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에 서울로 이사해 분기 부부로 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5월 어린이 날 연휴를 맞아 서울로 올라온 아내를 보니 나와 같은 식사를 하지 않은지 불과 2개월만에 아토피가 다시 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완전한 보통 사람인 장모님과 같이 살면서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는 있지만 몸은 점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 빨리 완전히 합치지 않으면 아내의 건강이 위험하다. 기후가 좋은 부산에서 합치는게 최선이겠지만 서울을 떠날 입장이 못되니 서울의 독이 음식의 독보다 약하길 빌어볼 뿐이다.
그런데 다행히 딸 아이를 통하여 서울의 독이 음식의 독보다 약함이 증명된다. 의대 입학 후 치러진 건강 검진에서 드디어 빈혈 수치가 정상으로 올라온데 이어 또 하나의 쾌거가 발생한 것이다. 의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항체 검사에서 A형 간염과 B형 간염 그리고 홍역 항체가 없다고 나와 예방접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릴 적에 이미 예방 접종을 끝냈지만 학교에서는 재 접종을 권했다. 그래도 우리는 법대로 하려고 예방 접종 기록이 남아있는 B형 간염과 홍역은 맞지 않고 접종 여부를 보건소가 인정하지 않는 A형 간염 백신만 맞으려고 하였다. 주요 전염병에 대해 예방 접종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의사 면허를 받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의사는 세가지 예방 접종을 한꺼번에 투하하였다. 못마땅했지만 이 역시 할 수없는 일인데 그 과정의 간단한 신체검사에서 혈압이 거의 완벽한 정상인 70~110이 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에 턱없이 못미치는 빈혈 수치와 더불어 최고 혈압이 90근처에서 맴돌던 컴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하는 또 한 번의 기적이었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한 달간 딸의 모습은 완전한 건강체 그 자체였다. 아무리 적게 잔 날에도 일어나야할 시간에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하루를 시작하는 전례없는 건강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예방 접종 3종 세트는 그를 일거에 파괴하고 다시 한 번 병든 닭처럼 빌빌 거리며 겨우 일어나는 딸 아이의 모습을 창조한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꼭 해야 하는 일만 하면서 가능한 수면을 취하는 건강 회복 전시 체재로 돌입한다. 재수없게 예방 접종일이 월요일이라 큰 걱정을 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이번 수요일은 지방선거로 노는 날이 끼어있다. 딸이 직접 하지 않고 내가 예약을 했으면 당연히 방학 때로 시간을 잡았을 것이고 불가피해서 학기중에 할 수밖에 없다면 금요일 오후로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