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대륙에 속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한반도의 10배 가까이 되
는 216만 6천㎢의 광활한 땅에 인구는 6만 명도 채 안 된다. BC 2500년경 시베리아에서 아메리카로
이주한 이누이트족이 건너와 처음 살기 시작했으며, 986년에는 노르만족인 에이리크 라우디가 그 멀
고 추운 곳까지 배를 타고 건너가 백인으로는 처음 발견했다. 라우디는 자신이 발견한 땅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 그 동토를 ‘초원의 땅(Greenland)’이라고 사기를 쳤다. 이 말을 믿
고 덴마크에서 노르만족이 대거 몰려와 정착한 덕에 그곳이 오늘날까지 덴마크령으로 남게 되었다.
최근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제안했다가 덴마크로부터 단칼에 거절당하자 욕을
해대고 덴마크 방문계획을 취소하는 등 미친 짓을 되풀이하여 그린란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구설
에 올랐다. 트럼프는 땅장사, 집장사로 몇 푼 벌었다고 돈이면 뭣이든 다 되는 줄 알고 있지만, 덴마
크도 1인당 평균 국민소득(6만 1227달러)이 미국(6만 2518달러)과 버금가는 부국이다.
그린란드와 달리 이웃에 있는 아이슬란드는 874년 노르웨이人 잉골프 아르나르손에 의해 처음 발견
되었을 때부터 ‘얼음나라(Island)’라고 정직하게 알려졌다. 아이슬란드는 남한과 비슷한 10만 3000㎢
의 면적에 인구는 33만여 명이며, 외딴 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관광 및 금융수입으로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넘는 부국이다. 930년 자유국을 선포하면서 세계 최초로 의회를 구성하
여 운영하기 시작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경남 남해군에 있는 보리암 삼층석탑이 허황한 영험설로 한동안 방문객이 넘쳐나 몸살을 앓았던 적
이 있었다. 석탑에 나침반을 갖다 대면 대는 곳마다 N극이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데, 이를 두고 온
갖 영험설이 유포된 것이다. 부처님의 음덕이 석탑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이었다. 신도들이나 방
문객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던 낭설은 석탑의 재료가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태후가 인도
에서 가져온 파사석이라는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N극이 정북 방향이 아니라 허태후의 고향인 인도
쪽을 가리킨다는 그럴 듯한 해석이다. 그러나 석탑의 재료는 파사석이 아니라 화강암이며, 암자를 창
건한 연대도 가락국 시절이 아니라 고려 초였다. 최근 경남대학교의 한 교수가 석탑의 자성(磁性)을
측정해본 결과, 석재에 다량의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어떤 부분은 정상보다 6배 이상 높은 자성을 띠
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로써 나침반이 요동을 친 것은 부처님의 영험 때문이 아니라 흔한 자
연현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프로바둑계에 단란한 바둑가족이 있다. 아버지 김성래 5단과 딸 채영(1996년생) 5단, 다영
(1998년생) 3단이다. 아버지 김성래는 1996년에, 언니 채영은 2011년에, 동생 다영은 2015년에 각각
입단했다. 자매의 공식대국은 2016년 3월에 처음 성사되어 언니 채영이 이겼는데, 이후 언니는 인정
사정 봐주지 않고 내리 7연승을 거두었다. 아무리 친자매지간이지만 내리 일곱 판을 지면 의가 상할
법도 하건만, 원만한 아버지의 성품을 닮아서 그런지 대국 이외의 시간에는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
다. 자매는 동료 기사들이 부러워할 만큼 항상 붙어 다니며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눈
다. 옷도 수시로 바꿔 입는다.
2017년에는 바둑가족에게 큰 경사가 났다. 먼저 언니인 채영이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팀 우승을 이
끌며 다승왕과 MVP에 올랐다. 두 달 뒤에는 아버지 김성래 5단이 시니어바둑리그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어 트로피를 하나 보탰다. 마지막으로 연말에는 동생 다영이 제1회 한국제지배 여자기성전에서
우승하며 화룡점정을 했다. 비록 언니에게 7연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입단한 지 불과 2년 만에 쟁쟁
한 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동생 다영의 한국제지배 우승은 우리나라 바둑史에 남을 위
업이다. 다영이 언니에게 첫 승을 거둔 것은 첫 판을 둔 지 2년 4개월 후인 2018년 7월, 제23기 하림배
여자국수전 16강전에서였다.
<사회성 곤충들은 이솝에게는 영감의 원천이었고 다윈주의자들에게는 짜증의 원천이었다.>
(헬레나 크로닌 지음 「개미와 공작」 중에서)
이솝은 BC 6세기경 고대그리스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일 뿐 그에 관한 기록은 전혀 없다. 고
대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BC 484~BC 430 또는 420)는 ‘이솝은 1세기 전에 살았던 노예 이야기
꾼으로 알려져 있다.’고 기록한 게 이솝의 존재여부와 관련된 근거의 전부다. 그동안 이솝의 우화로
알려져온 많은 이야기들 또한 그 이전부터 전해오던 우화들을 이솝이라는 가상의 작가 이름으로 정
리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이솝의 우화를 처음 배울 때, 나는 이솝을 우리나
라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성은 이씨인 줄 알겠는데 이름이 솝이면 한자로는 어떻게 쓰지?’ 하고
의아해하던 기억이 있다.
이솝 우화에 자주 등장하는 곤충의 사회성은 유전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 진화론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사회성이 가장 강한 개미의 경우, 일개미들은 자신의 새끼는 퍼뜨리지 않고 자기 대에서
운명이 끝나면서도 죽을 때까지 사력을 다해 집단을 위해 봉사한다. 다윈주의자들은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는 이기적으로 진화해왔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개미의 경우처럼 완전히 이타적으로
진화한 유전자에 대해서는 설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전자가 개체가 아니라 종족이나 동
종 생명체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지만, 오늘날까지도 여
전히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요즘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역사서들 중에는 영조 때 활약한 박문수를 암행어사의 효시라고
소개해놓은 책도 있지만, 그는 훌륭하게 소임을 수행한 암행어사였을 뿐 효시는 멀리 신라 제30대 문
무왕(재위 661~681)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무왕은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660년)시
킨 태종무열왕의 아들로서, 왕위에 올라 당나라와 함께 고구려를 멸망(668년)시킨 뒤 나당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당나라까지 몰아내고 한반도 대부분을 차지한 삼국통일 임금이었다. 문무왕은 이복동
생인 거득공을 총재(冢宰. 고려말과 조선의 이조판서에 해당)에 제수했다. 거득공은 왕의 허락을 받
고 먼저 전국을 암행하며 관리들의 실태와 민심을 두루 살폈다. 즉 역사상 최초로 암행어사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내용은 『삼국사기』에는 없고 『삼국유사』에만 나오는데, 무열왕의 서자라고 되어
있는 거득공이 正史에는 나오지 않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암행어사 전후의 행적에 대한 기록도 일
체 없어 사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암행어사 박문수(1691~1756)는 영조(1694~1776)가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부터 신분상 손해
를 감수해가면서 적극 지지했기 때문에 영조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요직을 바라지
않고 자주 외지를 돌며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영조 8년(1732) 박문수가 경상도 영일 일대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장마철이었는데, 바
다에 북쪽으로부터 집채와 가재도구들이 무수히 떠내려 왔다. 박문수는 함경도 일대에 큰 수해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경상도 관찰사를 찾아가 신분을 밝힌 뒤, 제민창(濟民倉)에 보관되어 있는 쌀 3000
석을 급히 함경도로 실어 보냈다. 사안이 워낙 다급하여 왕의 윤허도 받지 않고 월권을 한 것이다. 절
차대로 상소문을 올려 왕의 윤허를 받은 뒤 경상도 관찰사에게 명하여 쌀을 실어 보내려면 최소한 3
개월 이상 걸려도 성사될까말까 한 일이었다. 함경도 관찰사는 미처 요청하기도 전에 경상도에서 보
내온 구휼미로 수해를 입은 백성들을 구제했고, 박문수로부터 사후보고를 받은 영조는 신하들의 벌
떼 같은 엄벌 상소를 모두 물리치고 박문수의 신속한 조치를 크게 치하했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