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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맨 (agnes0778@hanmail.net)
※사랑이 꽃피는 공원에서.※
★
"헤어져."
"싫어."
"더이상 너랑 못 사귀겠다.
너 어제 친구들 몰고 민정이 패러갔다며."
"주민정이 오빠한테 꼬리쳤으니깐."
"헤어지자."
"싫어. 난 오빠가 필요해."
"너 이거 집착이야.
날 위하는 마음은 전혀 없잖아.
니가 날 구속하려들수록 난 지쳐가. 나 이런식으론 사랑못해."
"그게 내 사랑방식이야.
오빠도 알면서 시작한거 아냐?"
"제발. 한남주, 제발."
"나한텐 그게 애정표현인데..
오빠한텐 그게 구속이야?"
"...남주야."
"그래. 여자가 이렇게 매달리는거,
구차해 보이겠지. 그런데 나 이제 오빠 없음 안돼는데..
오빠한테 길들여 놓구선.. 이제 내가 싫어졌어?
오빤 언제나 날 불안하게 만들어.
내가 오빠한테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을 준적이 없다고..!
오빤 항상 내가 등만 보여줬어. 거봐, 지금도 그렇잖아."
"미안."
"알았어. 그렇게 싫으면 헤어져줄게."
"미안하다.."
"그대신,다시는 나 아는척 하지마.
아는척 할때마다 주민정 아굴창 천대씩 때릴거야.
오빠가 먼저 날 찼으니깐. 아는척 하지마."
"..."
"갈게. 1년동안.. 참 많이 사랑했어."
"미안해. 한남주. 정말 미안."
오빤 지금 미안하단 말밖에 안나오니?
나 붙잡고 싶은 맘 전혀 안드니?
나 지금 이렇게 돌아서는데.
일년동안 너하나 바라봤던 한남주 이렇게 돌아서는데.
아는척하지 말라고 못박고 돌아서는데.
미련이 안드니?
나 이대로 가버리면 너랑 절대 아는척 안해.
내 성격 알잖아.
제발 잡아주라. 제발 나 좀 잡아주라.
난 아직도 오빠 사랑하는데..
*
그는 날 그냥 보내버렸다.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가 되어버린
바보같은 한남주는 밥한숟갈 입에 대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스고 펑펑 울고있다.
쾅쾅.
달칵.
"한남주. 너 정말 밥 안먹을거야?"
"한남희. 저리가. 나 지금 밥먹을 기분 아냐."
"정수현이 그렇게 대단해?
니가 밥도 안먹고 슬퍼할만큼.
그 자식이 그렇게 대단하냐고.
잔말말고 와서 먹어."
"가버려. 말시키지마. 나 지금 충분히 짜증나니깐."
"휴.. 엄마아빠 걱정하신다.
이리와서 한술만 뜨고 다시 울어."
"가, 가라구! 니가 뭔데 난리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가!"
"..."
남희야, 미안해.
그냥 아무한테나 승질내고 싶었어.
너무 억울해서. 허무해서.
이렇게 내사랑 끝낸게 너무 허무해서 그랬어.
*
집에 계속 있다간
엄마아빠에 남희까지 힘들게 할까봐
집에서 나왔다.
주머니에는 핸드폰하고
꼬깃꼬깃한 5000원짜리 지폐 한 장 뿐.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 세 팩을 골랐다.
"계산해 주세요."
"민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나 지금 너무 아파서 그러거든요?
그냥 주면 안돼나.."
"...휴.. 여기 거스름돈이요.
학생같은데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아요.
몸에 좋지도 않은 걸..."
"고맙습니다."
내 표정이 너무 힘들어 보였나 보다.
그냥 주네..
소주팩이 든 비닐봉지를 덜렁거리며
집 앞 공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항상 손을 잡고 앉아있던 벤치.
처음 고백도 여기서 했는데.
커플링도 여기서 끼워주구.
첫키스도 여기서 하구.
그러고 보니깐 헤어지는것도 여기서 했네..
*
"캬~ 이 맛이야!!
소주맛이 끝내죠요!♡"
"..."
"오빠야~ 나 술마시는거 싫지?
술도 못마시는게 속상하면
술찾는다고 나 술마시는일 없도록 해준다고 했잖아.
그거 알어? 나..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아무리 힘들고 소외감 느껴도
오빠 미안한맘 들지 않게 하려고.. 그럴려고..
오빠랑 사귀는 동안 술 안마셨다?
근데 이제 우리 헤어졌잖아.. 이제 나 술 마셔두 되나?
나 술마시면 오빠 나 더 미워할라나?"
"..."
"오빠. 주민정 팬거..
그건 주민정이 오빠를 좋아해서 그런게 아니라..
오빠가 걔한테 끌리는게 눈에 보이는거야!
그래서 쪼~끔, 쪼오~끔 손 좀 봐줬지.
나.. 눈에 오빠가 가득차서.. 그래 버려서..
눈에 뵈는게 없었어.. 정말 미안해..
나 그런식으로 행동하는거 싫어했잖아.
나.. 그래서... 성격도 고치려고 많이 해봤는데..
맘처럼 쉽지가 안드라..
오빠 나한테 질렸지? 질려버렸지?"
"..."
"그래.. 오빤 나보다 주민정 같이 청순하고 맘착한 애를
더 좋아할거야.. 오빠 이상형이니깐..
나 남희한테 오빠 이상형이
생머리 길게 길러서 머리띠한 여자라는말 듣구
학주한테 얻어 맞아가면서 매직하구 풀러서 머리띠하구 댕겼다?
옷도.. 짧은치마.. 그런거 입는 여자 싫어한데서
얌전하게 청바지에 블라우스..
그렇게 여성스럽게 입고 다니구..
트레이닝복은 벽장속에 처박아놓구..
교복 줄인거도 다 늘려버리구..
으히히.. 그러고 보니깐 나 되게 바보같았네..
오빠한테 다 맞춰준 바보였네.."
"..."
"흑.. 흑.. 흐으..흐... 흐아아앙...!!
으허허헝!....
끅... 끅... 끅.....끄으...윽....
흐...흐.. 흐어엉..."
취해서 한참을 울고 있는데
확 풍기는 담배냄새..
진짜.. 누구야.. 울고있는데 무드없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시건방진 포즈로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남자애.
교복차림인 주제에 담배를 입에 담배를 꼬나물고
난 빤히 응시하고 있다.
"...뭘봐요?"
"...."
"사람 우는거 처음 봐요?"
"아까부터 다 봤는데
뭐가 그렇게 슬퍼?"
"다 봤다구요?
그럼 내 푸념도 다 들었겠네요.
알면서 뭘 물어요?"
"..그냥. 너랑 나랑 비슷해서."
"그쪽두 차였어요?"
"아니."
"뭐야.. 나랑 다르네.
난 오늘 차였어요.."
"비슷하다니까.
누가 똑같데?"
"한 잔 할래요?"
"줘봐."
잘생긴 남자애.
오늘 첨 보는 주제에
반말을 찍찍깐다.
나는 그에게 소주 한팩을 건넸다.
"너 꼴랑 이거 두 팩 마시고 취한거냐?"
"나 술 약해요."
"진짜 못마시네.."
"나도 술 싫은데..
오늘은 진짜 슬프잖아요. 그래서 한 잔 했죠 뭐."
그 애는 내게 학교는 어디냐. (같은학교였다.)
몇 학년이냐. (나보다한학년아래였다.)
핸드폰 번호 좀 찍어달라.
이것저것 캐냈다.
짜식. 작업거는건가?
"야.. 나 지금 들어가면 엄마한테 맞아 죽겠다.
오늘 내 푸념 들어줘서 고마웠어.
나중에 연락해라. 누님이 쏜다."
"누님은 무슨.. 내 앞에서 펑펑 울었으면서..
난 내앞에서 우는여자, 누나 안시켜."
"짜~식! 잘생긴놈이 싸가지는 없네.
우리 수현오빠는 담배도 안피고..
잘생겼는데 싸가지 없지는 않은데.."
"가."
"알았어.. 너도 싫다 이거지.
나 간다. 연락해라. 펭귄맨."
"..."
*
나는 그날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깨어나 보니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난 그날밤을 까맣게 잃어버린채
학교로 돌아갔다.
수현오빠와 헤어진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어색하다.
그가 내가 인사를 할라치면
나는 그를 무시하고 다른곳으로 가버린다.
그렇게 뭔가 허전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내 핸드폰으로 번호없이
문자가 왔다.
[오늘 오후 4시 44분까지.
펭귄공원 분수대 앞 벤치에서.]
누구지?
누군지 궁금했지만 번호가 없어서
답장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날 난 4시 40분에 펭귄공원으로 나갔다.
4시 41분..
4시 42분..
4시 43분..
4시 44분..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자
잘생긴 남자애가 씨익 웃고있다.
"누구야?"
"나 몰라?
한 달 전 쯤에 공원에서 같이 술마셨잖아."
"누군데?"
"01012345678. 니 핸드폰에 저장되있을걸."
"...펭귄맨?"
"약속 지키러 왔어.
우리 둘다 사랑하는 사람 잊으면 사귀기로 했잖아."
"무슨 소리야?"
"정식으로 한다.
한남주. 우리 사귈래?"
*
그날.
그 황당한 남자애와 사귀기 시작한날.
나는 그애와 사귀면서
수현오빠와 사귈때와는 다른 설레임을 느꼈다.
나는 억지로 그애에게 맞출 필요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편안했으니깐.
나는 다시 내 자신을 찾았다.
"야! 한남주, 이거 안바꿀래?
내가 왜 펭귄맨인데!"
"어쭈. 누나라고 안하지?"
"싫어! 내가 왜 펭귄맨이야!
펭귄맨, 그거 잖아! 악당!!
배트맨에서 나오는 졸라 뚱뚱한새끼!!"
"펭귄공원에서 처음 만난 남자니까.
그러니까 펭귄맨."
"어이가 없어서.
나 같이 잘생기고 슬림한 펭귄맨이 어딨다고."
"어이구~ 그랬어요?
알았어. 그럼 펭귄보이해."
"야!!"
토닥토닥 사랑싸움도 하면서.
서로 떡볶이를 더 많이 먹으려고 전쟁을 벌이면서.
우리는 그런 예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공원에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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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뵙겠습니다~!
이쁘게 봐주세용~♥
첫댓글 아아...해피 엔딩이군여...ㅎㅎ
우와~~다행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