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활. 용인대리구 북여주본당(주임 이인석 신부) 공동체는 부활하신 예수님께 큰 선물을 봉헌했다. 아니 예수님께 값진 부활 선물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2004년 본당 설립 후 5년 만에 하느님의 집을 세우고 아늑한 공간에서 부활대축일을 맞이하는 신자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부활 제3주일인 4월 26일 오전 11시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갖는 북여주본당 공동체의 성당 봉헌 뒷이야기를 담는다.
■ 2004년 10월 3일
허허벌판에 신자들이 모였다. 막상 다가오는 겨울추위를 피할 공간도 없었다. 신자들이 힘을 모아 비닐하우스 임시성당을 지었다. 컨테이너 5개로 교리실도 꾸몄다. 공동체만의 아늑한 공간. 그렇게 한 해를 보냈다.
2005년 12월 4일 공동체에 시련이 닥쳤다. 누전으로 불이 나 임시성당 절반이 불에 탔다. 십자가와 감실은 무사했지만 제의실에 있던 제의며 성광, 성합은 모두 탔다. 화재로 뻥 뚫려 바람이 들이치는 임시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신자들은 추위보다도 더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갔다.
■ 2008년 7월 13일
공동체가 입당미사를 봉헌했다. 2007년 5월 성당 기공식을 가진 후 1년 2개월 만에 세워진 새 성당. 미사 중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신자도 있었다. 내 손으로, 우리 공동체의 힘으로 세운 성당에서 기도하는 기쁨은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모른다. 신자 모두의 머릿속에는 비닐하우스 성당에서 보낸 3년 6개월이 한 장면씩 스쳐 지나갔다.
2006년 2월 성전건축위원회를 발족한 공동체는 신축기금 마련을 위해 두 가지 사업을 시작했다. 여주 특산물인 고구마를 재배해 판매하고 동시에 도자기에 성화를 새겨 넣은 ‘도판’도 제작해 팔았다. 신자들은 자신의 주업인 농사일을 제쳐 두고 고구마 밭을 가꾸고 도판을 직접 차에 실어 매주 교구 내 각 본당으로 찾아갔다.
밭농사 중에서도 가장 쉽다지만 본당 신자 대부분이 고령인데다가 바쁜 농번기와 재배시기가 겹치는 터라 어려움도 컸다.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고 수확해 상자에 담는 모든 일이 벅찼지만 공동체는 힘을 모았다. 오로지 하느님의 집을 짓겠다는 하나 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당 주임 이인석 신부는 “신립을 받기도 여의치 않은 환경이었을 뿐 더러 성당을 짓기 위해 돈만 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두 가지 사업을 시작했다”며 “고구마와 도판 판매를 통해 신자들이 성당 건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일치하고 정성을 쏟았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전한다.
성당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고구마와 도판 판매는 단순히 건립기금 모금 뿐 아니라 성당건립에 대한 홍보에도 큰 역할을 했다. 본당 주임신부와 신자들의 지인 뿐 아니라 교구 곳곳에서 ‘성당 짓는데 고생이 많다’며 기도해줬다. 성당 건립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을 보내오는 이도 많았다. 공동체는 기도운동도 전개했다. 2006년 4월 본당 신축을 위한 묵주기도 100만단 봉헌운동을 시작해 4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교적 상 신자 1300여명, 미사에 나오는 신자가 채 500명이 되지 않는 공동체는 기도로 하나가 됐다. 비닐하우스 생활 3년 6개월은 고구마와 도자기, 그리고 기도로 그렇게 지나갔다.
■ 2009년 4월 10일
봄볕 따가운 4월. 여주 시내와 유명관광지 신륵사가 저 멀리 보이는 언덕에 새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대지면적 4032㎡, 연면적 1464.35㎡, 건축면적 797.31㎡의 지상 3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 엔담 건축사 사무소가 설계를 맡고 (주)한울종합건설이 시공했다.
성당을 미리 둘러본 사람들은 ‘성당이 정말 예쁘다. 짜임새 있고 실용적이다’라는 말로 첫 인상을 전한다. 값비싼 성물도, 특징적인 구조물도 눈에 띄진 않지만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기 편하도록 배려한 성당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성당 외벽을 두텁게 시공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1층은 소성당과 교리실, 2층은 대성당이다. 대성당 창문 스테인드글라스는 신·구약 성경의 주요 장면을 담고 있다. 십자가의 길도 스테인드글라스다. 대성당이 2층에 있지만 대부분 신자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노약자임을 감안해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1층 소성당에는 스페인 가르멜수도원에서 보내 온 본당 주보성인 대 데레사상이 모셔져 있다.
이인석 신부는 “신자들 뿐 아니라 많은 지인들과 공동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성당을 봉헌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보며 가톨릭교회가 정말 일치된 하나의 교회임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 마음으로 성당을 봉헌하는 데 힘쓴 신자들과 많은 은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성당 봉헌식을 앞두고 구역별로 50일 고리 기도를 바치고 있는 본당은 성당 건립으로 남겨진 빚을 갚기 위해 앞으로 새우젓을 판매할 계획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는 길. 성당을 찾은 한 할머니가 꼭 기사에 써 달라며 한 마디를 건넨다.
“고구마 팔아서 성당 지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번에는 새우젓 판다고 꼭 좀 써줘. 많이들 사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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