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호에는 팔괘와 팔괘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우주의 본체와 삼극(三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덕기 _증산도 본부 본체론과 변화론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은 우주를 변화하게 하는 본체는 무엇이며, 우주의 본체는 어떻게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날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우주의 본체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것을 ‘본체론’이라고 하며, 본체가 어떻게 운동하는가 하는 변화원리를 탐구하는 것을 ‘변화론’이라고 합니다. 식물을 예로 든다면, 식물의 뿌리를 본체라고 한다면 줄기나 잎 등은 그 현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뿌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본체론이라고 한다면 뿌리에서 줄기, 잎이 생성되어 나오는 원리를 설명한 것이 변화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의 본체와 씨앗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 (『주역』 「계사전」) - 우주를 한번은 음하게 하고 한번은 양하게 하면서 운동하게 하는 역원(力源)을 도(道)라고 한다. 식물 탄생의 근원은 씨앗이며 생장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은 뿌리입니다. 이렇듯 우주도, 우주를 낳고 음양운동을 하게 하는 힘의 근원(역원)인 나무의 씨앗이나 뿌리와 같은 본체가 존재합니다. 주역에서는 이러한 본체를 도(道)라고 하였습니다. 삼극(三極) 그런데 정역(正易)을 획(劃)하신 김일부 대성사께서는 우주의 본체와 그 작용을 무극과 태극과 황극의 삼극론(三極論)으로 정립하셨습니다. 천지의 이치는 삼원(三元)이니 곧 무극(無極)과 태극(太極)과 황극(皇極)이라. (道典 6:1:1)
천지의 이치가 이렇게 셋으로 구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앞서 배운 것처럼 ‘우주는 천·지·인 삼재로 구성되고, 팔은 상박·하박·손으로 구성되어야 운동할 수 있듯이 도(道)가 실제 변화를 할 때에는 음양이 아닌 음·양·중의 삼자가 구성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이해하셨다면 자연히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삼극과 축구장의 비유 무극과 태극과 황극은 축구장의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극(無極) 축구장에 22명의 선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팀이 나눠지지 않아 음팀인지 양팀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이 상태를 무극에 비유할 수 있는데, 무극(無極)은 양극(陽極)이나 음극(陰極)의 극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중(中)의 자리에 해당하며 절대 무(無)가 아닌 상대적인 무의 세계로 적막무짐(寂寞無朕)한 상(象)이라고 합니다. 태극(太極) 이제 22명의 선수가 음팀 11명, 양팀 11명의 두팀으로 나뉘어졌다고 해봅시다. 하지만 경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상태를 태극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태극(太極)은 ‘콩 태(太)’자가 뜻하는 것처럼 생명을 간직한 채 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나고 있는 씨앗의 고요한 모습입니다. 황극(皇極) 심판의 호각 소리가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을 중심으로 음팀과 양팀이 서로 혼잡하게 섞이면서 현란한 변화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실제 변화하는 상태를 황극의 변화과정이라고 합니다. 또 황극(皇極)은 ‘임금 황(皇)’이 의미하는 것처럼 실제 나라를 경영하고 일을 추진하는 중심자리를 말하기도 합니다. 삼극과 상수 거변무극(擧便無極)이니 十이요 십변시태극(十便是太極)이니 一이라. 一이 무십(無十)이면 무체(無體)요 十이 무일(無一)이면 무용(無用)이니 거중(居中)이 五니 황극(皇極)이니라. (『정역』 「십오일언」) 김일부 대성사께서는 삼극을 상수(象數)에 대응시키면 무극은 10, 태극은 1, 황극은 5에 해당한다고 하셨습니다. 1은 모든 수를 낳는 수의 근원이고, 5는 생수를 성수로 전환시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매개자이며, 10은 1+2+3+4의 합으로 음(1水, 4金)과 양(2火, 3木)을 모두 조화시킬 수 있는 완성수이며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삼극과 정십자가 음양의 길이가 똑같은 정십자가의 형상을 예로든다면 정십자가(十)는 무극입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은 양, ‘─’은 음으로 양과 음이 만나는 중심교차점에서 생명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중심교차점을 무극지진(無極之眞) 또는 태극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 둘레의 네 점과 중심 한 점을 더한 다섯 개의 점은 五황극을 상징합니다. 삼극의 양면성 육기 방위도와 우주탄생의 과정에 대해 열자 탕문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통해 본체의 양면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夫有形者生於無形(부유형자생어무형) 則天地安從生(즉천지안종야)? 故曰(고왈) 有太易(유태역), 有太初(유태초), 有太始(유태시), 有太素(유태소). 太易者(태역자) 未見氣也(미현기야), 太初者(태초자) 氣之始也(기지시야), 太始者(태시자) 形之始也(형지시야), 太素者(태소자) 質之始也(질시시야). (『열자』 「천서편」) 대저 형체 있는 것들은 무형의 도에서 나온 것이요. 그러면 이 천지는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그러므로 태역이 있었고, 태초가 있었고, 태시가 있었고, 태소가 있었소. 태역은 아직 기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 때이며, 태초는 기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이며, 태시란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한 때를 말하고, 태소는 질적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를 말하는 것이오.
팀이 나눠지지 않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축구장과 같이, 적막무짐한 상(象)으로 존재하는 우주의 시원상태를 0무극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음도(陰道)의 통일과정에 의해 음팀 양팀으로 구분되는, 즉 씨핵이 형성된 상태(수원水源)는 공(空)태극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씨앗의 껍질 속에서 양핵이 압박을 받아 폭발할 지경에 이른 우주알의 모습이 수(水)태극이며, 이 우주알이 결국 빅뱅(Big Bang)을 하여 껍질을 뚫고 양핵이 터져 나오는 때(경기가 시작되는 때)가 5황극에 해당합니다. 오화(午火)는 군화(君火)로서 만물의 생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분열생장을 거듭하여 음양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분열의 극에 이르면, 생장운동을 멈추고 다시 통일수렴운동을 시작하여 열매를 맺게 되는데, 이렇게 현실 속에서 생장을 성숙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10무극입니다. 삼극과 식물의 일생 우주는 일태극수(一太極水)가 동(動)하여 오황극(五皇極)의 생장 운동을 거쳐 십무극(十無極)에서 가을개벽의 성숙운을 맞이하니라. (道典 6:1:4) 식물이 자라는 모습도 이와 같이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봄여름은 성장의 시기로 이때는 황극에 해당합니다. 둘째, 가을은 꽃이 피어 성장을 멈추고 열매를 맺는 시기로 성장을 성숙으로 전환시키는 무극에 해당합니다. 셋째, 열매 속에서 씨앗이 맺혀 다음 해의 봄을 기다리는 겨울은 태극에 해당합니다. 이런 변화과정을 요약하면,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씨앗(태극)이 본체가 됩니다. 그래서 태극을 ‘우주창조의 본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무극은 태극(씨앗)을 낳은 근원에 해당하므로 ‘우주창조의 본원’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황극은 우주가 실제 운동할 수 있게 하는 ‘우주운동의 요인’입니다. 삼극과 오운육기 이제 삼극과 오운육기의 관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극은 도의 본원(本源)이니 십토(十土)요, 태극은 도의 본체로 일수(一水)니라. 황극은 만물을 낳아 기르는 생장(生長) 운동의 본체니 오토(五土)를 체(體)로 삼고 칠화(七火)를 용(用)으로 삼느니라. (道典 6:1:2∼3) 삼극과 10간 그러면 10간(오운)의 변화와 삼극은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생장을 멈추고 꽃을 피우는 10土의 자리가 기(己)이며 이 꽃이 열매를 맺는 자리는 신(辛)입니다. 씨의 핵(核)이 생기는 자리는 임(壬)이며, 생성된 씨앗이 겨울을 나고 봄에 새싹을 내기 직전의 자리가 계(癸)입니다. 그리고 씨앗의 껍질을 뚫고 새싹이 나오는 자리가 갑(甲)이며 분열의 극에 이른 자리가 무(戊)입니다. 즉 무극의 과정은 기경신(己庚辛)이고, 태극의 과정은 임계(壬癸)이며, 황극의 과정은 갑을병정무(甲乙丙丁戊)입니다. 삼극과 12지
이를 12지(육기)의 변화에 그대로 적용하면 생장을 멈추고 꽃을 피우는 10土의 자리는 미(未)이며 이 꽃이 열매를 맺는 자리가 유(酉)입니다. 씨의 핵(核)이 생기는 자리는 술(戌)이며 이렇게 생성된 씨앗이 겨울을 나고 봄에 새싹을 내기 전의 자리가 자(子)입니다. 그리고 씨앗의 껍질을 뚫고 새싹이 나오는 자리가 축(丑)이며 분열의 극에 이른 자리가 오(午)입니다. 즉 무극의 과정은 미신유(未申酉)이고, 태극의 과정은 술해자(戌亥子)이며, 황극의 과정은 축인묘진사오(丑寅卯辰巳午)입니다. 삼극과 종통(宗統) 상제님께서 “나는 천지일월(天地日月)이니라.” 하시고 건곤감리 사체(四體)를 바탕으로 도체(道體)를 바로잡으시니 건곤(乾坤:天地)은 도의 체로 무극이요, 감리(坎離:日月)는 도의 용이 되매 태극(水)을 체로 하고 황극(火)을 용으로 삼나니 이로써 삼원이 합일하니라. 그러므로 도통(道統)은 삼원합일(三元合一)의 이치에 따라 인사화(人事化)되니라. (道典 6:1:5∼7) 상제님께서는 천지일월과 인간의 변화를 이끄는 세 가지 천지조화의 힘과 동력의 본체인 삼극을 당신님의 종통전수 원리로 삼으셨습니다. 위의 10간 12지를 동시에 놓고 보면 무극의 열매인 신(辛)과 무극의 시작인 미(未)를 합하여 신미(辛未)가 무극이 됩니다. 태극은 핵이 형성되는 임(壬)과 술(戌)이 합하여 임술(壬戌)이 되며(태극은 완전 통일된 자리로 오운과 육기의 자리가 같다), 황극은 분열의 시작인 갑(甲)과 그의 끝인 오(午)를 합하여 갑오(甲午)가 됩니다.
상제님께서는 신미생인 당신님을 ‘양(羊, 道典 4:142:3), 무극신(5:355:2)’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임술생으로 오시는 분을 ‘수원水原나그네(10:24:3), 잠자는 개(6:75:2)’로 말씀하셨으며, 갑오생으로 오시는 분을 ‘말(馬, 6:7:7, 5:108:6)’로 말씀하셨습니다. 이상으로 삼극론을 통해 우주의 본체와 그 작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섭리를 인간 역사 속에서 성사시키는 인사(人事)문제인 상제님의 종통계승 또한 이러한 깊은 자연의 섭리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아보았습니다.
ⓒ 월간개벽 2006.06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