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진(가명)씨는 작은 도시의 중고자동차 매매상이다.
양심적인 중개로 업계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나 있는 사람이다.
그도 지인의 소개로 상담을 의뢰해 왔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예정된 상담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뛰어왔다고 했다.
그의 첫인상은 표정과 낯빛은 어두웠지만,
그가 성실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장석진씨는 출생부터가 아픔의 시작이었다.
어머니는 양공주였다.
어느 술 주정꾼이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색시 집에 찾아온 날,
그 날의 인연으로 그 남자는 장석진의 아버지가 되었다. 카르마는 그렇게 그의 아버지를 선택했다.
그는 5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밤낮으로 엄마 방에서 들려오는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들으며
사창가의 어두운 방에서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여인이 와서 그를 데려갔고,
낯선 여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아버지를 만났다고
전보다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 집 역시 끼니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는 공부는 잘했지만, 더 높은 학교로 진학할 수가 없었다.
낳아준 생모는 동거하던 흑인을 따라 미국으로 가버렸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20살 때 처음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지만,
큰어머니는 그녀하고의 결혼을 반대했다.
임신 중이던 그녀는
큰어머니의 욕설과 발길질에
임신 6개월에 유산이 되고 말았고
그 사건으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장석진씨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오로지 앞만 보면서 달려왔다.
그저 하루 하루를 힘들게 숨을 쉬며 살아갈 뿐이라고 했다.
아직 젊은 나인데도,
그에게 상처 깊은 짐승의 신음소리 같은 아픔과 알 수 없는 슬픔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며,
왜 이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면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하였다.
과거의 상처는 달래줄 수는 없지만,
그의 미래를 위해 리딩을 해보기로 했다.
●●● 질문- 장석진씨의 과거생 중에서 이번 생과 가장 연결되는 생은 어떤 생입니까?
리딩- 어두운 공간에 촛불이 여러 개 켜져 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화려한 문양의 관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관을 짜고, 조각하고, 시체들을 염하는 곳입니다.
규모가 큰 장의사입니다.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의 장례를 의뢰하는 곳입니다.
그곳에 푸른 비단옷을 입은 남자가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이 장석진씨 입니다. 그는 이 장의사의 주인입니다.
욕심 많은 얼굴로 팔려나간 관들을 보면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 때가 언제입니까?
리딩- 중국이고.... 시대는 당나라입니다.
장묘(葬墓) 문화가 아주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시대라고 나옵니다.
그 생에서의 이름은 '뤼안'이라고 합니다.
(이 리딩을 듣자마자 장석진씨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잠시 리딩을 멈추어 달라고 했다.
실은 자신의 아버지가 장의사였다고 했다.
5살 때 아버지를 만나자, 아버지는 장석진씨를 보며
'앞으로 너는 나를 따라다녀야겠다. 그러면, 밥은 굶지 않을게야..'
라고 했다고 한다.
너무나 가난한 집이라서 아버지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시체를 씻고 염하는 일을 했는데,
배곯는 아들이 불쌍하다고
그 집에 찾아와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장석진씨였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초상집을 다니면서
어느 때부터인지 명정: (관 뚜껑의 붉은 천에 검은 붓글씨로 한자를 써서 돌아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리는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어린 나이에 한글조차 모르는
장석진씨는
한자로 글을 써 관에 붙이는 명정이 아주 뛰어났다고 했다.
7살 무렵에는 그 일대에서 가장 뛰어난 글을 쓴다고 소문이 났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일을 그만 두기까지
그는 어림잡아 3천 개의 관에 명정을 써 붙였다고 한다.
실로 놀라운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전생에도 자신의 직업이 장의사였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는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뒤이어 리딩이 다시 진행되었다.
질문-이번 생에 장석진씨에게 가장 맞는 직업은 무엇입니까?
리딩-전생과 같습니다. 이번 생의 역할은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장의(葬儀)'일이 맞습니다.
이분은 그 방면의 일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질문-왜 그가 꼭 그 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리딩-이분의 영혼은 많은 생에서도 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대에는 제사장으로 살면서
삶과 죽음을 주관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회적 시각에서는 터부시되는 일일지는 몰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고단한 생을 살다가 죽은 이들을 편안히 안식케 하는 일...
그보다 더한 공덕은 없습니다.
질문- 이 생에서 아버지는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습니까?
리딩-그 생에서 '뤼안'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독신자였습니다.
그 당시에 자신의 사업을 보조하기 위해 한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는데,
그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심하게 혹사시키는 카르마(업)을 짓게 됩니다.
그때 그 아이가 현생의 아버지입니다.
그때 그 아이를 혹사시키면서 사육하다시피 한 악업의 카르마가 너무 깊습니다.
질문-이 생에서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리딩-이 생은 그 당시에 지은 죄업과 연결되어져 있는 삶입니다.
그때의 죄업이 너무 깊습니다...
죽은 자를 대하는 일은
수행하는 것처럼 바르고 맑은 심성을 가지고 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혹사시키면서 그 직업으로 번,
수많은 재물을 그의 탐욕을 채우는데 만 급급했습니다.
그 당시 '뤼안'은 너무나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오직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얻어지는
금전적인 이익만을 위해 살았고,
평생을 탐욕에 빠져 방탕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인과因果때문에
이 생에서 그의 영혼은 외롭고 고독하고 비참한 삶을 통해서
그때의 죄업을 소멸시키기 위해 왔습니다.
그것이 이 생에서 그가 경험해야 할 과제입니다.
리딩이 끝나고 난 뒤,
장석진씨는 혼란스러운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정리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초상집을 전전했던 이야기는
평생을 가슴속에 비밀스럽게 담아두고있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의 그러한 과거를 알게 될까봐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었다고 한다.
리딩 상담을 받을 때도
자라온 모든 이야기는 다 털어놓아도
차마, 그 이야기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만큼 리딩의 내용은
그에게 상당한 충격이라고 했다.
사실, 리딩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당사자보다 상담자가 더 난감할 때가 있다.
행복하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고 싶지만,
모든 결론이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석진씨는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여태껏 살아온 삶이 한 순간에 정리되는 느낌이라고 하였다.
오늘 일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현재의 고단한 삶이
자신이 잘못 살아온 전생의 업보에서 기인된 것이라면
언젠가는 그 업보의 언덕에 올라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깊이 반성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는 뒷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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