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청초 우거진 골에
임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엇는다
홍안(紅顔)은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무쳤는니
잔(殘)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어구풀이
-청초(靑草) : 푸른 풀
-자는다 : 자는가? ‘다’는 의문형 종결 어미.
-골 : 골짜기.
-홍안(紅顔) : 혈기있는 고운 젊은 얼굴
-백골(白骨) : 흰 뼈
-슬허 하노라 : 슬퍼 하노라.
♣해설
-초장 : 푸른 풀이 우거진 골짜기에서 자고 있느냐? 아니면 드러누워 있느냐?
-중장 : 혈기있던 붉고 고운 얼굴은 어디다 두고 백골만이 남아서 묻혀 있는가?
-종장 : 아, 이제는 나에게 잔을 들어 술을 권해 줄 사람이 없으니 그를 슬퍼
하노라.
♣감상
이 시조는 임제가 평안도사(平安都事)로 임명되어 부임하러 가는 길에
이미 고인이 된 황진이묘 앞에서 부른 시조라고 한다. 종장의 ‘잔 잡아
권할 이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라는 구절로 보아 아마도 술병을 들고 가
묘 앞에 부어 놓고 부른 것 같다. 한편 전설(傳說)에 의하면 어엿한 관리가
천한 기생(妓生)의 묘 앞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해서 파면당했다고도 한다.
♣작가소개
임제(林悌, 1549~1587) : 자는 자순(子順), 호는 백호(白湖), 본관은 나주
(羅州), 선조 때에 등제(登第)하여 벼슬이 예조정랑(禮曹正郎)에 이르렀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두루 찾아다니며 풍류 생활을
즐겼다. 39세에 요절한 천재(天才)이며 지나치게 활달한 성격으로 그 당시
사람들이 그를 ‘법도(法度) 밖의 사람’이라고 꺼려하면서도 그의 문장(文章)
과 문학(文學)만은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