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라이온
원제 : The Wind and The Lion
1975년 미국영화
각본, 감독 : 존 밀리어스
음악 : 제리 골드스미스
출연 : 숀 코네리, 캔디스 버겐, 브라이언 키스
존 휴스턴, 제프리 루이스, 스티브 카날리
20세기는 '지구의 역사'가 바뀐 시대였습니다. 전에 없던 전기, 자동차, 비행기, 전화 등이 생기면서 과학문명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런 과학문명은 전쟁에서의 무서운 살상무기의 발달로 이어졌고, 1차, 2차 유럽전쟁이 발생했는데 그 유럽전생을 세계사 에서는 '세계대전'이라고 부릅니다. 유럽전쟁이 아니라 세계대전이라 부르게 된 것이 결국 미국의 참전이 일어났고, 2차대전에서 일본으로 인한 태평양 전쟁이 이어지면서 결국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이 모두 전쟁에 휩쓸리게 되었습니다. 이 영향인지 20세기는 '국가의 탄생'이 폭주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100여국가가 훨씬 넘는 지구에서 20세기에 건국한 나라가 참 많고, 우리나라도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새롭게 건국되었습니다.
이런 세계 지형의 변화는 결국 유럽과 서구의 열강들의 아시아, 중동지역의 진출로 인한 영향이 컸는데 '문명의 유럽'과 '부족형태의 중동지역'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 만나서 전쟁, 내정간섭 등을 겪으면서 일어난 변화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 중심에 중동권이라고 할 수 있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가 있었습니다.
얼마전 타계한 명배우 숀 코네리, 그가 주연한 영화중에서 '바람과 라이온'은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장소는 모로코를 배경으로 합니다. 아랍민족과 유럽 열강과의 충돌을 그리고 있지요. 여기에 미국도 연관이 되고 있고. '모로코'는 1942년 흑백 고전인 '카사블랑카'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게리 쿠퍼와 마를레네 디트리히 주연의 '모로코' 라는 영화도 있었고, '외인부대'라는 프랑스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라스트 부루맨' 이라는 영화도 이 곳이 배경입니다. 즉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진출에서 중요한 요지가 된 것이 모로코 입니다.
'라스트 부루맨'과 마찬가지로 터줏대감인 부족들과 침략자인 유럽간의 대립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라스트 부루맨'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만들어다면 '바람과 라이온'은 미국의 개입을 중심으로 다루어지는데 미국인 여성의 납치사건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미국은 약간 애매한 중립같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유럽열강과 함께 그곳 부족을 공격하는 역할이긴 하지만 아랍 부족의 지도자 라이술리를 구해내기도 하니까요.
모로코의 미국인 저택에 아랍군들의 난데없이 쳐들어와서 그곳의 백인과 하인들은 무차별 살상합니다. 그곳에 머물던 미국여성 이든(캔디스 버겐)과 두 자녀인 어린 남매는 인질로 납치됩니다. 그 공격을 주도한 우두머리는 바로 라이술리(숀 코네리)라는 부족장입니다. 무자비한 살인을 일삼는 나이술리지만 여성과 어린아이들은 살상하지 않으며 또한 신에게 충성하고 순수한 면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든은 여성의 몸이지만 용맹하게 그들에게 저항하고 라이술리에게도 할말을 하였습니다 라이술리는 이든을 인질로 활용하여 서구인과 유리한 협상을 할 계획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이든을 오래 잡아둘 생각도 없었고, 협상이 실패해도 돌려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이든은 처음에는 불안해 했지만 차츰 라이술리가 자기 가족을 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편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브라이언 키스)은 미국인 여성이 흉폭한 아랍인들에게 납치된 사건에 관심을 갖고 측근들은 이 사건을 재선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군대를 파견하자고 건의합니다. 미국군대가 파견되고 상륙한 미군은 모로코의 왕궁을 순식간에 장악하고 기선을 제압합니다. 라이술리는 루즈벨트가 자신이 제안한 협상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는 전갈을 믿고 이든가족을 데리고 유럽과 미군들이 장악한 장소로 가서 이든을 풀어주지만 그곳에 주둔한 수많은 서구연합 군인들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됩니다. 심한 고문을 당한 라이술리, 하지만 이든은 미군들을 설득해서 라이술리를 풀어줄 계획을 세웁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세기 초기라서 모로코라는 요지를 대상으로 서구인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등 여러 열강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미국도 개입되는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모로코는 프랑스가 오래도록 지배하게 되고 2차대전때 독일이 파리를 점령함으로써 모로코의 지배권까지 얻게 되는데 그 상황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카사블랑카' 였습니다. 모로코의 부족들은 프랑스군에게 강렬한 저항을 계속 했는데 그 전투를 다룬 영화가 '라스트 부루맨'이지요. '바람과 라이온'은 그 영화들보다 앞선 시대, 즉 20세기 초에 열강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던 시기가 배경입니다.
숀 코네리가 연기한 라이술리 라는 인물도 한 부족을 이끄는 족장인데, 굉장한 전투력을 지녔고, 살상을 일삼지만 부족에 대한 사명감도 뛰어나고 나름 신사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질로 납치한 이든가족을 잘 보호해주고 이든의 어린 아들은 오히려 라이술리를 선망하게 되기도 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데 조금 애매한 전투입니다. 라이술리를 구하려 밀려오는 아랍군들, 그들과 맞서서 대포 등으로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가는 유럽 연합, 그 와중에 라이술리를 구하기 위해서 내부쪽 유럽군을 공격하는 미군과 이든 일행, 좀 애매한 전투가 되어 버리죠. 전투의 승패보다는 이든이 의리를 지켜서 라이술리를 빼내는 과정이 더 핵심입니다. 아랍군은 많은 희생을 치루었는데 사실 이 영화의 엔딩부분은 시작에 불과하지요. 그 이후에 모로코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기존의 원시적 형태의 부족집단은 사실상 하나하나 해체가 되어 가죠.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도 중동지역의 부족들이 통합되고 국가화되고 그런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숀 코네리는 007역할을 그만둔 이후 70년대 중반에 주목할 활동을 보이는데 그 때 출연한 3편의 영화가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왕이 되려던 사나이'는 007 이후 출연한 10년간의 활동중 가장 수작이었고, '로빈과 마리안'은 오드리 헵번의 9년만의 복귀작 이라는 의미가 있었고 '바람과 라이온'은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역사대작이었습니다. 세 편의 영화 모두 이국적 분위기가 있었던 작품인데 '로빈과 마리안'은 시대극이었고, 나머지 두 영화는 모두 중동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007류의 도시 현대극과는 모두 다른 영화였고 숀 코네리는 이런 시대극이나 이국적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로 새로운 도약을 할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70년대 후반기~80년대 중반기까지 다소 주춤하면서 이런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름값을 해내면서 다시 주목받은 영화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장미의 이름' 이었고 같은해 판타지 '하이랜더'도 관심을 끌었던 것을 보면 역시나 시대극이나 이국적 분위기의 영화에서의 용사같은 역할이 그에겐 어울리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자왕 리처드'역으로 깜짝 단역등장도 했고, 아서왕 이야기인 '카멜롯의 전설' 같은 영화에도 출연하게 됩니다. 81년 흥행작인 '시간도둑'에서도 그런 시대극 속의 역할이었고.
'바람과 라이온'에서 그는 용맹스런 전사로 등장했지만 엔딩의 결과로는 만은 것을 잃은 처지였습니다. 즉 아무리 용맹스러운 부족이라고 해도 유럽의 신식 무기와 군대 앞에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중과부적'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남긴 편지의 내용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신은 바람 나는 라이온' 자신은 사자와 같이 때문에 머물러야 할 곳을 확실히 알지만 루즈벨트는 바람과 같아서 자신이 잊어야 할 위치를 알지 못한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이 편지의 내용이 결국 영화제목이 된 것이지요. 유럽열강들의 침공이 바람이 불어닥치는 것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숀 코네리의 상대역으로는 지적인 분위기의 금발미인 캔디스 버겐이 등장하는데 기존 우리나라 관객들은 '산파블로'에서의 파릇한 모습을 비롯해서 '파리의 정사' '헌팅파티' '솔저블루' 등 20대 초중반 시절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아직 29세였지만 약간 나이든 분위기로 느꼈습니다. 역할도 두 아이의 엄마였고. 이 영화에서 캔디스 버겐의 캐릭터를 보면 아마 40-50년대였다면 딱 캐서린 헵번이 출연했을 듯한 역할입니다. 지적인 미모를 지녔지만 용맹스럽고 터프하기까지 한. 같은 해 출연한 캔디스 버겐 출연작 '총알을 물어라'도 국내 개봉되었는데 이 시기까지 캔디스 버겐은 우리나라에서 제법 인기있는 여배우였지만 이후에는 두드러진 작품없이 잊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간디' 이후 일찌감치 TV로 전환해서 30대 중반 이후에는 별다른 활약을 못했습니다.
'바람과 라이온'은 76년 국내에 개봉해서 개봉 초기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기를 모아서 그 해 흥행 1위까지 탐낼 정도였지만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최후의 총잡이'와 레지스탕스 영화 '새벽의 7인'에 아주 근소하게 밀렸는데 두드러진 빅 흥행작이 없던 그해에 이 세 편의 영화는 사실상 흥행 무승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합한 영화는 찰스 브론슨 주연 '군용열차'와 실화를 영화화 한 감성물 '선샤인' 입니다.
숀 코네리는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배우였는데 이후 '멀고먼 다리'와 '대열차 강도'도 개봉이 되었지만 '멀고먼 다리'는 주인공 없는 올스타 캐스팅이다 보니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고 '대열차 강도'는 다소 아쉬운 완성도였습니다. 그의 영화가 쉴틈없이 매년 개봉된 것은 '장미의 이름'과 '하이랜더' 이후였는데 그 시기부터 제 2전성기를 누린 탓도 있지만 외화수입규제가 풀리면서 외국영화가 대거 개봉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50대 중반 이후 출연작의 거의 모두가 개봉된 배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바람과 라이온'이라는 제목처럼 숀 코네리는 떠날 시간과 머물 곳을 알았던 배우로 오래전에 이미 은퇴를 하고 다시 복귀하지 않았는데 '바람'처럼 이제 떠나가 버렸습니다 나이들어서 더 멋진 배우였고 '바람과 라이온' 출연당시는 45세였는데 아직 007 제임스 본드 역할을 할 당시의 눈매는 살아있었지만 확연하게 나이를 먹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기부터 근사하게 나이든 중후하고 매력적인 배우 숀 코네리의 모습이 시작된 것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감독으로 더 알려진 존 휴스턴이 루즈벨트 대통령의 측근 역할로 출연합니다. 존 휴스턴도 꽤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는데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데 시카 같이 명감독이자 조연배우였지요.
ps2 : 루즈벨트 대통령 역은 '자비의 동쪽' '네바다 스미스' 등으로 낯익은 브라이언 키스가 출연합니다.
ps3 : 미군부대가 상륙해서 행진후 도열하여 모로코의 궁전을 공격, 습격하여 순식간에 지도자를 포획하는 장면이 제법 길게 보여집니다. 이 다소 긴 장면으로 미군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지요. 영화 오프닝에서 아랍부족이 미국인 집을 습격하던 장면과 많이 대비가 됩니다.
ps4 : 감독 존 밀리어스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 영화로 개봉된 '코난'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ps5 : 당시 실제 미국인 인질납치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는데 영화와 달리 남자가 납치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바람과 라이온(The Wind and The Lion, 75년) 숀 코네리의 힘있는 연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