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의 절묘한 결합 '에밀레 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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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덕여왕 신종의 예전 모습 ⓒScienceTimes | 우리 조상들은 남긴 문화유산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담겨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문화속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찾아보자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주는 서울대 이장무교수가 추천한 성덕대왕 신종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찾아봅니다[편집자주]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봉덕사의 성덕대왕 신종(통일신라시대)은 과학과 예술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는 문화유산이다. 먼저 주조기술과 조형, 음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과학과 예술의 합작품이다.
우리나라 종 소리는 일반적으로 바리톤과 같은 부드러운 저음을 내며 다른 나라 종보다 멀리 간다. 이는 서양종보다 크고, 종 밑의 땅에 1m이상 깊이의 구덩이를 파서 일종의 음향공간을 만들고, 종의 울림음이 이 공간에서 진동한 뒤 종의 음과 다시 합쳐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이장무 교수는 “이 기술은 현대의 자동차 내부소음 감소 원리에 사용되는 기술을 이용한 것.”이라며 한국 종의 우수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선현들을 종의 재료로 청동을 사용했다. 청동은 단단하면서도 보존성이 뛰어나 청동기시대에 검이나 화살촉 등 무기로 사용했다. 조상들이 종의 재료로 철을 사용하지 않은 까닭은 철이 청동보다 단단하나 잘 녹슬고, 쇳물을 틀에 부어 종을 만들면 견고성이 떨어져 타종시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현들은 철보다 타종에 잘 견디면서 내구성이 뛰어난 청동(구리+주석)으로 종을 만들었다.
서울공대 內 한국종연구기념관을 찾았을때, 이 교수는 종을 치면서 소리를 들려줬다. 듣는 순간 마치 종이 깊은 호흡을 하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켰다. 이 교수는 “종의 소리가 맑고 길어야 하는데 청동(구리+주석)에서 주석이 많이 포함될수록 종소리가 맑고 길어지나 너무 많으면 종의 강도가 약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종을 만들 때 구리와 주석을 84대 14의 비율로 맞추는데 이 수치가 종소리가 맑고 길게 나면서도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비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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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 설계도 그림 - 종 바닥 부분에 명동이 파져있는 모습 ⓒScienceTimes | 실제 성덕대왕신종(구리 82: 주석 13)과 상원사 종 (구리 84: 주석 13)은 이와 유사한 비율을 갖고 있다. 이 비율은 청동기시대 무기로 쓰였던 청동검의 구리 대 주석 비율(79.2:13.4)과 유사해 이는 종의 단단함을 보여주는 단적 증거다.
또한 우리조상들은 모든 종은 최적의 타격부위인 ‘당좌위치’를 찾아냈다. 이 곳을 치면 종을 치는 사람이나 종 상부의 종걸이에 최소 충격을 준다. 야구로 말하자면, 공이 야구배트의 특정부위(당좌위치)에 맞는 순간 선수의 손목에 충격없이 공에 모든 힘을 실어 보내 홈런을 치는 지점이다.
‘동역학’이 전공인 이 교수는 과거 당좌지점을 찾기 위해 연구하던 중, 종의 무게중심이 당좌지점과 일치하는지 연구. 무게중심을 타격하면 종에 많은 무리가 감을 알게 됐다. 그래서 다시 연구에 몰입하던 중 갑자기 야구에서 ‘홈런’의 원리가 떠올랐고, 계산식의 실타래가 풀렸다. 마침내 모든 종의 최적 당좌위치가 어느 부위에 있는지 세계 최초로 고도의 공학적 계산을 통해 알아냈다.
이 수식을 통해 상원사 종과 성덕대왕신종의 당좌위치를 연구한 결과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국내 최고령인 통일신라시대 때 상원사 종(AD 725)은 그 최적의 당좌위치를 컴퓨터로 계산한 결과 현재 종의 당좌지점과 거의 일치했고, 성덕대왕신종(771)은 오차가 9%이내였다. 그러면 과연 옛 선현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고도의 공학적인 계산없이 어떻게 이 당좌지점을 알 수 있었을까?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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