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사파리 마사이마라 못보신분들은 클릭 ㅎㅎ
사자가 사냥을 한다던가, 누떼가 마라강을 건너고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표범의 모습같이 기대했던 장면들을 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마사이마라의 시원한 바람과 푸른 초원 그리고 야생의 모습 그대로인 동물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뜻밖의행운
그런데 갑자기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전기를 통해 황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의 운전기사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어디론가 빠르게 차를 몰고 갔습니다.
스와힐리어로 대화를 해서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고
잠자코 기다리는 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쿠나마타타, 어떻게든 되겠지, 별 일이야 있겠어?’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기사는 사파리차량들이 줄지어 모여있는 도로변에
우리의 차를 주차시키고 오른 쪽을 가리켰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는 사자가족. 수사자의 먹이 독점에 암사자가 씁쓸해 보이네요..
허리를 치켜 세우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사자녀석 뒤로 얼룩무늬가 선명한
뒷다리를 열심히 물어뜯고 있는 수사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암사자가 고생해서 잡은 먹이를 어슬렁어슬렁 기어와 독차지 하는 수사자,
고생한 어미도 배고픈 새끼도 입맛만 다실 뿐 힘이 센 수사자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사자도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늘만큼은 아빠의 식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엄마와 어린 사자가 가여워 보였습니다.
사자가족의 아침식사는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알아챈 마사이마라가
우리에게 준 뜻밖의 선물이라 느껴졌습니다.
기념품 가게와 휴게소를 들러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이로비에 도착하였습니다.
울퉁불퉁 열악한 도로사정과 낡은 자동차 때문에 이런저런 일도 있었지만
아무 탈 없이 사파리투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있는 잠깐의 시간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오늘은 이대로 여행을 마무리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습니다. 출발 전, 체력에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던 우리지만 아무래도 그 동안 누적된 피로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내일이면 이제 케냐를 떠나야 하는데 케냐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아쉽게 보낼 수는 없겠죠 ^^?
아무리 피곤해도 밥은 먹어야 하는 법.
이래저래 수소문 끝에 나이로비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예약이 필수인 곳이라고 해서 당장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저녁시간에는 벌써 예약이 완료되어 하는 수 없이 저녁시간을 훨씬 넘긴 늦은 시간에
겨우 예약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석삼조 나이로비 커피전문점
어중간히 남아버린 시간, 꼬르륵 꼬르륵 출출한 배,
그 동안 참아왔던 인터넷, 이 모든 것들을 한번에 해결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나이로비에서는 으슥한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무슨 배짱인지 숙소를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하쿠나마타타! 어떻게든 되겠지’
다행히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커피숍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저렴할 거라 예상했던 커피 값은 우리나라의 3분의 2정도 가격, 이곳 물가를 고려했을 때 매우 비쌌습니다.
대신 양은 정말 많아서 그걸 다 마신 Joon과 Seo는 속 쓰려 죽는 줄 알았다고 ^^;
다음부터는 한 잔 시켜서 둘이 나눠먹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 또 케냐에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ㅋㅋ
아프리카 카페에서 즐기는 여유,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에 고픈 배를 다스리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지난 번 클럽에서처럼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이곳 사람들이었지만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은 클럽에서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헤어스타일은 단정했고 모두들 정장을 말끔히 차려 입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가져온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그들은 케냐의 상류층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아프리카에 커피전문점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무선인터넷으로 웹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이곳,
아마도 나이로비의 상류사회는 여느 선진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기뷔페, 나이로비에도 있다?
어느덧 예약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CANIVORE라는 고기뷔페 전문점이었습니다.
힘들게 예약했는데 그나마도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배도 고프고 기다리는 것도 지루해서 짜증도 났을 법한데
사실 이런 고기뷔페는 처음인지라 여기저기 사진 찍고 돌아다니느라 화를 낼 겨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중앙의 큰 화로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굽고 있었고,
직원들은 다 익은 고기를 들고 테이블마다 돌아 다니며 손님에게 직접 썰어주었습니다.
‘통바베큐 뷔페 전문점’ 정도로 해석하면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먹고 싶은 고기를 직접 가져와 개인 불판에 구워먹는 한국식 고기뷔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고기뷔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방식! 이색적이고 좋았습니다.
가격은 일인당 약 4만원 정도였으니 현지 물가를 고려할 때 정말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온통 외국사람들뿐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케냐로 여행 온 백인들, 주로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식당 한 바퀴를 쭉 둘러보고 나니 우리에게도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식당 안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풀과 나무로 장식한 실내 인테리어와 노란색 조명이 어우러져
방금 전 사파리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에게는 이곳이 노을이 지고 있는
마사이마라의 늦은 오후 같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비록 식당 한 켠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마치 방금 사냥한 먹이를 초원 한복판에서 맛있게 먹고 있는 사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소의 혹, 황소의 고환 등 생전 처음 본 신기한 메뉴를 실컷 즐기고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그 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버리나니 어느덧 케냐에서의 마지막 밤도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상쾌한 아침이 밝았습니다.
서둘러 도착한 나이로비 공항은 한산했고 탑승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면세점에서
그 유명하다던 케냐 커피를 듬뿍 샀습니다.
그리고는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창 밖을 내다 보니 저 멀리 킬리만자로가 보였습니다.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만년설이 고맙게도 아직까지는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영원하길..!
지구 온난화로 매년 작아지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작아지는 만년설만큼이나
제가 경험했던 아프리카의 멋진 모습도 조금씩 작아지는 건 아닌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후손들에게도 제가 경험했던 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말입니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킬리만자로의 눈물이 되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케냐에서의 즐거웠던 여정을 마치고 이제 우리는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섬에서
아프리카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지려고 합니다.
Tip1) 사냥을 하지 않는 수사자: 수사자는 머리에 난 갈퀴 때문에 상대에게 노 출이 잘되고,
큰머리 때문에 민첩성이 떨어져 사냥하기에 매우 불리합니다.
때문에 직접 사냥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암컷이 사냥한 먹이감을 빼앗아 먹습니다.
Tip2) 스와힐리어: 스와힐리어는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이렇게 세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제가 여행 도중 사용했던 ‘하쿠나마타타’라는 말도 스와힐리어입니다.
뜻은 ‘너무 걱정하지마!’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Tip3) 혹소: 아프리카 또는 인도에 서식하는 등에 혹이 달린 소입니다.
나이로비에 있는 고기뷔페메뉴 중에는 이 혹 부분으로 요리한 음식이 있습니다.
Tip4) 아프리카에도클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