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月1회 어르신 집 찾아가는 재택진료 첫발
[보육 지원 대책]
전국 28개 의원 시범사업 시작
간호사는 격주 방문해 병세 살펴
황혼기 환자 집에서 정기적 진료
12일 서울 노원구 김모 할머니(75)의 집에서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왼쪽)이 할머니 두피에 생긴 피부염 상처를 소독하고 있다. 이지운 기자
“아이고, 어떻게 참으셨을까…. 많이 긁진 않으세요?”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뇌졸중(뇌중풍)과 당뇨, 고혈압을 앓는 김모 할머니(75) 집에 인근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이 찾아왔다. 김 할머니의 오른쪽 뒤통수에 생긴 아기 주먹만 한 상처에선 피와 진물이 나고 있었다. 진단명은 지루성 피부염. 3주 전 피부병이 생겼지만 일어서기조차 버거워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동안 상태가 악화됐다. 장 원장은 급하게 상처를 소독한 뒤 혈당과 혈압 등을 체크했다. 남편 김모 할아버지(84)에겐 “잘 듣는 약을 처방해줄 테니 오후 6시 전에 꼭 병원에 들르라”고 일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에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찾아가 진료하는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12월 시작됐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뤄 월 1회 노인의 집에 방문하고, 간호사는 매달 1번씩 더 방문한다. 의료진이 2주에 한 번꼴로 노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게 되는 것이다. 전국 28개 의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보건복지부는 참여 의원 1곳이 최대 70명까지 돌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원장의 다음 행선지는 홀로 사는 뇌병변 환자 김모 씨(60) 집이었다. 당뇨를 앓는 김 씨는 지난주 저혈당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점심을 걸렀다는 김 씨의 말에 의료진이 급하게 혈당을 측정해 보니 dL당 70mg 언저리까지 떨어져 있었다. 당뇨 환자에겐 저혈당 쇼크가 우려될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장 원장은 “이러다 또 쓰러진다. 꼭 밥부터 먹고 당뇨약을 먹으라”며 김 씨의 약봉지 하나를 뜯어 식탁 위에 올려둔 뒤에 집을 나섰다.
재택의료 서비스는 노인이 인생의 황혼기를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에서 보내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집에 있는 노인들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있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의료 진료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복지부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56.5%가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응답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서울 중랑구 신내의원 이상범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면회가 까다로워지면서 시설에 가기를 꺼리는 어르신이 더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참여기관 28곳 중 17곳이 서울 경기에 몰려 있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비수도권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선 환자 1명당 14만 원이 지급되는 수가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원장은 “병원에 오는 환자를 보면서 점심시간을 쪼개 하루 2, 3곳의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며 “지금은 새로 뽑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임금을 주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