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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적 차원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산 곡물 육로 수출...과잉공급으로 시장 가격에 영향
◦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중동부유럽을 통한 수출 지원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항구 봉쇄로 수출이 불가해지자 유럽연합(EU)는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우크라이나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중단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연대의 길’로 명명된 프로젝트를 통해 EU 회원국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의 중동부유럽 국가들에 육로를 통해 2,500만 톤의 곡물을 수출했다. 이후 유엔(UN)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되었지만, 수출량이 미미하여 우크라이나도 육로를 통한 무관세 수출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 그러나 육로를 통한 수출은 물류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아디나이오아나 발레안(Adina Vălean) EU 교통국장은 우크라이나와 EU 회원국의 철도 규격이 달라 우크라이나에서 운송된 곡물을 EU 기준에 맞는 철도에서 운행할 수 있는 열차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소 16일에서 최대 한 달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물류 병목현상과 더불어 2022년 농민들이 가격 인상을 전망해 곡물을 시장에 판매하지 않고 저장고에 비축해두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졌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곡물 가격하락 문제, 농업에 필요한 농업, 비료 가격 상승이 농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 우크라이나 주변국 농민들, 곡물 과잉 공급 문제 해결 촉구 시위에 나서
- 폴란드 농민들은 헨리크 코발치크(Henryk Kowalczyk) 폴란드 농업부 장관이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과잉 공급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우크라이나 곡물에 다시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폴란드는 매월 45만 톤의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입해왔다. 이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폴란드 총리는 코발치크 장관에 긴급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으며, EU 차원에서도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코발치크 장관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은 곡물 가격하락의 주요 원인이 아니며, 세계 시장의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농민 대표단과의 회담에서도 구체적인 조치에 관해 설명하지 않아 비판을 샀다. 또한, 농민들은 4월 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iy)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헝가리 농민 협동조합의 이슈트반 야캅(István Jakab) 회장은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아프리카와 중동에 수출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에서 연대의 길을 개방했지만, 곡물이 수출되지 못하고 인근 국가에 남아 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헝가리에는 130만 톤의 값싼 우크라이나산 밀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헝가리산 밀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또한, 야캅 회장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EU가 지난 30년 동안 사용을 금지한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어 국민의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불가리아에서는 농부들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무관세 수입에 항의하기 위해 3월 29일부터 불가리아-루마니아 국경에 있는 주요 검문소를 3일간 봉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농민들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과잉 공급으로 인해 2022년부터 해바라기 씨 수확량의 80%가 판매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밀은 300만 톤 이상이 쌓여있다고 주장했다.
- 루마니아 농민도 브뤼셀에서 ‘루마니아 농부들은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현수막을 흔들며 유럽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 건물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와 관련해 페테르 대아(Petre Daea) 루마니아 농업지방개발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과 유지종자가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농민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가 곡물 순 수출국에서 순 수입국이 되었으며, 4~500만 톤의 곡물을 팔지 못한다면 많은 수의 농민들이 재정적 위기에 처하게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EU에 해결 방안 마련 촉구...발표된 지원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 우크라이나 주변 6개국은 EU 차원의 해결 방안 촉구
-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총리는 공동으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에게 EU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관세 재도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한, 브뤼셀에서 열린 EU 농업부 장관 회의에서도 서한을 보낸 5개국과 체코 농업부 장관들도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량 제한 조치와 곡물 과잉 공급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농민들에게 보상을 촉구했다. 6개국 장관들은 우크라이나 곡물 유입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EU 농민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관세 재부과 조치는 EU 27개국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 이어 유럽 이사회는 불가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농민을 위해 5,630만 유로(한화 약 807억 원) 상당의 지원 조치를 승인했으며, 체코와 헝가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EU 관계자는 신규 규칙에 따라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의 재도입에 관한 결정은 공식 요청 이후 3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한편, EU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하 무관세 정책을 2024년 6월까지 연장 적용하기로 결정한 이후 폴란드의 코발치크 장관은 관세 부과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EU의 결정에 사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 EU 지원책이 불충분하다는 지적도...각국도 지원금 자체 해결책 마련에 나서
- 클라우스 요하니스(Klaus Iohannis) 루마니아 대통령은 EU가 제공한 지원금은 농민과 국가가 입은 피해에 비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폴란드의 농민 활동가 미하우 코워드지에이차크(Michał Kołodziejczak)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을 중단하는 것이 꼭 필요하며, EU가 발표한 지원금 대책은 손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코워드지에이차크는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소 80억~100억 유로(한화 약 11조~14조 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며, EU의 대책은 현재 상황을 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지만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EU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과 EU가 협업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폴란드 항구와 화물철도에서 곡물 운반을 우선순위로 둘 것이며, 곡물이 가장 필요한 아프리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슬로바키아 정부의 익명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EU 회원국 밖으로 운송되도록 EU가 유엔(UN)의 세계 식량 계획과 협력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감수 :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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