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천명 히잡 안 쓰고 거리로… 이란이 달라졌다”
WSJ, 반정부 시위 석달 변화 보도
“젊은이들 종교에 반감… 자유 갈망, 1979년 이슬람혁명후 최대 위기”
이란 히잡 시위 연대한 국제앰네스티 활동가들. 뉴시스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직자를 조롱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거나 히잡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0여 년간 이슬람식 교육을 통해 국가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성직자 지도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도 테헤란에서는 젊은 여성 수천 명이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여성이 당국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다.
더 과격한 반항 행위도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적지 않은 10대 소녀들이 이슬람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짓밟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다. 일부 젊은층은 길거리에서 성직자들의 터번(이슬람 남성이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해 두르는 천)을 쳐서 떨어뜨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다.
젊은층의 변화에 세대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한 30세 남성은 WSJ에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려고 집을 나서다가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며 “당국이 자식을 경찰에 신고하게 만들 정도로 부모 세대를 세뇌하고 있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출산과 결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당국과 보수적 종교 지도자들은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출산 장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이란에서는 매해 130만 건의 낙태가 행해지고 있다. 여성 1인당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란 문화 전문가인 아바스 밀라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현재 이란 젊은층은 이란 역사상 가장 세속적이고 반종교적”이라며 “미국과 냉전을 벌이고 있다는 당국의 메시지에도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