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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자료[1526]백거이(白居易)詩 36수
백거이(白居易)시 36 首
1. 池畔二首1(지반이수1) - 백거이(白居易)
結構池西廊(결구지서랑) : 못 서편에 행랑 짓고
疏理池東樹(소리지동수) : 동쪽의 나무들을 손질했다.
此意人不知(차의인부지) : 이러한 뜻 남들은 몰라
欲爲待月處(욕위대월처) : 달구경하는 곳으로 만들려한다.
2. 折劍頭(절검두) - 백거이(白居易)
拾得折劍頭(습득절검두) : 칼 부러진 머리 주웠는데
不知折之由(부지절지유) : 부러진 사유는 알 수 없구나.
疑是斬鯨鯢(의시참경예) : 혹은 고래를 잘랐나
不然則蛟虬(불연칙교규) : 아니면 교룡을 잘랐을까.
缺落尼土中(결락니토중) : 흙 속에 떨어져 있어
委棄無人收(위기무인수) : 버려둔 채, 줍는 사람 없구나.
我有鄙介性(아유비개성) : 나는 지루한 고집 있어
好剛不好柔(호강불호유) : 강직한 것 좋고 굽히는 것 싫도다.
勿輕直折劍(물경직절검) : 곧아서 부서진 칼 얕보지 말라
猶勝曲全鉤(유승곡전구) : 굽혀서 온전한 갈구리보다 낫도다.
*(拾=주울습. 斬=밸 참. 鯨=고래경. 鯢=암고래예. 蛟=도롱용교. 虬=뿔없는용규.)
(缺=이지러질결. 尼=중 니. 委=맏길위. 棄=버릴기. 鄙=더러울
3. 惜落花(석낙화)-백거이(白居易) 지는 꽃이 애닲아.
夜來風雨急(야내풍우급) : 간밤에 비바람 심하였으니
無復舊花林(무복구화림) : 옛 꽃과 숲을 회복하지 못하리라.
枝上三分落(지상삼분낙) : 가지 위의 삼분의 일이나 떨어져
園中二寸深(원중이촌심) : 정원 안에 두 치나 깊어졌도다.
日斜啼鳥思(일사제조사) : 해 지는 저녁에 우짖는 새들의 심사
春盡老人心(춘진노인심) : 저무는 봄날에 늙어가는 사람들 마음이라
莫怪添盃飮(막괴첨배음) : 술잔을 보탠다 이상히 여기지 말라
情多酒不禁(정다주불금) : 정이 많아 술을 금할 수가 없도다.
4. 自歎(자탄)-백거이(白居易)스스로 탄식하다.
豈獨年相迫(개독년상박) : 어찌 다만 나이만 많아지는가
兼爲病所侵(겸위병소침) : 아울러 병마저 찾아오는구나.
春來痰氣動(춘내담기동) : 봄이 되니 가래기운이 끓어오르고
老去嗽聲深(노거수성심) : 늙어가니 기침소리가 깊어지는구나.
眼暗猶操筆(안암유조필) : 눈이 어두워져도 붓을 잡고
頭斑未挂簪(두반미괘잠) : 머리가 빠져 비녀마저 꼽지 못한다.
因循過日月(인순과일월) : 습관대로 그냥 그렇게 세월을 보다니
眞是俗人心(진시속인심) : 진정 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심정인가.
*(迫=핍박할박. 兼=겸할겸. 痰=가래담. 嗽=기침할수. 操=잡을조.)
(斑=얼룩반. 挂=걸괘.그을괘. 簪=비녀잠. 循=쫓을순.)
5. 閒詠(한영)-백거이(白居易)-한가하게 읊다.
步月憐淸景(보월련청경) : 달빛 아래 걸으니 맑은 풍광 애련하고
眠松愛綠陰(면송애녹음) : 소나무 아래서 잠드니 푸른 그늘이 좋아라.
早年詩思苦(조년시사고) : 젊어서는 시를 지음에 애를 쓰고
晩歲道情深(만세도정심) : 늙어서는 도를 찾는 마음이 깊어진다.
夜學禪多坐(야학선다좌) : 밤에는 참선을 배우려 앉아있는 일이 많고
秋牽興暫吟(추견흥잠음) : 가을에는 흥에 이끌려 잠시 시를 읊는다.
悠然兩事外(유연량사외) : 이 두 가지 일 외에는 아득하니
無處更留心(무처경류심) : 다시 마음 머물게 할 곳이 하나도 없도다.
*(憐=불쌍히여길련. 牽=당길견. 暫=잠깐잠. 悠=아득할유.)
6. 閒出(한출)-백거이(白居易)한가히 나아가.
兀兀出門何處去(올올출문하처거) : 올올히 문을 나서니 어디로 가나
新昌街晩樹陰斜(신창가만수음사) : 신창 거리의 저녁에 나무그늘 기울었네.
馬蹄知意緣行熟(마제지의연항숙) : 말발굽은 내 뜻 아노니 길이 익숙해서라
不向楊家卽庾家(부향양가즉유가) : 양가집 향하지 않으면 유가집이라네.
*(兀=우뚝할올. 斜=기울사. 蹄=발굽제.
熟=익힐숙. 行=항열항.갈행. 庾=곳집유.노적유.)
7. 閒行(한행)-백거이(白居易)한가히 걸으며.
五十年來思慮熟(오십년내사려숙) :
오십 년 동안 익숙한 생각이 있나니
忙人應未勝閒人(망인응미승한인) :
바쁜 사람은 한가한 사람보다 못하다네.
林園傲逸眞成貴(림원오일진성귀) :
숲에 사는 자부심과 편안함이 정말 귀하고
衣食單疎不是貧(의식단소부시빈) :
입고 먹는 간편함은 가난함이 아니라네.
專掌圖書無過地(전장도서무과지) :
책만 간직하니 허물이 없는 처지이며
遍尋山水自由身(편심산수자유신) :
산수를 두루 찾아다니니 자유의 몸이라네.
儻年七十猶强健(당년칠십유강건) :
만약 나이 칠십이라도 여전히 강건하다면
尙得閒行十五春(상득한항십오춘) :
오히려 편히 걷는 십오 세 청춘을 얻은 것이네.
*(熟=익힐숙. 忙=바쁠망. 傲=거만할오.
逸=편안할일. 疎=트일소. 掌=손바닥장.)
(遍=두루편. 儻=고상할당.억매이지않을당. 健=굳샐건.)
8. 浪淘沙詞六首1(낭도사사륙수1)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一泊沙來一泊去(일박사내일박거)
: 물결 한 번 드니 모래 밀려오고, 한 번 드니 씻겨가고
一重浪滅一重生(일중낭멸일중생)
: 한번 무거워지니 물결 사라지고, 한 번 무거워지니 물결 인다
相攪相淘無歇日(상교상도무헐일)
: 씻어내고 행구내며 그칠 날이 없으니
會敎山海一時平(회교산해일시평)
: 마침내 산과 바다를 일시에 평평하게 하는구나.
*(泊=배댈박. 浪=물결낭. 滅=사라질멸.
攪=흔들교. 淘=쌀일도.물흐를도. 歇=쉴 헐.)
9. 浪淘沙詞六首2(낭도사사륙수2)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白浪茫茫與海連(백낭망망여해련) :
흰 물결 망망한데 바다와 이어지고
平沙浩浩四無邊(평사호호사무변) :
평평한 뱃사장은 넓디넓어 끝이 없구나.
暮去朝來淘不住(모거조내도부주) :
조석으로 오고가며 물결은 멈추지 않고
遂令東海變桑田(수령동해변상전) :
마침내 동해가 뽕나무 밭을 바꾸게 하는구나.
*(浪=물결낭. 茫=망망할망.
淘=물흐를도. 遂=쫓을수. 桑=뽕나무상.)
10. 浪淘沙詞六首3(낭도사사륙수3)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靑草湖中萬里程(청초호중만리정) :
호수 가운데 푸른 풀은 만 리 기다란 길
黃梅雨裏一人行(황매우리일인항) :
빗속의 누렇게 익은 매실꽃 한 사람 걸을 거리
愁見灘頭夜泊處(수견탄두야박처) :
수심겨워 여룰 가에 밤에 정박할 곳 바라보니
風翻闇浪打船聲(풍번암낭타선성) :
바람이 푸른 물결을 뒤집으며 뱃전을 치는 소리.
*(程=길릿수정.헤아릴정. 灘=여울탄.
泊=배댈박. 翻=뒤집필번. 闇=망루암.)
11.浪淘沙詞六首4(낭도사사륙수4)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借問江潮與海水(차문강조여해수) :
강물과 바닷물에 잠시 묻노니
何似君情與妾心(하사군정여첩심) :
어찌 님의 마음과 저의 마음이 같을까요
相恨不如潮有信(상한부여조유신) :
서로 한하니 조수의 믿음만도 못하고
相思始覺海非深(상사시각해비심) :
그립고 보고프니 바다가 깊지 못함을 비로소 알았지요.
*(借=빌릴차. 妾=첩첩. 潮=조수조.)
12.浪淘沙詞六首4(낭도사사륙수4)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
海底飛塵終有日(해저비진종유일) :
바닷밑이 흙먼지 날리니 태양만이 남아있고
山頭化石豈無時(산두화석개무시) :
산 머리가 바위를 변화시키니 어찌 때가 없으랴
誰道小郎抛小婦(수도소낭포소부) :
누가 젊은 지아비가 젊은 아낙 버렸다고 말하나
船頭一去沒廻期(선두일거몰회기) :
뱃머리 한번 떠나더니 돌아올 기약 묻혀버렸구나.
*(抛=던질포. 沒=잠길몰. 廻=돌회.)
13. 浪淘沙詞六首6(낭도사사륙수6)
- 백거이(白居易)-낭도사.
隨波逐浪到天涯(수파축낭도천애)
물결을 따르면 하늘 끝에 이르건만
遷客生還有幾家(천객생환유기가)
귀양객이 돌아온 일 몇 집이나 되는가.
却到帝鄕重富貴(각도제향중부귀)
물리치고 서울에 이르면 부귀를 귀히 여겨
請君莫忘浪淘沙(청군막망낭도사)
청컨대 그대는 낭도사를 잊지 마시오.
*(逐=쫓을축, 涯=물가애. 遷=옮길천. 却=물리칠각.
請=청할청. 淘=물흐를도. 쌀일도)
14. 感興二首(감흥이수)
- 백거이(白居易)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내유)
길흉화복은 오는 길이 있어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부요우)
다만 깊이 알아야지 근심 말라.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옥)
불길이 윤택한 집 태우는 것 보나
不聞風浪覆虛舟(부문풍낭복허주)
풍랑을 속이 진 배를 엎지 못한다.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명예는 공기라, 많이 취하지 말라
利是身災合少求(리시신재합소구)
이익은 몸의 재앙이라, 적게 함이 좋다.
雖異匏瓜難不食(수리포과난부식)
표주박과 달라, 굶기가 어려우나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대강 먹기 충분하면 일찍 쉬어야 한다.
*(由=말미암을유. 憂=근심우. 燒=불태울소. 潤=윤택할윤.
覆=뒤집힐복. 匏=박포. 瓜=오이과.)
* 15. 舟中晩起(주중만기)
- 백거이(白居易)
日高猶掩水窓眠(일고유엄수창면)
해가 높이 솟아도 문 가리고 잠자고
枕簟淸涼八月天(침점청량팔월천)
베개와 잠자리가 맑고 시원하니 팔월이라.
泊處或依沽酒店(박처혹의고주점)
정박한 곳에서, 혹 술집에 머물러
宿時多伴釣魚船(숙시다반조어선)
그곳에 묵으면서 자주 고깃배와 친구한다.
退身江海應無用(퇴신강해응무용)
은퇴한 몸이라 강호에 쓰일 곳 없고
憂國朝廷自有賢(우국조정자유현)
나랏일 걱정은 조정에 어진 사람 있으리라.
且向錢塘湖上去(차향전당호상거)
장차 전당호로 올라가서
冷吟閒醉二三年(냉음한취이삼년)
이삼 년간 냉정히 읊으며 한가히 취해보리라.
*(掩=가릴엄. 枕=배개침. 簟=삿자리점.
沽=팔고.살고. 伴=짝반. 塘=못당. 醉=술취할취.)
16. 宿竹閣(숙죽각) - 백거이(白居易)
晩坐松檐下(만좌송첨하) : 저녁에 소나무 처마 아래 앉고
宵眠竹閣間(소면죽각간) : 밤에는 죽각 사이에서 잠을 잔다.
淸虛當服藥(청허당복약) : 청허한 마음은 선약을 복용함 같고
幽獨抵歸山(유독저귀산) : 그윽한 기분은 산으로 돌아온 것 같아라.
巧未能勝拙(교미능승졸) : 재치는 졸렬함을 이길 수 없고
忙應不及閒(망응부급한) : 바쁜 것은 한가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
無勞別修道(무노별수도) : 따로 도를 닦으려 수고할 필요 없으니
卽此是玄關(즉차시현관) : 이것에 이르면 곧, 현묘한 경지가 되니라.
*(檐=추녀첨.맬첨. 宵=밤소. 閣=누각각.
抵=막을저. 拙=졸렬할졸. 巧=약삭빠를교.)
(忙=바쁠망. 關=비장관.통할관.)
17. 秋暮郊居書懷(추모교거서회) - 백거이(白居易)
郊居人事少(교거인사소) : 교외에 다니는 사람 적고
晝臥對林巒(주와대림만) : 낮에는 누워서 숲 가득한 산을 본다.
窮巷厭多雨(궁항염다우) : 궁핍한 골목길에 내리는 비 싫고
貧家愁早寒(빈가수조한) : 가난한 집안에 이른 추위 걱정된다.
葛衣秋未換(갈의추미환) : 갈포 옷을 가을에도 못 바꿔 입고
書卷病仍看(서권병잉간) : 서책은 병들어도 여전히 읽고 있노라.
若問生涯計(약문생애계) : 앞으로의 생애의 대책을 문는다면
前溪一釣竿(전계일조간) : 앞개울에 낚싯줄이나 드리고 살리라.
*(郊=들교. 巒=뫼만. 巷=거리항. 葛=칡갈. 仍=인할잉. 竿=장대간.)
18. 送客(송객) - 백거이(白居易)-손님을 보내며.
病上籃輿相送來(병상람여상송내) : 병으로 남여에 올라 전송하고 돌아오니
衰容秋思兩悠哉(쇠용추사량유재) : 쇠한 얼굴, 가을 생각이 모두 아득하다.
涼風嫋嫋吹槐子(양풍뇨뇨취괴자) : 찬 바람 하늘하늘 홰나무에 불어와
却請行人勸一盃(각청항인권일배) : 도리어 행인에게 한 잔 술을 권한다.
*(籃=바구니람. 輿=수래바탕여. 衰쇠할쇠. 哉=어조사재.
嫋=휘늘어질뇨. 槐=회나무괴.勸=권할권.)
19. 秋思(추사) - 백거이(白居易)
夕照紅於燒(석조홍어소) : 석양이 불타는 것보다 불고
晴空碧勝藍(청공벽승남) : 갠 하늘은 쪽빛보다 푸르구나.
獸形雲不一(수형운부일) : 동물 모양 구름 하나가 아니고
弓勢月初三(궁세월초삼) : 활모양의 달은 처음 삼 일이로다.
雁思來天北(안사내천배) : 기러기 마음은 하늘 북쪽으로 오고
砧愁滿水南(침수만수남) : 다듬이질하는 수심은 강 남쪽에 가득하다.
蕭條秋氣味(소조추기미) : 쓸쓸하여라, 가을 기운의 맛
未老已深諳(미노이심암) : 늙지도 않았는데 이미 깊이 기억된다.
*(藍=바구니남. 獸=짐승수. 勢=권세세.
砧=다듬잇돌침. 蕭條=쓸쓸하다. 諳=기억할암.알암.)
20. 池邊卽事(지변즉사) - 백거이(白居易)
氈帳胡琴出塞曲(전장호금출새곡) : 모직 휘장, 오랑캐 거문고, 출새곡
蘭塘越棹弄潮聲(난당월도농조성) : 난초 못 건너는 노가 조수 소리 희롱한다.
何言此處同風月(하언차처동풍월) : 풍월 같은 이곳을 어찌 말로 하랴
薊北空南萬里情(계배공남만리정) : 계북의 하늘 남쪽 만리 먼 풍정이로다.
*(氈=모전전. 帳=휘장장. 塞=변방새.
棹=노도. 薊=고을이름계.)
21. 白鷺(백로) - 백거이(白居易)
人生四十未全衰(인생사십미전쇠) : 인생 사십은 완전히 늙음이 아닌데
我爲愁多白髮垂(아위수다백발수) : 나는 근심이 많아 백발이 드리웠구나.
何故水邊雙白鷺(하고수변쌍백노) : 무슨 까닭으로 물가에 있는 두 마리 백로
無愁頭上亦垂絲(무수두상역수사) : 근심 없는 머리 위에도 흰 실이 드리웠나.
22. 罷藥(파약) - 백거이(白居易)
自學坐禪休服藥(자학좌선휴복약)
좌선을 배우고부터 복약을 그만두었더니
從他時復病沈沈(종타시복병침침)
다른 때를 따라 다시 병이 심해진다.
此身不要全强健(차신부요전강건)
이 몸이 완전히 강건해지기 바라지 않지만
强健多生人我心(강건다생인아심)
강건함은 남과 나의 마음에서 생기는 법이라오.
23. 舟夜贈內(주야증내) - 백거이(白居易)
三聲猿後垂鄕淚(삼성원후수향누)
세 마디 원숭이 울음소리 뒤엔 고향 눈물
一葉舟中載病身(일섭주중재병신)
일엽편주 속에 병든 이 몸 싣고서
莫凭水窓南北望(막빙수창남배망)
물가 창에 기대어 남북을 바라보지 말지니
月明月闇總愁人(월명월암총수인)
달이 밝아도, 어둑해도 사람을 근심케 합니다.
*(猿=원숭이원. 載=실을재.
凭=의지할빙. 闇=망루암. 總=거느릴총.)
24.夜招晦叔(야초회숙)-백거이(白居易)밤에 회숙을 초대하여.
庭草留霜池結冰(정초류상지결빙)
정원의 풀에는 서리 내리고 못에는 얼음 얼어
黃昏鍾絶凍雲凝(황혼종절동운응)
황혼에 종소리 끊이고 구름도 얼어 엉기었다.
碧氈帳上正飄雪(벽전장상정표설)
푸른 모직 휘장 위로 지금 한창 눈발이 날리고
紅火爐前初炷燈(홍화노전초주등)
붉은 화로 앞에 처음으로 등불 심지에 불을 붙인다.
高調秦箏一兩弄(고조진쟁일량농)
높은 음조로 진나라 쟁으로 한 두 번 노는데
小花蠻榼二三升(소화만합이삼승)
작은 꽃 무늬 오랑캐 술통에 두 세 되 술도 있다.
爲君更奏湘神曲(위군경주상신곡)
그대 위해 다시 상신곡을 연주하려는데
夜就儂家能不能(야취농가능부능)
밤이면 바로 우리집에 올 수 있을까 없을까.
*(凝=엉킬응. 氈=모전전.담전. 飄=날릴표.
炷=심지주. 箏=쟁쟁. 蠻=오랑케만.)
(榼=술그릇합. 뚜껑합. 湘=삶을상. 儂=나농.)
25. 涼風歎(양풍탄) - 백거이(白居易)차가운 바람의 탄식.
昨夜涼風又颯然(작야량풍우삽연) : 어젯밤 찬 바람 또다시 바람소리
螢飄葉墜臥床前(형표섭추와상전) : 반딧불 날리고 나뭇잎 침상 머리에 진다.
逢秋莫歎須知分(봉추막탄수지분) : 가을을 맞아 탄식 말라 분수를 알아라
已過潘安三十年(이과반안삼십년) : 이미 반안을 지난 지 삼십 년이 되었어라.
*(颯=바람소리삽. 墜=떨어질추. 潘=뜨물반. 逢=만날봉.)
26. 睡覺偶吟(수교우음)-백거이(白居易)
官初罷後歸來夜(관초파후귀내야)
: 관리 초임에는 일 마치고 밤에 귀가하고
天欲明前睡覺時(천욕명전수각시)
: 날이 밝기도 전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었다.
起坐思量更無事(기좌사량경무사)
: 일어나 앉아 생각에 잠겨도 할 일도 없어
身心安樂復誰知(신심안낙복수지)
: 마음과 몸이 편하고 즐거움을 누가 알기나 할까.
27. 詠意(영의) - 백거이(白居易)
常聞南華經(상문남화경) : 남화경의 말을 항상 들었다
巧勞智憂愁(교노지우수) : 재주 있는 자는 수고롭고 지혜로운 자는 근심한다고.
不如無能者(부여무능자) : 차라리 못하리라, 무능한 사람이
飽食但遨遊(포식단오유) : 배불리 먹고 마음대로 노는 것만 말이다.
平生愛慕道(평생애모도) : 평생토록 그 도를 좋아하고 그리워했는데
今日近此流(금일근차류) : 오늘에야 이런 부류에 가까게 되었구나.
自來潯陽郡(자내심양군) : 심양군에 온 이래로
四序忽已周(사서홀이주) : 사계절이 흘러 벌써 이미 일 년이 되었구나.
不分物黑白(부분물흑백) : 일의 흑백을 가리지 않고
但與時沈浮(단여시침부) : 다만 때와 더불어 부침하였다.
朝飧夕安寢(조손석안침) : 아침에는 밥 먹고 저녁에는 편히 잠자며
用是爲身謀(용시위신모) : 이렇게 하며 자신을 위해 살았다.
此外卽閑放(차외즉한방) : 이 외에는 한가하게 지내며
時尋山水幽(시심산수유) : 때때로 자연의 그윽함을 찾았다.
春遊慧遠寺(춘유혜원사) : 봄에는 혜원사를 노닐었고
秋上庾公樓(추상유공누) : 가을이면 유공의 누각에 올랐다.
或吟詩一章(혹음시일장) : 간혹 시 한 편을 읊기도 하고
或飮茶一甌(혹음다일구) : 간혹 차 한 잔을 마시기도 한다.
身心一無繫(신심일무계) : 몸과 마음 어느 한 곳에도 얽히지 않아
浩浩如虛舟(호호여허주) : 호방함이 마치 빈 배 같았다.
富貴亦有苦(부귀역유고) : 부귀한 사람에게도 고통이 있나니
苦在心危憂(고재심위우) : 고통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근심스럽다.
貧賤亦有樂(빈천역유낙) : 빈천한 사람에게도 즐거움이 있나니
樂在身自由(낙재신자유) : 즐거움은 몸의 자유로움에 있다.
*(飽=배부를포. 遨=노닐오. 潯=물이름심.
飧=밥손. 謀=꾀할모. 慧=지혜혜.)
(庾=곳집유. 甌=움집구. 繫=맬계. 危=위태할위.)
28. 題元十八溪亭(제원십팔계정) - 백거이(白居易)
怪君不喜仕(괴군부희사) : 이상하나니, 그대 벼슬살이 싫어하고
又遊煙霞里(우유연하리) : 연기와 놀 낀 마을을 나다니지도 않다니.
今日到幽居(금일도유거) : 오늘 그윽한 그대 거처에 와보니
了然知所以(요연지소이) : 그 까닭을 확실히 알았도다.
宿君石溪亭(숙군석계정) : 그대의 석계정에 묵으니
潺湲聲滿耳(잔원성만이) : 졸졸 흐르는 물소리 귀에 가득하고
飮君螺盃酒(음군나배주) : 그대에게 소라잔으로 술을 권하니
醉臥不能起(취와부능기) : 취하여 누운 채로 일어나지 못하는구려.
見君五老峯(견군오노봉) : 그대 사는 오로봉을 보고나니
益悔居城市(익회거성시) : 시내에 사는 것이 더욱 후회스럽소.
愛君三男兒(애군삼남아) : 사랑스런 그대 세 아들을 보니
始歎身無子(시탄신무자) : 자신이 자식 없음을 비로소 한탄스럽소.
余方鑪峯下(여방로봉하) : 나도 이제야 향로봉 아래에 있어
結室爲居士(결실위거사) : 집 짓고 거사가 되리라.
山北與山東(산배여산동) : 산 북쪽과 산 동쪽을
往來從此始(왕내종차시) : 오가며 이제부터 시작하리라.
*怪=이상할괴. 潺=흐르는물소리잔. 湲=물흐를원.
螺=소라나. 悔=뉘우칠회. 鑪=화로로.
29. 夜琴(야금) - 백거이(白居易)
蜀桐木性實(촉동목성실) : 촉 나라 오동나무는 든든하고
楚絲音韻淸(초사음운청) : 초 나라 악기는 소리 맑기도 하다.
調慢彈且緩(조만탄차완) : 느슨한 줄을 골라 통기다 늦추며
夜深十數聲(야심십삭성) : 밤 깊도록 열 몇 곡을 타노라.
入耳淡無味(입이담무미) : 귀에 들리는 소리 담담하여 맛도 없는 듯
愜心潛有情(협심잠유정) : 마음에 흡족하여 젖어들어 정겨워라.
自弄還自罷(자농환자파) : 스스로 즐기다가 도리어 그치나니
亦不要人聽(역부요인청) : 또한 다른 사람이 듣기를 바라지 않아서라.
*(蜀=나라촉. 絲音=현악기. 調=고를조. 慢=개으를만.
愜=뜻맞을협. 潛=잠길잠. 罷=그칠파.)
30. 鷰子樓(연자루) - 백거이(白居易)
滿窗明月滿簾霜(만창명월만렴상) : 창에 가득한 밝은 달,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피냉등잔불와상) : 이불은 차고 등불 희미한데 잠자리 추켜올린다.
燕子樓中霜月夜(연자누중상월야) : 연자루 안, 서리 내리는 달 밤
秋來只爲一人長(추내지위일인장) : 가을이 오니 오직 이 한 사람 위해 길기만하다.
*(窗=창문창. 簾=발렴. 拂=떨칠불. 牀=평상상. 被=입을피.)
31. 送春(송춘) - 백거이(白居易)
三月三十日(삼월삼십일) : 때는 삼월 삼십 일
春歸日復暮(춘귀일부모) : 봄은 가려하고 해도 다시 지려한다.
惆悵問春風(추창문춘풍) : 추창이 봄바람에 물어보노니
明朝應不住(명조응부주) : 내일 아침에는 이곳에 머물지 않을 거야.
送春曲江上(송춘곡강상) : 곡강 위에서 봄을 보내려니
眷眷東西顧(권권동서고) : 아쉬움에 동서로 돌아보노라.
但見撲水花(단견박수화) : 보이는 것은 물위에 떨어지는 꽃
紛紛不知數(분분부지삭) : 분분하여 그 수를 알지 못하겠다.
人生似行客(인생사항객) : 인생이란 길가는 나그네 같아
兩足無停步(양족무정보) : 두 발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日日進前程(일일진전정) : 날마다 앞을 향해 나가지만
前程幾多路(전정기다노) : 가야할 길은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兵刀與水火(병도여수화) : 전쟁과 천재지변의 재앙을
盡可違之去(진가위지거) : 모두를 피해 갈 수가 있지만
唯有老到來(유유노도내) : 오직 늙음이 다가오는 것은
人間無避處(인간무피처) : 인간으로는 피할 길이 하나 없다.
感時良爲已(감시량위이) : 시절을 느낌을 진정 그만두고
獨倚池南樹(독의지남수) : 홀로 못 남쪽 나무에 기대어본다.
今日送春心(금일송춘심) : 오늘 이 봄을 보내는 마음
心如別親故(심여별친고) : 마치 친구를 보내는 마음 같아라.
*(惆=섭섭할추. 悵=섭섭할창. 眷=돌아볼권. 顧=돌아볼고. 撲=두드릴박.)
(紛=어지러울분. 程=해아릴정. 違=어길위. 倚=의지할의.)
32. 贈賣松者(증매송자) - 백거이(白居易)
一束蒼蒼色(일속창창색) : 한 묶음 푸르고 푸른 빛
知從澗底來(지종간저내) : 골짜기 아래에서 온 것을 알겠다.
斸掘經幾日(촉굴경기일) : 찍어서 파낸지가 몇 일이나 지났나
枝葉滿塵埃(지섭만진애) : 가지와 잎에 흙먼지가 가득하다.
不買非他意(부매비타의) : 사지 않은 것은 다른 뜻이 아니라
城中無地栽(성중무지재) : 성 안에는 심을 땅이 전혀 없어서라네.
*(束=묵을속. 澗=산골물간. 斸=쪼갤촉.깍을촉.
掘=팔굴. 經=지날경. 埃=티끌애.栽=심을재.)
33. 高相宅(고상댁) - 백거이(白居易)
靑苔故里懷恩地(청태고리회은지) : 푸른 이끼 옛 고을 은혜받은 이 땅
白髮新生抱病身(백발신생포병신) : 백발이 새로 나서 병 안은 이내 몸.
涕淚雖多無哭處(체누수다무곡처) : 흐르는 눈물 많아도 울 곳도 없으니
永寧門館屬他人(영녕문관속타인) : 영녕문관이 남의 손에 넘어가버렸다네.
*(抱=안을포. 涕=눈물체. 淚=눈물루. 哭=소리내어울곡. 館=집관.)
34. 張十八(장십팔) - 백거이(白居易)
諫垣幾見遷遺補(간원기견천유보) : 간원에서 몇 번 보았는데 유보로 옮겨가고
憲府頻聞轉殿監(헌부빈문전전감) : 헌부에서 자주 들었는데 전감으로 옮겼구나.
獨有詠詩張太祝(독유영시장태축) : 오직 시 읊는 장태축이 있으니
十年不改舊官銜(십년부개구관함) : 십 년 동안 옛 관함을 벗어나지 못했구나.
*(諫=간할간. 垣=담원. 遷=옮길천. 憲=법헌.
頻=자주빈. 監=살필감. 銜=직함함.재갈함.)
35. 劉家花(유가화) - 백거이(白居易)
劉家牆上花還發(유가장상화환발) : 유씨 집, 담장 위에 꽃들 다시 피고
李十門前草又春(리십문전초우춘) : 이씨 집, 문 앞에는 풀빛이 또 봄이로다.
處處傷心心始悟(처처상심심시오) : 곳곳에서 상심하여 비로소 알았느니
多情不及少情人(다정부급소정인) : 다정이 미치지 못하여 정인이 적었구나.
*(劉=성유. 牆=담장. 還=돌아올환. 傷=상할상. 悟=깨달을오.)
36. 秋遊(추유) - 백거이(白居易)
下馬閒行伊水頭(하마한항이수두) : 말에서 내려 한가히 이수 가를 걸으니
涼風淸景勝春遊(량풍청경승춘유) : 서늘한 바람 맑은 경치가 봄나들이 보다 좋아라.
何事古今詩句裏(하사고금시구리) : 무슨 일로 고금에 시구 안에는
不多說著洛陽秋(부다설저낙양추) : 낙양의 가을을 논하여 적은 글이 많지 않았을까.
*(行=굳샐항.갈행. 伊=저이. 著=지을저.)
37. 彈秋思(탄추사) - 백거이(白居易)
信意閒彈秋思時(신의한탄추사시) : 마음에 맡겨 가을 마음을 타는 시간
調淸聲直韻疎遲(조청성직운소지) : 맑은 음조, 곧은 소리에 운율은 성글고 더디다.
近來漸喜無人聽(근내점희무인청) : 근래에 점차 기뻐지는데 들어주는 사람 없으나
琴格高低心自知(금격고저심자지) : 거문고 격조의 높고 낮음이야 마음의 절로 아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