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도입… 韓철강 타격 우려
세계 최초… 내년 10월 시범운영
탄소배출량 기준 넘으면 추가관세
美 IRA 이어 새 무역장벽 현실화
유럽연합(EU)이 12일(현지 시간) 철강 등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새로운 무역장벽 우려가 현실화했다. 한국의 대(對)EU 주력 수출 품목인 철강 산업에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CBAM이 내년 10월부터 시범 운영되기 전 탄소 배출량 산정 방식이 국내 기업에 불리하지 않게 확정되도록 EU와 협의하기로 했다.
CBAM은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한 뒤 배출량이 EU 기준을 초과하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수출 기업에 일종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셈이다.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제도 시행 뒤 첫 3년간 탄소 집약도가 높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수소 관련 6개 수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2026년 정식 시행 때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이 EU 측 계획이다.
유럽의회는 성명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완벽히 준수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며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철강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유럽 산업계에는 무료 배출권을 부여했다는 점을 들어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국제규범 위반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13일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응 회의를 열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철강 등 EU 수출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해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유럽 언론 인터뷰에서 “CBAM이 ‘유럽판 IRA’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CBAM 적용 품목의 EU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철강 43억 달러 △알루미늄 5억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비료 480만 달러 등으로 철강이 압도적으로 많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산업계와 유리한 탄소 배출량 산정법을 논의해 EU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