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삼촌'이라는 말은
TV에서 제주 소년 오현준 군이 '제주에서는 나이가 좀 많은 분들을, 여자든 남자든 삼촌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만 해도 그게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현지에 살아보니 알 것 같다.
육지에서 보통 친인척이 아니어도 이모, 고모, 아저씨 하는 말들을 쓰는데 이를 모두 총칭해서
제주에서는 '삼촌'이라고 한다. 흔히 육지에서 동네 어른을 지칭할 때 아줌마나 아저씨라고 부르
는데 제주에서는 그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두세 살 정도 차이나서 형이나 누나 혹은 언니나
오빠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면 모두 삼촌이 되는 것이다.
‘삼촌’에는 제주의 슬픈 일상이 담겨져 있다. 풍랑을 만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면 혹은 물질하러
나갔던 엄마가 사고로 돌아오지 않으면 아이는 이웃집에서 맡겨진다. 그래서 이웃 공동체가 육지
에서 생각했던 이상으로 매우 끈끈하다. 아마도 4.3 사건이 터진 뒤에는 그 결속력이 더 단단해 지지
않았나 싶다.
제주도의 문화를 말할 때 궨당문화를 빼 놓을 수 없다. '궨당'이란 쉽게 말해서 '친인척'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제주에서는 그 범위가 친인척을 뛰어 넘는다. 이웃사촌도 포함되고 선후배도 포함되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도 포함된다. 그들이 모두 '삼촌'으로 엮어져 있다. 그 것은 한두 해 알고
지냈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며 적어도 한 세대를 함께 한 정도라야 가능해 진다.
혹자는 제주 도민의 단점을 '앞에서는 말 하지 못하고 뒤에서 쑤군거리다'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
한다. 이 말은 모두가 삼촌이고 가족인데 어떻게 불편하고 불만스럽다고 앞에다 대 놓고 말 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삼촌으로 뭉쳐진 그들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두리뭉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끼리끼리 문화는 섬 밖에서 들어온 이주민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제주인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 그걸 체감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면서
그냥 잘 지냈다. 그런데 제주 도민으로서 생활 년 수가 쌓여가고 제주인들을 좀 더 많이 알아가다 보니
그 뜻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쉽게 외지인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대부분은 그 '궨당'속으로 외지인을 잘 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한 텃세는 어딘들 안 그렇겠는가. 육지에서도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가면 처음에 잘 융화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제주도가 그 강도가 조금 더 세다는 것일 뿐.
그런데 그것도 제주 역사를 알고 보면 십분 이해가 간다. 제주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정학적으로
군사요충지였다. 일본은 위로 치 올라가는 발판을 삼기 위해 제주도가 필요했고 몽고는 일본과
남송을 침략하기 위한 거점으로 제주도가 필요했다. 그들은 제주인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 침략을
하거나 약탈을 하거나 수탈을 하거나. 오랜 시간이 흘러오면서 제주인의 DNA에는 아마도 '외지인은
조심해야 돼. 언제 어떻게 피해를 입힐지 몰라.'하는 정서가 각인되었으리라. 게다가 1948년 4. 3
사건이 터졌으니......
첫댓글 처음에는 여자에게두 삼춘 이란 호칭이 생경 스럽더니
다 ~그런 뜻이 있었더라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