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코
워제 : Rough Night in Jericho
DVD 출시제 : 러프 나잇 인 제리코
1967년 미국영화
감독 : 아놀드 레이븐
출연 : 딘 마틴, 조지 페퍼드, 진 시몬즈
존 맥인타이어, 슬림 피켄스, 돈 갤로웨이
'제리코' 는 1967년에 만들어진 서부극 입니다. 50-60년대 가수 겸 코믹 배우로 많은 인기를 누린 딘 마틴과, '티파니에서 아침을' 을 통해서 인지도가 부쩍 높아진 조지 페퍼드, 그리고 '성의' 아가씨와 건달들' '스팔타카스' 등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미녀배우 진 시몬스 등 3대 배우가 주연했습니다.
1967년이면 아메리칸 정통 웨스턴이 한 풀 꺾인 시대입니다. 게리 쿠퍼, 리처드 위드마크, 랜돌프 스코트, 헨리 폰다 등 서부극 단골 배우들이 사망하거나 퇴조했고, 존 웨인도 60세의 노익장이 되었습니다. 대신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밴 클리프, 프랑코 네로, 줄리아노 젬마 등이 활약하는 마카로니 웨스턴이 기세를 부리던 시기죠. 그래서인지 '제리코'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내용 자체는 뭐 '셰인'이나 '황야의 7인' 유형의 이야기에서 적당히 따와서 짜깁기한 듯 합니다. 많이 봤고 식상한 내용이지요. 마을의 악당을 외부에서 나타난 인물이 처단하는 이야기지요.
서부의 제리코 라는 마을, 그 마을은 플루드(딘 마틴) 라는 인물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보안관은 그의 똘마니고, 보안관 조수들도 모두 수하의 부하들입니다. 그에게 밉보이면 마을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모두 처자식을 위해서 그의 독재를 방관하고 있습니다. 대신 플루드는 내외부인 모두 마을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없게 만들어 잔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지만 마을을 손아귀에 넣고 독재를 하는 그에게 불많이 많은 상황입니다.
조지 페퍼드
딘 마틴
진 시몬즈
이런 제리코 마을에서 풀루드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에게 대드는 여성이 한 명 있었는데 몰리(진 시몬즈) 라는 이름의 과부였습니다. 그런 몰리를 플루드는 오히려 눈독을 들이고 있지요. 몰리는 과거 용맹한 보안관이었던 벤 힉맨(존 맥인타이어)에게 연락을 취해서 도와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힉맨은 이미 60세가 넘은 노인으로 그가 용맹을 떨친 것은 모두 과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힉맨은 몰리를 도우려 돌란(조지 페퍼드) 이라는 동료를 데리고 제리코 마을로 오는데 이미 매복을 하고 있던 풀루드에 의해서 부상을 당합니다.
힉맨의 마차가 도착하자 반갑게 맞이하는 몰리, 하지만 부상을 당한 힉맨의 상황을 알고 실망합니다. 돌란은 마을의 상황을 본 뒤 승산이 없다는 걸 알고 오히려 떠날 생각입니다. 수많은 플루드의 부하를 상대로 부상당한 노인 하나 데리고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돌란의 남자답지 못한 태도에 몰리는 깊이 실망합니다. 플루드도 돌란의 그런 태도를 보고 굳이 그를 위험인물로 경계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해서 떠나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몰리는 끝까지 싸우려고 하죠.
용감한척 하다 죽는 것 보다는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서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법
플루드 일당에게 승산이 없다는 걸 안 돌란(왼쪽)은
굳이 플루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돌란에게 크게 실망한 몰리
플루드의 똘마니들이 몰리를 괴롭히자
돌란은 결국 총을 드는데....
이런 상황에서 돌란이 마음을 고쳐먹고 결국 플루드 일당과 싸우기로 한 두 가지 계기가 발생합니다. 첫째는 몰리를 괴롭히는 보안관 조수를 보고 격분하여 그를 살해하고 그로 인하여 플루드와 악연관계가 되지요. 플루드는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떠나지 않으면 그를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합니다. 두 번째 동기는 부상당한 다리가 겨우 회복된 힉맨이 떠나지 않고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결국 돌란은 플루드를 응징하기로 결심하고 마을의 용기있는 몇 명과 합세하여 플루드 무리와 한판 대결을 준비합니다.
'황야의 7인'과 비교한다면 돌란은 그 영화속의 '리(로버트 본)'와 비슷합니다. 리는 마을을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마을에 들어온 것이고 처음에는 겁믈 먹고 숨어 있었는데 나중에 마음이 변하여 용감히 싸우게 되지요. 돌란도 플루드에게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꼬리를 바로 내렸다가 나중에 마음이 변해서 싸우게 됩니다. 외지에서 온 인물이 마을의 악당을 처단하고 떠난다는 설정은 '셰인'을 비롯해서 많은 서부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지요. 돌란의 캐릭터는 아메리칸 정통 웨스턴에 자주 나왔던 정의롭고 용감하고 의로운 주인공과는 살짝 다른, 적당히 물러서거나 나약함이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인물인 셈이죠. 40-50년대 아메리칸 웨스턴의 주인공이나 악당에 비해서 돌란이나 플루드 모두 폼을 덜 잡는 인물인 셈입니다.
몰리와 돌란, 그리고 그들과 힘을 합친 몇 사람들
딘 마틴은 제리 루이스와 콤비를 이루어 여러 코믹 영화에서 재미나고 능청스런 연기를 많이 보여준 인물인데 여기서는 독재자 악당입니다. '리오 브라보'나 '다섯장의 카드' '엘다 4형제' 등에서는 선역이었는데 모처럼 악역 주인공을 연기한거죠. 조지 페퍼드는 서부극 전문배우는 아니지만 초호화 캐스팅의 영화 '서부 개척사'에서 가장 비중이 높게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몸을 사리다가 마음이 변해서 용감한 행동을 하는 선역 입니다. 진 시몬즈는 당시 38세로 전성기가 훌쩍 지난 시기였습니다. 1960년 스튜어트 그랜저와 이혼하고 '엘머 간트리'에서 감독과 배우로 인연을 맺은 리처드 브룩스와 재혼하여 살던 시기였는데 재혼 이후 눈에 띄게 활동이 줄어들었습니다. 즉 1960년 까지가 전성기였는데 일종의 '왕년의 스타'가 된 시기에 출연한 영화입니다. 나이는 살짝 들어 보였지만 여전한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아놀드 레이븐 이라는 생소한 인물이 감독인데 생소한 이유가 애초부터 주로 TV시리즈를 연출한 인물이라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60년대에 '제로니모' '글로리 가이스' '제리코' 등의 서부극을 연출했지만 극장용 영화 감독으로는 그다지 활동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다소 평범합니다. 1968년 개봉한 작품이지만 1983년 공중파 TV 방영 이후 깨끗이 잊혀진 고전영화 중 한 편입니다. 최근에 DVD 가 출시되어 다시 만날 수 있었던 60년대 서부극이지요. 나름 이름있는 스타 3명이서 나오기 때문에 그들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되는 영화입니다. 특히 국내에 개봉작은 제법 많았지만 출시나 방영된 영화는 별로 없는 딘 마틴 주연 영화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습니다. 그런 가치에서 의미가 있지 영화의 완성도는 평범했던 60년대 고전입니다.
ps1 : '레이더스' '빅 트러블' '붉은 10월' '가위손' '발데즈' '피닉스' 처럼 영화 전체 제목에서 일부만 따서 개봉제목으로 사용한 영화입니다. 원제를 다 직역할 경우 '제리코에서의 거친 밤' 이지요. '제리코' 라는 제목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 이름입니다.
ps2 : 나이 든 노인이고 부상을 당했음에도 용맹하게 몰리를 도와 마을에 남아 싸우겠다고 하는 힉맨 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배우 존 맥인타이어는 서부극에 자주 등장했던 조연배우 입니다.
ps3 : 최근 고가로 출시되는 비 라이센스 고전영화 DVD 중에서 자막이 너무 형편없는 작품이 많은데 다행히 이 영화는 그럭저럭 봐줄만한 자막이었습니다. DVD 출시제는 '러프 나잇 인 제리코' 입니다.
[출처] 제리코(Rough Night in Jericho, 67년) 유명 배우 3인이 출연한 서부극|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