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 먼로와 샤넬 No.5>
1921년 100년 전 코코샤넬이 향수 제작자 에르네스트보에게 V.I.P선물용으로 향수를 특수주문제작했다. 판매용이 아니라 그냥 감사의 선물이었다. 83가지 꽃향기와 화학물을 섞어 샘플을 만들었다. 인공향수가 세상에 나타났다. 다섯 번째 샘플을 골라서 No.5라는 설도 있다. 중성적인 용기에 점술가가 정해준 행운의 숫자 5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코샤넬은 점성술사가 당신의 행운의 숫자는 5라고 한 말을 철저하게 신봉했다. 5월 5일에 발매했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 점술가가 누구인지, 혹시나 the sky(천공)가 아닌지 궁금하다.
대박의 이유는 메릴린 먼로였다. 기자가 그녀에게 잠잘 때 무엇을 입느냐?라는 질문에 샤넬 No.5라는 답을 했다. 영어는 입다, 신다, 쓰다, 심지어 향수를 뿌리다도 wear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 때문에 가능한 답이었다. 그녀의 센스 넘치는 답이 샤넬에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고 명품향수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먼로가 그립다. 착하고 똑똑한 그녀가 대중을 위해 일부러 백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https://youtu.be/s1CFI67h7ug?si=EzFt3TlGspRfjwgD
What do you wear to bed?
당신은 잠잘 때 무엇을 입나요?
I said, "Channel No.5! Because it's, it's the truth!"
샤넬 No.5라고 했죠. 그게 사실이니까요.
"I don't want to say Nude, you know."
알몸이라고 말하기 좀 그렇잖아요.
비음이 살짝 섞인 나른하고 거위 가슴털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엔 진실이 담겨 있다. 멋진 여자 먼로! 그녀는 언제나 솔직했다.
<나와 372번>
나도 점술사를 모실걸 그랬다. 내 행운의 숫자는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악연의 숫자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코로나 372번! 지난주 피부과에 갔는데 372번 고객님 해서 나도 모르게 달려갔다. 나라에서 하사한 귀한 번호라 영구결번으로 착각했다. 3년 전, 중세암흑시대보다 더한 칠흑시대였다. 나의 사랑스러운 선배언니 먼로와 같은 경험을 했다.
코로나강제 격리 마지막날, 팬티까지 벗어서 다 태웠다. 기자가 전화해서 "코로나 강제입원 후 퇴원할 때 무엇을 입었냐?"라고 묻는다면 난 아마도 센스 있게 "이 세상에 처음 온 날 입었던 옷이요"라고 말할 것이다. "벌거숭이였다고 말하기 창피하잖아요. 사실이니까요!"라고 애교 있게 덧붙일 것이다. 알몸이라는 표현이 영어에선 생일수트(birthday suit) 이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팬티까지 다 가져갔다. 서럽게도 정말 그랬다. 확인도 여러 번 했다. 극한의 두려움에 중죄인이 되어서 아끼던 많은 것들을 태웠다. 샤워실에 감시용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난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께서는 자식들이 사준 추억의 물건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간호사한테 애절하게 매달리고 있었다. 서럽게 울었다. 파킨슨병의 팔순노인네가 손녀뻘의 간호사한테 징징거리는 모습은 영원히 내 뇌 속 알알이 박혔다. 추억은 그렇게 아픈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첫댓글 온이야, 우리 부녀 잠을 푹 자도록 하자.
난 네 건강이 매우 염려 된다.
아버지도 꿀잠주무세요 마를린 먼로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