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수익’만 보장하는 그들만의 ‘안전’운임제
“올해만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 운임을 30% 정도 올려줬어요. 그런데 안전운임제 품목에 자기들도 들어가겠다고 전부 파업을 하더라고요. 얼마를 더 받아야 한다는 거죠?”
최근까지 지방에서 주유소 영업을 담당했던 한 정유회사 직원이 반문했다. 물론 그는 답을 알고 있었다. ‘얼마’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9일 파업을 멈췄다. 총파업 16일째였다. 기업들은 창고가 포화돼 공장을 멈춰야 할까 봐 발을 동동 굴렀고, 몇만 원을 벌겠다고 오토바이 주유를 하려던 배달기사는 헛걸음만 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자신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말로 일몰을 맞는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 도로 위 사고가 많아질 거란 ‘반협박’과 함께 말이다. 그들은 파업 철회 하루 만인 10일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안전운임제는 2018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2020∼2022년 3년 시한으로 시행됐다. 배경은 이렇다. 화물차의 과속이나 졸음운전으로 도로 위 대형 교통사고가 잇따랐는데, ‘운임’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사고를 낸 화물차주들이 지갑만 두둑했다면 과속 따윈 하지 않았을 거란 논리다.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선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다고 수입까지 줄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이걸 들어줬다.
최저임금제와는 분명 다르다. 화물 차주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억대 대출을 받아 화물차를 구매하라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허가제로 운영해 과당 경쟁으로부터도 기존 차주들을 보호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 차량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시행 후 시멘트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줄었다고 밝힌다.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량의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은 각각 29%에서 1.4%, 50%에서 27%로 줄었다고 한다. 모두 사실이라 해도 문제는 도로가 전혀 안전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직전인 2019년 사업용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6085건, 사망자는 177명이었다. 제도 시행 2년 차인 지난해 사고 건수는 6013건으로 72건(1.2%) 줄었지만 사망자는 28명(15.8%)이나 늘어난 205명이다. ‘안전’이란 제도 이름이 무색하다.
또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일반화물 차량들의 일평균 운행 거리는 2019년 378.1km에서 지난해 390.9km로 늘어났다. 일평균 운행 속도는 시속 46.2km에서 48.6km로 빨라졌다. 운임 단가가 높아지니 차주들은 더 긴 거리를 더 빨리 오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일반화물 차주의 월평균 순수입(유가보조금 포함)은 378만 원으로, 2019년 289만 원에 비해 89만 원(30.8%)이나 올랐다.
결국 3년간의 안전운임제 시행은 차주들의 주머니만 불려준 셈이다. 안전을 부르짖었던 이들이 파업 기간 중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운행 중인 동료 차량에 망설임 없이 던진 ‘쇠구슬’이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