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우리는 하나입니다
이른 아침에는 불가보다는 도가 계통으로
성명쌍수를 닦는 수행자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스님이 주신 화엄 대예문을 읽어 가다가
문득 아주 멋진 글귀가 보여
반가운 마음에 전화한다고.
승보 부분을 마무리 짓는
화엄 대예문 조문에 나오는
발항룡 석해호의 글귀를 보고 전화한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발우에 용을 항복받고
주장자로 다투는 호랑이를 화해시킨다는 의미인데
도가 계통의 책속에 나오는
하늘의 기운인 용을 조섭하여 잡아 당기고
대지의 기운인 호랑이를 조섭하여
하나가 되어 깨달음에 이르는 내용으로 보고
불가의 가르침 가운데 도가의 성명쌍수 공부와
연관지을수 있는 글귀라 여겨 반가웠다 하시는군요.
이현령 비현령이요
녹비에 가로 왈자를 쓴 것과 같으니
그렇게 보면 또 그렇게 볼수도 있겠다 싶어
화엄 대예문 가운데에는
그에 못지 않은 불법의 이치를 담은 글귀가 많으니
천천히 수련하듯 마음 기울여 읽어 보시라 하였습니다.
저녁 나절에는 우리 공주 교대 대불련을 졸업한
초등학교 선생님들 세분과
남자 친구 한사람이 다녀 갑니다.
아마 웃대 선배 가운데 한사람이
졸업생들이 한번 만나는 것이 어떠냐 문자를 보내
낮에 서로 만나고 저녁에 반가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차 한잔을 내고 담소하다가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인지라
저녁은 무엇을 먹으려느냐 하니
절에서 주시는 밥도 좋지만
학생회 시절 자주 가서 칼국수와 보리밥을 잘 먹던
초가집이라는 이름의 식당에 가서
옛생각을 하며 저녁을 먹고 싶다 합니다.
값은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나온 음식을 먹으며
다들 오년차와 이년차 혹은 일년차 선생님들인지라
서로 대화하는 내용들이 아이들과 있기 쉬운
여러가지 문제와 사항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지
각자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열심히 설명합니다.
아이들을 바로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잠시만 들어도 눈에 선하게 보입니다.
이야기 도중에 어느 선생님이
지휘봉 같은 것을 지니고 다니다가
실수로 학생의 귀를 다치게 하여
힘이 들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을 지도할 때에
매나 지휘봉을 사용하지 말고
선원에서 쓰는 죽비를 사용하면
소리가 조금은 위압적인데다가
죽비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기를
스님들도 공부하시면서 졸음이 오거나 잡념이 들면
이와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경책을 스스로 혹은
다른 스님으로 부터 받으며 공부하니
너희들도 만약 공부가
잘 안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거라
그럼 경책을 해 주겠다 하여 보라고 권하니
정말 그게 좋겠다며 좋아합니다.
만약 그와 같은 도구를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자연 스럽게
그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부처님 이야기도 할수 있으니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당부하는 것은
대불련에서의 공부로 그치지 말고
각자가 머무는 곳에서 불교 공부를 하는
청년회나 신행 단체에 가입하여
공부를 이어 가도록 권하여 보는 것입니다.
다들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법사 스님과 학생들이 되어서
맛있는 칼국수와 보리밥으로 저녁 먹고
초파일 날 절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우리 부처님이 당신의 아들인
라훌라가 어릴 적 출가를 하여
승가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할 때
발을 씻기게 하신 세숫 대야의 비유로
라훌라를 바르게 인도하신 지혜를
오늘 만난 제자들이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다 여기는 저녁입니다.
그렇게 우리 불자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우리는 하나입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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