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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복기 테니스 교실 원문보기 글쓴이: nanuse
영국의 앤디 머레이는 로마대회 결승 코트에 들어서기 전 사진 한장을 보고 들어갔다.
그리고 늘 세계 1위 조코비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머레이가 이날 만큼은 달랐다. 상대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했고 그것이 끝이겠지 했지만 2세트에선 두번이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이전의 머레이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머레이는 늘 상대의 비위 거슬리는 행동에 멘탈이 흔들려 경기를 망치곤 했는데 이날은 달랐다.
머레이의 멘탈을 강하게 잡아준 것은 엄마인 주디도 아니고 모레스모 코치, 지난 3월 새로 팀에 합류한 델가도코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매경기마다 주먹 불끈쥐며 응원하는 머레이 열렬 팬인 아내 킴 시어스도 아니었다. 머레이에게 힘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5개월된 딸 소피아였다.
머레이는 "코트에 들어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일이 딸 사진을 보고 경기장에 들어왔다"라며 "이전의 어느 경기 보다도 아주 편안했다"고 고백했다. 코트 표면도 머레이에게 낯선 클레이코트고 무대도 영국이 아닌 이탈리아, 상대는 33번 만나 20번 이상 패했던 세계 1위였다. 머레이가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할 요인은 하나도 없었다.
딸 소피아가 1월에 태어난 이래 머레이는 우승 트로피를 딸에게 보이며 아버지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영국 1위 앤디 머레이가 이탈리아오픈에서 우승하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랐다.
머레이는 29번째 생일인 5월 16일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 이탈리아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를 6-3 6-3으로 이겼다. 우승 트로피가 축하 케이크가 됐고 관중들이 생일 파티 손님이 되었다.
머레이는 1세트에서 한번, 2세트에서 두번씩이나 조코비치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1시간 35분의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영국인이 로마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71년 버지니아 웨이드 이후 머레이가 처음이다.
이번 우승으로 머레이는 프랑스오픈 직전인 16일 발표되는 랭킹에서 세계 2위에 올라 프랑스오픈에서 2번 시드로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조코비치에게 그동안 33번의 경기중에 단 10번만 이기며 절대 열세에 처한 머레이는 프랑스오픈을 앞두고 큰 자신감을 획득했다.
머레이는 "이번 경기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프랑스오픈을 정신적인 면이나 피지컬적인 면에서 착실하게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머레이는 지난해 뮌헨대회 우승을 하고 나서 클레이코트 대회 우승을 위해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만큼 클레이코트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프랑스오픈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머레이에 일격을 당한 조코비치는 "비로 인해 코트 표면이 미끄러워 아주 위험하다" 스타이너 체어 엄파이어에게 줄기차게 이야기했다.
조코비치는 "비가 내리는 경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는 엄파이어 스타이너의 결정은 우스꽝스럽다"며 "멈추지 않으면 누군가 부상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코트가 적절하게 마르기 전까지 왜 경기를 계속하게 했는 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한시간동안 비가와서 흙이 엉겨붙어 아주 딱딱해진 상태에서 플레이를 했다. 특히 베이스라인 상태가 안좋았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테니스화를 신지않고 캐주얼화를 신은 체어 엄파이어가 라인에서 슬라이딩 하는 것을 알 턱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머레이는 “딸이 자라서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머레이는 “소피아의 기저귀를 갈아 줄 때 처음에 어쩔 줄 몰랐지만 며칠 지난 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해 딸로 인해 갖는 기쁨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