자!”
오예. 김세정이 오늘따라 또 예뻐 보이네!!
* Baskinrobbins31
“더 레인보우 키위 포장해주세요”
“에엑?!! 야 그거 비싸잖아!!”
“뭐가 비싸. 만칠천원 밖에 안 해.”
그리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딸랑’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자연스레 문으로 돌아가는 내 머리.
…최진현이다.
“하트앤하트 하나 포장해주세요!”
때맞춰 미련한 김세정이 소리를 질렀다.
“어? 최진현 방가~”
이런 타이밍도 못 맞추는 맹추 년.
아니지, 내가 피할게 뭐가 있어?
말을 바꾸겠다.
이런 남자만 눈에 들어오는 착한 년.
이정도?
“응! 안녕! 방가! …가온이도 안녕!”
“엉”
“응! 뭐 사러 왔어?”
“호하하하하, 이 누님이 기분이 좋아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좀 사주는 중이시다!”
“침팬지냐? 호하하하하가 뭐냐? 아 추해. 어디 가서 나하고 친분 있다고 하지 마”
“내가 뭘!! 쳇, 최가온은 내가 뭔 말만 하면 지랄이야. 나 화장실 갔다 온다.”
“좋을 대로,”
세정이가 간 후로, 뭔가 어색하다.
침묵? 썰렁?
말이 안 나오네 그냥.
“여기, 주문하신 하트앤하트 나왔습니다.”
때마침 침묵을 깬 여기 종업원.
어이없네? 나랑 세정이가 최진현보다 먼저 와서 먼저 시켰는데?
왜 쟤꺼 케이크가 먼저 나오냐고요.
“와, 어이없다. 니가 먼저 와서 시켰지?”
“엉, 어이없네. 니가 시킨 게 더 빨리 포장 됐는가 보다.”
열심히 포장한 것 같은 데 포장한 것을 풀러 버리는 최진현.
“야야, 기껏 포장한 걸 왜 풀…”
“결혼 하자”
앙? 무슨 이상한 소리를 들은 듯 했다. 내 귀가.
나한테 말한 게 아니였을 것이다.
“결혼 하자 가온아.”
“나? 앙? 나?!!”
“응. 결혼 하자 가온아”
허, 이 미친놈이 드디어 제대로 맛 갔네.
“돌았어? 맛 갔어? 요새 병원 다니냐?”
“아니, 전혀. 병원도 안다니고, 결혼 하자.”
난… 왜 허락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끌렸다. 난 변태가 아니다!! 순수한 대한민국 여자다!!
아직도 모르겠다.
왜 그때 “응” 이라고 했는지.
그리고 환해지는 그녀석의 얼굴도 이해가 안 간다.
남들처럼 화려하게, 그렇다고 장미꽃도 없이 프로포즈를 받았다.
베스킨라빈스에서 케이크와 함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다가 받은 프로포즈.
그래, 이것만큼은 확실히 단정 지을 수 있다.
프로포즈만큼은 절대, Never. 평범하기 그지없었다고.
) END . SMILE MARRIAGE .
여자에겐 최고의 옷.
결혼할 때 입는 웨딩드레스.
그걸 내가 지금 입고 있다.
그리고… 그걸 입고 지금 내가 걷고 있다.
이 녀석과 결혼을 하기 위해.
주례 中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신랑 최진현 군은 신부 최가온 양을 사랑하시겠습니까?”
“네!!!”
“신부 최가온 양은 신랑 최진현 군을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랑하시겠습니까?”
딱 신랑 진현이의 대답보다 조금 더 크게 외쳤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세상의 중심에서서 나는 이렇게 외칠 수 있다.
“최진현을 나는 죽도록 사랑합니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남주번외부탁드려도되요?ㅜㅜ
꺅 ㅜㅜ감사합니다 ! .... 네 ㅜㅜ 시간은 걸릴듯 하지만 - -;
잘보고갑니다!! 해피엔딩 조아요
번외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