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밭에 풀을 뽑으면서...
"가을과 겨울이 오면 이 여름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네요.
밤에도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잡니다... ㅠㅠ"
아들이 가족 대화방에 보낸 카톡 글이다.
그러함이 확실하다.
'사랑할 때는 사랑을 모른다' 하지 않던가.
아무리 힘든 시기일지라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의미와 교훈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땀과 고난을 통해 열매를 맺는 인생인가 보다.
더위를 피해 날이 어렴풋이 밝아오는 새벽부터 들깨 밭고랑으로 향했다. 지난번 잡초약을 친 데 이어, 오늘은 호미와 낫을 들고 들깨 가까이에 자란 풀들을 일일이 뽑아냈다.
작물이 제대로 자라려면 풀을 반드시 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잡초가 작물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나 금세 밭을 덮어버리고 만다.
우리 마음밭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선(善)을 행하는 일은 한참을 생각하느라 더디기만 한데, 남을 해치거나 악을 행하는 마음은 무의식중에 순식간에 솟구쳐 나온다.
그러니 마음속에서 돋아나는 잡초와같은 '쓴뿌리'는 그때그때 뽑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 영혼으로 쓴뿌리가 번져나가 결국 영혼을 파멸로 이끌고 만다.
풀을 제때 매주지 않으면 작물이 성장을 멈춘 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땅에 버려지듯 말이다.
모자를 쓰면 더위가 가로막고, 모자를 벗으면 날파리떼가 앞을 가린다.
해가 뜨며 서서히 올라오는 여름의 열기를 견뎌내는 일, 농사란 이토록 힘겨운 것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이른 새벽부터 땀 흘려 오신 동네 어르신들이 새삼 깊이 존경스럽다.
나는 오늘도 땅을 일구며
하늘의 지혜를 배운다.
호정골의 아침이 이렇게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호정골에서
정종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